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세기의 중국이 어떤 시대인지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설명해 보면 어떨까? 난세의 영웅들이 활약한 삼국시대와 문화의 황금기를 꽃피운 당나라시대 사이에 놓인 격변기라고 말이다.
사실 이 무렵은 중국 학계에서도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보통은 중국의 암흑기 또는 혼란기로 뭉뚱그려 정의되거나 중국이 이민족에게 짓밟힌 치욕의 시대로 간주돼 평가절하되기도 했다.
하지만 ‘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 4권에서는 전혀 다른 대답을 들려준다. ‘삼국지’의 영웅들마저 자취를 감춘 4세기경, 중국에 들이닥친 북방 유목민들은 중국 영토의 절반을 점령하며 중국 사회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이러한 현실이 한족에게 불러일으킨 반향은 어마어마했다. ‘천하의 중심은 중국이며, 중국의 중심은 한족’이라는 오랜 믿음이 산산이 무너진 것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한족은 중원 바깥을 모두 오랑캐라 부르며 업신여겼다. 그러나 이제 변방의 오랑캐들이 자신의 터전에 왕조를 세우는 것을 참혹한 심정으로 지켜봐야 했다. 중원이라는 무대에서 내려와 잔뜩 허약해진 마음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세워야 하는 현실과 맞닥뜨린 것이다.
그러나 이민족이 무너뜨린 이 경계는 폐쇄적인 한족 사회에 사고방식의 전환을 요구하며, 오히려 중국에 더없이 찬란한 생기를 불어넣었다. 미술 역시 그 영향권 아래 있었다. 3~6세기는 중국 미술사에서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혁신적인 시기였다.
책은 혼돈의 시대가 빚어낸 눈부신 미술의 향연, 그 경이로운 순간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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