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열전] ‘출산 가산점 파문’과 ‘민주당의 잊혀진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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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권리, 정치적 옵션으로 취급한 민주당의 실패
이재명 후보 과거 언행 보면, 성평등 말할 자격 있는지 묻게 만든다
박원순, 오거돈, 안희정 등 민주 차세대 지도자들 모두 성 스캔달

김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5-14 09:14:34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성평등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2021.8.16. 연합뉴스

한 통의 문자였다. 짧고 단순했지만, 그 안에 담긴 시대착오적 인식은 더불어민주당이 오랫동안 덮어왔던 균열을 일거에 드러냈다. "여성은 출산 가산점과 군 가산점이 있을 것", 민주당 선거대책위 유세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던 김문수 의원(비례대표)의 이 발언은 단지 선거 전략의 실수가 아니었다. 그것은 민주당이라는 조직이 여성의 권리와 목소리를 ‘정치적 옵션’ 정도로만 취급해왔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논란은 한 여성 유권자의 항의 문자에서 시작됐다. 이재명 대표가 내세운 10대 핵심 공약에서 ‘여성’이라는 단어는 단 두 차례 등장했고, ‘성평등’이라는 개념은 아예 빠져 있었다. 반면 ‘군 복무 경력의 호봉 반영’은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명시됐다. 이에 유권자가 문제를 제기하자, 김 의원은 개인 문자로 “여성은 출산 가산점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내용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고, 즉각적인 비판 여론으로 이어졌다.

김 의원의 발언은 여러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

우선, 출산이라는 생물학적 행위를 여성의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이는 출산을 하지 않은 여성은 상대적으로 덜 가치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출산은 개인의 선택일 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의학적 여건에 따라 어렵거나 불가능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특히 난임, 미혼, 혹은 출산을 원하지 않는 여성들에게 출산 가산점은 사실상 ‘낙인’이자 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제도의 실현 가능성도 의문이다. 군 가산점 제도는 남성들이 사회 초년기에 입직할 때 일정한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평균 초산 연령은 이미 33세를 넘었다. 청년 여성들이 취업을 준비하는 20대 시점에 출산 가산점을 받는 일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김 의원의 발언은 실효성 없는 구두선에 그칠 가능성이 높으며, 오히려 “출산을 해야만 여성으로서 대우받을 수 있다”는 왜곡된 신호를 던진 셈이다.

비판이 커지자, 김 의원은 선대위 직책에서 물러났고 민주당 측은 “공식 공약이 아니다”라며 수습에 나섰다. 이재명 후보도 논란이 확산된 뒤, 유권자에게 보낸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통해 “사유와 과정을 불문하고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여성정책을 별도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진정성을 믿기 어려운 이유는 민주당이 과거에 보였던 모습 때문이다.

우리는 기억한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강제추행,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권력형 성폭력. 이들은 모두 민주당의 간판급 인사들이었고, 차세대 지도자로 주목받던 인물들이었다. 그러나 사건이 드러났을 당시, 민주당은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기보다는 침묵하거나 회피했다. 일부 인사들은 피해자보다 가해자에 더 무게를 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재명 후보 본인의 과거 언행도 성평등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게 만든다. 그는 과거 유부남 신분으로 무상연애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홍준표 후보는 이를 “유부남 무상연애”라고 비판하며 성적 책임감 없는 태도를 지적했다. 이는 이 후보가 공직자로서 여성에 대한 책임감 있는 태도를 갖추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대목이다.

또한, 이재명 후보는 형수에게 욕설을 퍼부은 사건으로도 큰 논란을 일으켰다. “XX를 확 찢어버릴 거야”라는 폭언은 여성에 대한 폭력적이고 감정 절제력 없는 태도를 드러냈다. 이는 그가 말하는 ‘성평등’의 진정성에 중요한 의문을 던지며, 그의 공직자로서 자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이번 ‘출산 가산점’ 발언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여성의 존재를 ‘출산 여부’라는 이분법으로 구분하고, 그것을 사회적 보상의 기준으로 삼는 인식은 여성을 온전한 시민이자 주체로 보지 않는 전형적 사고다. 이 같은 발언이 아무런 검토나 경계 없이 선대위 내부에서 오갈 수 있었다는 사실은 민주당 내부에 여전히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돼 있음을 방증한다.

정치는 언어다. 그리고 언어는 기억을 소환한다. ‘출산 가산점’이라는 말에 상처받은 여성들, 과거 성폭력 사건에서 보호받지 못한 피해자들, 이재명 후보의 욕설을 들으며 고개를 돌렸던 유권자들. 민주당은 과연 이들과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제는 말이 아니라 증명할 시간이다. 모호한 사과나 공허한 메시지가 아니라, 구체적인 공약과 실행 계획, 무엇보다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 없이 다시 ‘성평등’을 입에 올린다면, 그것은 또 한 번의 기만일 뿐이다.

김영 기자 jebo@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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