서울 -4.2º
미세먼지 보통
)
우리는 지금 나라가 좌·우로 갈려 대립하는 가운데 사상적으로 양분된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내 사상의 지도를 펼쳐 우익과 좌익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소모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대신 ‘대세(大勢·대한민국 세력)’와 ‘반대세(反大勢·반대한민국 세력)’의 개념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나아가 이로써 우리 앞에 놓인 나침반이 가리켜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경찰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가
필자는 국정원에서 27년간 근무하며 국정원 직원들에게 국정원 직원으로서 가져야 할 정신자세와 가치관을 가르쳤다. 또한 경찰과 군을 대상으로 국가정체성에 대해 강의한 경험도 있다. 특히 경찰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지는 안보 4륜의 하나라는 우군 의식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런 필자에게 최근 경찰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이며 경찰에 대해 가졌던 관념 자체가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
이재명‧조국 등의 끝도 없는 죄상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고 인권을 배려하던 경찰이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 군사작전 하듯 무기를 총동원하려는 시도를 보며 충격을 받고 있다. 경찰은 지금 대통령에게 정말 내란 혐의가 있는지, 대통령을 내란범으로 보는 세력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지도 않고 경찰청장 대행‧수사본부장의 지시 하나로 집단행동을 하고 있다.
물론 대통령도 만약 내란죄를 저질렀다면 처벌을 받는 것이 맞다. 그러나 지금 대통령에게 내란 혐의를 덮어씌우는 세력은 누구이며, 내란이라는 죄목으로 구속당한 세력은 누구인가. 이 두 세력이 도대체 무슨 대결을 벌이고 있으며 이 대결이 벌어지고 있는 대한민국 정세가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 경찰도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경찰의 의도대로 대통령을 체포해 내란죄로 처벌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다음 대한민국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 건지 알고 있는가.
지금은 대통령 체포 작전에 돌입하기 전 14만 대한민국 경찰은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야 할 때다. ‘경찰은 어떤 존재인가.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 상황인가. 어떤 세력과 어떤 세력 간의 줄다리기가 펼쳐지고 있는 건가. 나는 지금 줄다리기의 어느 편에 서 있는 건가….’
경찰, 어떤 존재인가
경찰의 정식 명칭은 ‘대한민국 경찰’이다. 대한민국을 위해 존재하는 경찰이란 의미다. 국방부는 대한민국 국방부이고, 외교부는 대한민국 외교부이다. 즉, 국방부‧외교부 등 모든 정부 부처가 대한민국을 위해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각 부처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명칭 앞에 ‘대한민국’이라는 글자를 붙인 곳은 국방부뿐이다. 심지어 대한민국 체제 수호를 근본 임무로 하는 국정원조차 명칭에 대한민국이라는 글자가 없다. 문재인 정권을 거치며 정식 명칭에서 대한민국이란 글자가 삭제된 것이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정식 명칭은 대한민국 경찰이다. 그러나 자신들이 대한민국을 위한 존재라는 사실을 망각하는 순간, 경찰은 무기를 가진 위험한 폭력 집단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경찰은 자신들이 대한민국을 위해 존재하고, 대한민국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며 대한민국을 위해 활동하는 존재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경찰, 대한민국의 무엇을 수호해야 하나
경찰은 치안만 책임지는 조직이 아니다. 검찰을 대신해 범죄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나아가 국정원을 대신해 간첩을 잡고, 내부의 적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중차대한 임무까지 맡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 경찰은 대한민국의 무엇을 수호해야 하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경찰은 대한민국 공직자로서 영토‧국민‧주권‧정부라는 국가의 외형적 4가지 구성 요소를 지켜야 함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라는 내적 요소도 지켜야 한다. 내면적 국가정체성 요소로는 대한민국의 건국 역사‧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자본주의)‧한미동맹 등 친미 기조 등이 있다.
경찰은 치안만 지키는 것이 아니고 북한 등 대한민국을 허물려는 외부의 적과 종북 반국가세력이라는 내부의 적이 정부를 전복하는 것을 막는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를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허물려는 반국가세력을 막고, 대한민국 건국의 산파 역할, 6‧25전쟁 참전, 한미동맹 등으로 대한민국을 지켜 온 혈맹 미국을 적대시하는 반미 세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을 지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것이 경찰의 정체성이자 존재 이유이다.
반공 활동으로 대한민국 지켜 낸 영웅
서울 동작구의 국립현충원에 가면 6‧25전쟁 때 순국한 경찰관 439위가 묻힌 묘역이 있다. 경찰관들은 북한의 남침에 맞서 많은 피를 흘렸다. 북한군과 남한 좌익들은 마을을 점령한 후 반동분자를 숙청한다면서 우익 인사들을 체포해 처형했는데, 그 1순위가 바로 경찰과 경찰 가족이었다. 그만큼 경찰은 6‧25전쟁 당시 공산 세력을 막는 데도 가장 큰 역할을 했고, 공산 세력에 의해 가장 많이 희생당한 존재였다.
경찰의 1949년 이후 치열한 반공 활동이 아니었으면 지금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다. 경찰의 공산 세력과의 싸움은 6‧25전쟁 이전이 훨씬 더 심했다. 해방공간 남한에서는 박헌영이 주도하는 조선공산당‧남조선노동당(남로당)이 곳곳에서 폭동을 일으켰다.
대구폭동사건‧여순반란 당시 최대의 희생자는 경찰
1946년 10월1일 대구폭동사건 당시에도 폭동이 대구‧영천‧구미 등지로 확산되면서 많은 경찰관이 반란군에 의해 눈알을 뽑히고 목이 잘리거나 산 채로 파묻히는 등 온갖 만행의 희생자가 되었다.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이 건국된 후 여수 주둔 14연대의 좌익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켜 여수‧순천 일대를 8일간 점령해 인공기를 걸어 놓고 인민재판이나 무단 처형을 통해 수천 명의 희생자를 냈는데, 당시 가장 많이 희생당한 게 바로 경찰이었다.
경찰은 그런 희생을 당하면서도 여순14연대반란사건(여순반란사건) 이후 공산 세력의 위험성을 깨닫고 남로당‧빨치산 등의 공산 세력 소탕에 앞장섰다. 특히 경찰은 1949년 남로당 서울시당 대표인 홍민표를 설득해 전향시켰다. 그리고 그를 경찰로 특채해 6‧25전쟁이 일어나기 직전 남로당 총책 김삼룡‧정치고문 이주하를 체포하고, 거물 공작망 성시백을 체포하는 등 남로당 핵심 인물들을 제거함으로써 북한군이 남침했을 때 동조 반란을 저지할 수 있었다. 이로써 미군이 들어와 북한군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을 번 것이다.
이렇듯 해방공간 군조직 내에는 좌익이 많이 숨어들어 반란을 일으켰지만 경찰에는 반란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좌익 세력을 제압하고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만들고 지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경찰을 변질시킨 문재인 정권
문재인 정권은 취임 초부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허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이들은 2010년 조국 전 서울대 교수가 자신의 책 ‘진보집권플랜’에서 밝힌 대로 “5개년 계획을 준비해 두었다가 정권을 잡으면 초기 1∼2년 내에 전광석화처럼 개혁해야 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세계 공산화 역사를 보면 소수의 공산 세력이 정권을 잡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반동분자 숙청 작업이다. 공산주의 체제로의 변혁에 장애가 되는 반공 세력을 철저히 제거한 것이다. 공산 세력은 정권을 잡으면 일단 모든 정부 관련기관‧관변단체‧언론 등 각 주요 진지에서 인적 교체 작업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파열음이 있었지만 막무가내로 진행했고, 우파 세력은 그저 순순히 밀려났다.
문 정권이 가장 집중적으로 ‘적폐 청산’ 작업을 진행한 대상은 국정원이었다. 국정원은 정부 전복 세력‧반체제세력‧반국가세력을 감시‧견제하는 국가 수호 기관이었으므로 이를 궤멸시키지 않고는 종북좌파 세력이 제대로 전술을 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문 정권이 국정원의 진지를 파괴하는 사냥개로 쓴 것은 검찰이었다. 하지만 국정원 청산이라는 작업이 끝난 후 검찰이 정권에 대해서도 도전하는 모습을 보이자 정권 말기에 이르러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려 했다. 토사구팽이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경북대 법과대 행정학과·동 대학원 졸업
△국가정보원 27년 근무(1990∼2016)
△국가정보대학원 정신교육 담당 교수 17년(2000∼2016)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책임연구위원
△자유수호포럼 공동대표
△주민자치법반대연대 대표
△한국자유총연맹 정책자문위원
△국민의힘 중앙연수원 교수
△주요 저서
‘분류한국사(성민사)’ ‘한국사(박영사)’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인영사)’ ‘6·25동란과 트로이목마(인영사)’ ‘교양분류한국사(인영사)’ ‘박정희 대통령 100대 치적(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종북세력과 위기의 대한민국(대추나무)’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대추나무)’ 등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15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1
슬퍼요0
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