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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초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마침내 국경을 넘어섰다. 국내 소송이 막 시작된 가운데, 이번에는 쿠팡의 미국 본사 ‘쿠팡Inc’를 상대로 한 미국 내 집단소송이 추진되며 사태가 창업주 김범석 이사회 의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규모 3370만 건한국 성인 4명 중 3명의 정보가 털린 이 사태는, 이제 단순 사고가 아닌 ‘국제적 법적 책임’의 무대로 이동했다.
한국 법무법인 대륜의 미국 법인 SJKP는 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법원에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공식 발표한다. 이들은 이미 원고 일부를 모집했으며, 기자회견 이후 추가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한–미 동시 소송 방침을 밝힌 대륜은 “쿠팡Inc가 한국 쿠팡을 100% 지배하고 있는 만큼, 실질적 책임을 묻기 위해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집단소송이 쿠팡Inc를 향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쿠팡의 지배구조 최정점에는 김범석 의장이 있다. 그는 쿠팡Inc 의결권의 70%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 쿠팡은 이 미국 법인의 100% 자회사다. 미국 시민권자인 김 의장은 서울 출생 후 미국에서 성장해 하버드대 졸업 뒤 2010년 쿠팡을 창업했다. 따라서 미국에서 징벌적 손배가 인용될 경우, 그 책임은 개인·기업 모두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달 29일 쿠팡이 3370만 고객 계정 정보 유출을 인정하면서 시작됐다. 유출 범위에는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공동현관 출입번호, 일부 주문정보 등 민감한 생활 정보가 포함됐다. 이는 2011년 싸이월드·네이트 사태에 맞먹는 대형 사고이며, 올해 상반기 SK텔레콤 유출 규모도 넘어선다.
특히 이번 사건이 외부 해킹이 아닌, 중국 국적 전직 직원에 의한 내부 유출 의혹으로 알려지면서 쿠팡의 내부 보안 통제 실패 논란은 더욱 커졌다. 해당 직원은 이미 퇴사 후 한국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수사 난항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와 수사당국의 대응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쿠팡이 고객에게 ‘노출’이라고 통지한 내용을 강제로 ‘유출’로 정정하도록 명령했고, 경찰은 “2차 피해 여부를 실시간 점검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결제정보·비밀번호·개인통관부호 등은 유출되지 않았다는 것이 쿠팡 측의 설명이다.
경찰은 쿠팡에서 제공받은 서버 로그 기록 등을 바탕으로 사용된 IP를 추적하고 있으며, 유출 정보의 직접 악용 사례와 유출을 소재로 한 스미싱·보이스피싱 범죄를 구분해 모니터링하고 있다. 다만 피의자가 특정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 답변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쿠팡은 7일 자사 공지를 통해 "이번 사고는 새로운 유출이 아니라 11월 29일 통지한 유출 사고에 대한 추가 안내"라며 "2차 피해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공동현관 출입번호를 기입한 고객에게는 번호 변경을 권고하고, 스미싱 방지 안내 등을 긴급 공지했다.
하지만 거대한 소송전이 본격화되면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정보 유출을 넘어 쿠팡의 지배구조·보안 시스템·책임성·글로벌 경영체제의 구조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특히 미국 집단소송은 한국 기업이 해외 모회사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는 전례가 드문 만큼, 플랫폼 기업의 책임 범위를 재정의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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