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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8일 단독으로 처리한 2차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은 기업 경영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법안들이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은 대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외 투기자본이나 단기 투자자들의 무리한 경영 간섭을 허용할 수 있다는 등의 우려가 제기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노란봉투법이다. 하청 근로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대폭 제한하는 이번 법안은 노사 관계의 판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 특히 사용자 범위 확대 조항은 현대차처럼 수천 곳의 협력업체를 둔 대기업에 치명적이다. 1년 내내 교섭 테이블에 묶여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외국 기업과 투자자들의 반응은 더욱 직접적이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는 “교섭 상대 노조가 불분명한 상황에서도 교섭 거부 시 형사처벌 위험에 직면한다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경고했다. 이미 일부 유럽계 전자부품 제조업체는 생산라인을 동남아시아로 이전했으며, 본사 차원에서 한국 투자 확대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증언이 나오는 상황이다.
중후장대 산업의 타격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철강·건설·자동차 등 복잡한 하청 구조를 가진 업종들은 한 공정의 중단이 전체 생산라인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 대우조선해양 시절 하청노조의 51일간 불법 점거로 8100억 원의 피해를 입은 한화오션의 사례는 노란봉투법이 가져올 미래를 분명히 보여준다.
국내 사정이 이러니 기업들이 해외에서 현실적 대안을 찾으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현대제철의 8조5000억 원 규모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 건설, 포스코의 인도·미국 신규 제철소 프로젝트 등이 단순한 해외 진출이 아니라 국내 리스크 회피 수단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동남아·중동·동유럽으로의 생산기지 다변화는 결국 국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것은 자승자박이다. 우리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 내외인 현실에서 관세 부담까지 더해진다면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길이 사실상 막힐 수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기업 경영을 더욱 어렵게 하는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국회는 지금이라도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념적 접근보다는 철저히 국익 관점에서 개정안들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제 8단체가 “위기 극복을 위해 하나로 뭉쳐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한 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기업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한 채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그 피해는 결국 일자리를 잃게 될 근로자들과 경제 침체를 감당해야 할 국민 전체에게 돌아갈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지금이라도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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