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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따르라!”
리더의 이 한마디가 조직의 명운을 결정하던 때가 있었다. 지위에서 나오는 힘이 조직의 방향을 결정했다.
이순신 장군은 명랑해전 때 13척의 배로 133척의 일본 수군과 싸워 대승을 거두었다. 조직을 살린 것은 출중한 인물의 탁월한 리더십이었다.
산업화시대에 와서도 리더의 역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일들이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일어났기에 조직 내 명령·복종 관계가 명확할수록 효율성이 올라갔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이후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증가하고 구성원의 성취 욕구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시점에서 권위는 예전만큼의 위력을 갖지 못하게 되었다. 리더의 감이 현장 지식과 전문성을 가진 실무자의 의견과 데이터 기반 분석을 넘어서지 못하는 탓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조직 전체가 공감하는 비전과 핵심 가치를 공유하고 구성원의 의사를 취합해 방향성을 제시하는, 소위 섬기는 리더가 대접을 받는다. 수평적 협업과 투명한 소통이 조직의 향방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리더는 더 이상 지시하고 통제하는 사람이 아니다. 구성원의 성장을 돕고 동기를 부여하며 조직 변화를 이끄는 조력자에 가까워졌다. 오늘날 진정한 리더십은 ‘권위’가 아닌 ‘영향력’에 있다.
권위가 주로 지위, 직책, 제도적 권한에서 비롯된다면, 영향력은 개인의 역량, 인품, 신뢰, 비전 공유 등 비강압적인 요소에서 형성된다. 권위는 ‘따라야 한다’는 의무를 강요하지만, 영향력은 ‘따르고 싶다’는 자발적 동기를 부여한다. 전자가 일시적이고 상황적이라면, 후자는 지속적이고 강력하다.
이러한 변화는 서점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07년 출간된 ‘리더십의 본질(아서 코터렐 외 2명 지음, 비즈니스맵)'에서는 리더의 용기와 결단을 강조했다.
“최고위층에서 기업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고대로부터 지도자들은 때때로 여러 대안 중에서 자기 인생뿐만 아니라 조직의 미래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을 맞이하곤 했는데, 이러한 결정은 흔히 ‘루비콘 강을 건넌다’는 표현으로 묘사되곤 했다.”
과거에는 리더들이 루비콘강을 건널지 말지 결정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데이터가 루비콘강을 건널지 말지 알려준다. 리더는 효율적으로 건널 방법만 고민하면 된다. 이때 가장 중요한 임무는 뒤처지는 병사는 없는지 살피는 일이다.
과거에는 약하고 모자란 구성원을 낙오시키는 것이 승리 쟁취의 한 방법이었지만, 요즘같은 SNS 시대에 섣불리 꼬리 자르기를 했다가는 꼬리가 용이 되어 조직을 삼킬 수도 있다.
2025년 출간된 ‘리더의 덕목(에드거 샤인, 피터 샤인 지음, 푸른숲)'은 리더십을 ‘관계’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개인 간이든, 개인과 집단 간이든, 집단 간이든 관계 맺기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계 맺기는 열린 태도와 겸손이 기본이다.
“겸손한 리더십은 관계 맺기를 잘하기 위한 리더의 필수 덕목이다. 먼저 구성원들에게 자신이 모르고 있는 것들을 알리고 인정하며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겸손한 자세로 전하면, 업무적으로만 맺어진 관계가 인간적으로 발전하면서 그 조직은 긍정적인 발전 가능성과 높은 성공률을 가지게 된다.”
여기서 겸손하다는 것은 리더 개인의 성격을 말하는 게 아니다. 책은 리더가 가져야 할 겸손함의 덕목으로 △불확실성 받아들이기 △혼자 모든 답을 알고 있다는 생각 버리기 △혼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 버리기를 꼽는다.
리더의 겸손이란 ‘상황적 겸손’이다. ‘조직의 운명은 오직 내 손에 달려 있다’ 식의 구태한 사고방식을 가진 리더는 불확실성과 변동성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유능한 개인일지라도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거나 시시각각 변하는 유입 정보를 효과적 전략으로 녹여낼 수 없기 때문이다. ‘나 혼자 리더십’이 쉽게 망상에 이르곤 하는 이유다.
문화란 ‘공유되어 축적된 학습’이다. 리더는 자신이 배운 교훈을 다른 구성원과 공유함으로써 조직문화를 형성한다. 여기에 새로 영입된 사람들이 들여오는 또 다른 관점을 받아들임으로써 조직문화를 업그레이드하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축적과 쇄신은 조직을 성장시키는 토대가 된다.
리더는 상호적인 주고받음에 열려 있어야 한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직원은 조직 내에서 조금 불편한 존재지만 꽉 막힌 리더는 업무를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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