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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025 경주 정상회의를 통해 ‘글로벌 리더 한국’ 위상을 다졌다. 경제, 외교·안보 분야에서 다양한 실질적 성과를 거뒀다.
세계는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 심화로 각국의 이해관계도 다방면에서 충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1개국 정상들이 다자외교의 장인 APEC을 플랫폼으로 삼아 협력과 연대로 극복하자고 재확인하며 ‘경주선언’을 채택한 게 의미 있다.
경주선언은 먼저 올해 APEC의 3대 중점과제인 ‘연결·혁신·번영’을 기본 틀로 무역·투자, 디지털·혁신, 포용적 성장 등 APEC의 핵심 현안에 대한 주요 논의를 포괄해 담은 게 주목된다. 또 인공지능(AI) 협력 및 인구구조 변화 대응에 대한 회원들의 공동 인식과 협력 의지를 집약했다.
특히 ‘문화 창조산업(Cultural and Creative Industries)' 분야 협력에 뜻을 모아 글로벌시대 아태 지역에 공존공영의 아이템을 제시한 게 눈길을 모은다. 다만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 기조 심화로 인해 기존 APEC 선언문에 들어 있던 자유무역 질서 지지 문구가 빠진 게 아쉽다. 하지만 진통 끝에 합의문을 이끌어낸 것 자체가 ‘선방’이다.
주최국인 우리의 결실이 적잖다.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했듯 대한민국이 새롭게 일어서 국제사회 복귀와 한반도 평화 구현의 당위성을 알렸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의 큰 결과물은 단연 관세 협상 타결이다.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펀드의 현금 비율과 분납 방식 등에서 합의를 보았다. 일본과 유럽산 자동차 관세가 15%로 낮아지면서 25% 관세를 부담했던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회복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가 현재 보유한 구식이고 기동성 떨어지는 디젤 잠수함 대신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한 점은 큰 수확이다. 성사 시 한국은 세계 여덟 번째 핵잠수함 보유국이 될 수 있다.
미·중 정상이 100여 분간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 건 글로벌 무역 전쟁의 불확실성을 줄여줬다는 점에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2기 출범 후 처음 만나 파국을 피하는 ‘세기의 담판’을 가졌다. 미국은 대중 관세를 낮추기로 했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유예하고 미국산 대두 구매를 재개키로 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 봉합에 불과하고 갈등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우리 입장에선 미·중 패권 경쟁 장기화를 상수로 보고 고삐 풀린 핵 무력 경쟁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만반의 대비를 해나가는 게 마땅하다.
11년 만에 국빈으로 방한한 시 주석과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갖고 한·중 간 신뢰 회복의 계기를 다진 것도 적잖은 소득이다. 두 나라가 5년간 70조 원 규모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고 민생분야 협력 구상을 구체화한 것은 관계 개선 의지를 뒷받침한다.
이번 경주 APEC 정상회의는 AI 협력, 인구구조 변화에 공동 대응, 문화 창조 산업 등 다양한 협력 성과를 도출했다. 주요 회원국과의 정상회담, 한·중 투자협력위,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CEO) 네트워크 구축 등으로 무역·투자, 자원개발 등 협력 기반도 마련했다. 한국의 경주 APEC 개최는 국가 브랜드 제고, 외교적 네트워크 확장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뜻깊은 성과를 남겼다. 물론 APEC 이후 외교 안보 및 경제적 실질 성과가 나타나도록 정부와 기업 등이 함께 노력해야 하는 과제를 남겨놓고 있음을 재인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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