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의 주택 투기 차단을 위해 정부가 부동산 거래 신고 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질한다. 국토교통부는 8일, 외국인 매수자의 체류자격과 국내 거소 여부를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 취득 시에는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을 새로 요구하는 내용의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 개정안이 9일 공포되며 내년 2월10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지난 8월 21일 정부가 외국인의 주택 투기 우려를 이유로 수도권 전역에 준하는 규모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지정 효력이 발생한 8월 26일 이후 정부가 거래 동향을 분석한 결과, 최근 3개월(9~11월) 동안 수도권 외국인 주택거래는 전년 대비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숫자는 곧 사회의 신음이고, 정책은 그 신음을 더 크게 듣기 위한 기계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외국인 거래의 72%는 중국 국적, 14%는 미국 국적이 차지했다. 지역별 거래량 감소폭은 서울이 49%로 가장 높았고, 특히 서초구는 75%까지 떨어지며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 강남 3구와 용산구도 합산 기준 48% 감소해 정책 효과가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파악된다.
비거주 외국인이 관리인을 세워 거래하는 '위탁관리인 지정거래'는 사실상 시장에서 사라지다시피 했다. 1년 전 56건이던 해당 거래는 최근 3개월 동안 1건으로 줄었다. 불투명한 위탁 구조가 투기성 자금의 우회 경로로 활용됐다는 비판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는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준 셈이다.
국토부는 외국인 매수인에게 △체류자격 △주소지 △183일 이상 거소 여부 등 구체적 정보를 신고하도록 해, 무자격 임대업과 탈세에 대한 사전 검증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발 물러서서 보면, 국경을 넘어 흘러오는 투기성 자금은 늘 국가 정책의 가장 예민한 신경을 자극해 왔다. 이번 조치는 그 신경을 더욱 촘촘하게 세우는 과정이다.
또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허가를 받고 주택을 취득한 경우에는 자금조달계획서와 입증서류 제출 의무가 새롭게 적용된다. 해외 차입금 규모, 해외 금융기관명, 보증금 승계 여부, 사업용 목적 대출 등 국내·외 자금 흐름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해, 정부가 투기성 자금을 훨씬 정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자금조달계획서의 촘촘함은 때로 사람들을 한숨짓게 하지만, 그 숨 속에 숨어 있는 편법과 불평등을 함께 포착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국토부는 이번 강화 조치가 시장교란행위 조기 차단과 공평과세 실현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고 절차가 복잡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정부는 부동산거래신고시스템(RTMS)과 전자계약시스템을 올해 12월까지 개선해, 개정안 시행과 동시에 인터넷 신고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의 불편을 줄이면서도 정책의 날카로움은 유지하려는 절충이다.
박준형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이번 개정으로 외국인의 투기 행위를 제도적으로 억제할 기반이 마련됐다”며 “실수요 중심의 거래 질서를 확립해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