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호의 오늘 생각] ‘진리’와 ‘당파성’ 혹은 세상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연재기획

방민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9-18 00:02:59

비평은 이른바 ‘문명 비평’에 다다라야 한다. ‘내’가 몸 담고 있는 세계, ‘내’가 관여된 세계가 바람직한가, 건강한가, 병들어 있지 않은가를 마치 환자의 용태를 살피는 의사처럼 주의 깊게 살펴 진단을 내리고 처방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째서 문학 작품의 장단점·공과를 논하는 비평이 ‘의사의 진단’에까지 비유되어야 하는가, 그럼으로써 비평은 무엇을 하려 하는가? 나는 질문들에 일일이 답하는 대신, 문명 비평을 지향하는 비평이 문학의 가치를 최대한 확장시켜 사유할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한다.

어떻게 하면 이 사회의 문명적 상태를 잘 진단할 수 있는가 할 때, 비평가는 반드시 ‘몰이해성’, 곧 ‘가치중립적 태도’를 견지하려 해야 한다. 이를 꽤 오래된 현대 영국 비평가는 ‘dis·interest·ed·ness’라 했다. ‘이해관계에 얽매임’에서 벗어난 태도를 견지할 때 비로소 제대로 된 비평적 진단이 가능하리라는 것이다.

이 어휘를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어휘만 사라져 가는 게 아니라 바로 그런 태도 자체가 문학인들, 특히 비평가들에게서 사라져 버렸다.

카를 마르크스는 이와는 완전히 다른 시각을 보였었다. ‘자본론’에서 자본주의를 분석적으로 날카롭게 비판한 그는 상품의 ‘물신성(물신주의·der Fetischismus)’을 말했다. 노동의 잉여가치 생산이 자본의 이윤 창출 능력으로 물구나무를 서서 거꾸로 나타나는 것은 ‘물(物)’의 외관에 시선을 빼앗기는 물신주의 때문이며 여기서 벗어나 자본주의 세계를 제대로 꿰뚫어 보기 위해서는 자본이 아닌 노동의 입장에서 세계를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나중에 영국 뉴레프트(신좌파)의 일원인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마르크스가 말한 ‘당파성(die Parteilichkeit)’은 진리론에서 불필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그는 ‘칸트에서 헤겔로 가는 길’과 ‘칸트에서 프레게로 가는 길’을 대비해서 보여준다. 헤겔로 가는 길이 ‘주객동일성’의 관념철학의 길이라면 프레게로 가는 길은 언어철학의 길이다. 이 언어철학은 해협을 건너가 영국에서 꽃을 피우며, 어떻게 언어가 진리에 접근할 수 있는가, 대체 진리라는 것이 있기는 한 것인가, 진리에 대한 신념은 어떻게 바뀌는가를 따진다.

언어철학의 진리론은 우리가 진리에 접근하기 위해서 전제되어야 할 계급적 입장 같은 것은 ‘없다’고 본다. 프롤레타리아의 입장에 선다 해서 그것이 곧 진리 접근성을 담보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부르주아적 입장이라는 것도 당연히 그렇다. 당파성은 오히려 진리에의 접근을 가로막을 수 있다. 이론에의 검증이 관건인데, 그것도 직접적·실험적 검증이란 있을 수 없으며 이론의 정합성을 둘러싼 검증 과정만이 진리 접근성을 시험대에 올릴 수 있다.

최근의 비평과 문학은 오랫동안 ‘노동’만을 위하여 ‘이론’을 창출해 오지는 않았는가? 그런 논리의 제조기에서 노동은 비유다. 나는 언젠가 말했었다. 가난한 이들의 벗이 되겠다고. 그러나 가난을 숭배하지는 않겠다고. 비평가는 세상을 더 ‘공평무사심’으로 대하고 평가하고 발언해 가야 한다.

방민호 필진페이지 +

후원하기

정기 후원
일반 후원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는 공공성에 기반해 독자가 만들어 가는 언론을 지향합니다. 정기 또는 일반 후원시 맞춤형 뉴스, 독자에게 할당하는 지면 서비스, 동행하는 홍보, 유상증자시 참여기회 제공(법인에 한함)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