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세무테크] 가족 간 돈 거래도 증빙 없으면 낭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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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2-26 00:02:50

가족 간 금전 거래가 뜻하지 않게 세무 문제로 번지는 경우가 있다. 다음 사례를 소개한다.

딸에게 집 한 채 마련해 주고픈 어머니의 소원

저희 어머니는 평생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가족을 돌보셨습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손님을 맞으며 고된 삶을 사셨지만 늘 자식들에게 “너희가 잘되는 게 내 꿈이다”고 말씀하셨어요. 특히 어머니께는 막내딸인 저를 위한 소원이 하나 있었습니다. 제가 결혼할 때 조그만 아파트를 마련해 주는 것이었죠.

제가 결혼을 앞두고 있을 때 어머니께서 저를 부르셨습니다. “마침 동네에 괜찮은 소형 아파트가 나왔는데, 내가 모은 돈이 조금 부족하구나. 네가 회사원이라 대출을 받기 쉬우니까 좀 도와줄 수 있겠니? 나중에 내가 다 갚을게.” 저는 흔쾌히 대답했습니다. “어머니, 제가 알아볼게요. 천천히 갚으셔도 돼요.”

그렇게 저는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고 부족한 부분은 적금 일부를 해지해 돈을 마련했습니다. 어머니 이름으로 아파트를 매입했고, 결혼 후 그 집에서 남편과 행복하게 새 출발을 했습니다. 어머니는 “네가 잘살면 그걸로 됐다”며 웃으셨죠.

몇 년 뒤, 식당이 잘되면서 어머니는 수익을 조금씩 모으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께서 저를 찾아오셨어요. “식당 옆 가게를 팔면서 돈이 생겼다. 네게 빌린 걸 갚아야 마음이 편하겠구나.” 어머니는 그 돈을 제 계좌로 보내 주셨고 저는 “급할 것 없는데…”라며 웃었지만 어머니의 성의를 받아들였습니다. 가족들도 “어머니가 늘 네 결혼 집 때문에 마음 쓰셨다”고 하며 기뻐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이 일이 나중에 문제가 될 줄 전혀 몰랐습니다.

상속세 조사와 증여 의혹

문제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생겼습니다. 상속 절차를 진행하던 중 세무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어머니께서 가게를 판 돈 중 일부가 고객님 계좌로 입금된 건 사전 증여로 보입니다. 상속 개시 10년 이내 거래라 상속재산에 포함돼 세금을 내셔야 합니다.” 저는 당황했습니다. “그건 증여가 아니라 제가 어머니께 빌려드렸던 돈을 돌려받은 거예요!” 세무서를 찾아가 설명했지만, 담당자는 “차용증도 없고, 이자 지급 내역도 확인되지 않는다”며 증여로 간주하겠다고 했습니다. 가족 간 거래라 차용증 같은 걸 따지지 않은 게 화근이었던 겁니다.

억울함을 참을 수 없었던 저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습니다. 어머니께 돈을 빌려드리기 위해 받았던 신용대출 서류, 적금을 해지한 통장 내역, 그리고 “그 가게는 딸에게 갚을 돈을 마련하려고 판 거다”고 늘 말씀하셨다는 오빠와 언니의 진술서를 제출했습니다.

심판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결국 제 주장이 받아들여졌습니다. 심판원은 “대출 내역과 가족 진술을 종합하면 금전 대여 사실이 인정된다”며 증여세 부과를 취소했습니다. 저는 안도하며 가족과 이 기쁜 소식을 나눴습니다. 하지만 이 일을 겪으며 가족 간의 믿음만으로는 세법 앞에서 부족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차용증 하나 없이 돈을 주고받은 게 이렇게 큰 스트레스가 될 줄은 몰랐어요. 앞으로는 부모님·형제와의 금전 거래라도 반드시 기록을 남기고 증빙을 챙겨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절세 Tip

가족 간 금전 거래가 세무 문제로 번지지 않게 하려면 다음 사항을 꼭 기억해야 한다.

차용증 필수: 대여 사실을 명확히 기록한 문서를 작성한다.

이자 및 상환 관리: 이자 지급과 원금 상환 내역을 규칙적으로 남긴다.

자금 출처 입증: 대출·적금 해지 등 돈의 출처를 증빙할 자료를 보관한다.

상속 전 10년 이내 거래는 세무 당국의 조사가 빈번하니 사전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재산과 마음의 평화를 지키는 길이다.

이재명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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