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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동석한 타 후보들에게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자고 제안했다. 안 후보가 이러한 주장을 한 이유는 역대 정부가 새롭게 들어서면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전 정권의 관련자와 친인척에 대한 수사가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예외없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적폐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란 의미다. 역대 새 정권들은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관행처럼 단행했다. 대표적 사례는 △김영삼 전 대통령 집권 시기 이뤄진 전두환 전 대통령 등 수사 △김대중 전 대통령 당시의 김영삼 전 대통령 측근 수사 △노무현 전 대통령 때의 대북송금 사건 수사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의 박연차게이트 수사 등이다.
12‧12사태 책임을 물은 YS… 국민의정부도 전 정권 수사
김영삼 전 대통령 때 실시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12‧12사태 관련 수사는 신 정권의 구 정권에 대한 대표적인 적폐청산 수사로 꼽힌다.
1993년 5월13일 김 전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신군부 세력이 주축이 돼 벌인 12‧12사태를 하극상에 의한 군사쿠데타로 규정했다. 같은날 이경재 청와대 대변인은 “김 대통령이 누차 언급한 바와 같이 하극상에 의한 군사쿠데타”라며 “(민주화 운동에 나섰던) 김 대통령 자신이 바로 이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 중 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1995년 11월30일 검찰은 ‘12‧12 및 5‧18 사건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본격전인 수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1997년 4월17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반란수괴‧반란모의참여‧반란중요임무종사‧불법퇴진‧초병살해‧내란수괴‧내란목적살인‧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의 죄목으로 전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과 2205억원 추징을 선고했고 노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에 추징금 2628억원을 선고했다.
전 전 대통령은 구속 전인 1995년 12월2일 서울 연희동 사저 입구 골목에서 정치적 필요에 따른 수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저는 이미 지난 13대 국회의 청문회와 장기간의 경찰 수사 과정을 통해 12‧12 및 5‧18 등의 사건과 관련해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답변을 한 바 있고 검찰도 이에 의해 적법 절차에 따라 수사를 종료 한 바 있다”며 “검찰의 태도는 더 이상의 진상규명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현 정국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 정권 수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 때도 있었다. 당시 사정당국은 1997년 외환위기 책임을 물어 김영삼정부의 김인호 경제수석비서관과 강경식 경제부총리를 직무유기 등 혐의로 수사했다. 정치권에선 ‘헤드’ 즉 김영삼 전 대통령을 겨냥해 증거수집을 목적으로 그 측근들을 먼저 수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동교동계 측은 해당 의혹을 일체 부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대중정부가 북한에 불법으로 4억5000만 달러를 송금했다는 의혹이 2002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되자 검찰 수사는 시작됐다.
노 전 대통령은 당초 대북송금 사건 특검과 관련해 갈림길에 섰다. 그는 2003년 3월14일 의혹 규명을 위해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지 말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결국 거부권을 택하는 대신 원안대로 공포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특검을 하되 제한적으로 하자는데 여야 의견이 일치하고 있기 때문에 특검법을 공포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검 수사 결과 김대중정부가 민간기업 등에 요구한 뒤 북한 정권에 4억5000만 달러를 불법으로 송금한 정황이 드러났다.
결국 2004년 3월26일 김대중정부 인사인 임동원 전 국정원장, 이기호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등 8명이 대법원에서 외국환거래법‧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등 위반이 인정돼 유죄가 선고됐다. 특히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징역 3년에 추징금 1억원이 선고됐다.
참여정부는 적법한 수사였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2017년 4월17일 박 전 실장은 국민의당 대표 신분으로 19대 대선 선거운동을 위해 전북 전주를 방문한 뒤 노무현정부의 대북송금 특검 수용을 강력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전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장)은 대북송금 특검을 해서 우리 김대중 대통령을 완전히 골로 보냈다”고 주장했다.
극단적 선택을 한 盧… 이명박도 영어의 몸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때는 노무현정부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다. 이른바 ‘박연차게이트’로 불리는 정관계 로비 사건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다수 정계 인사들에게 뇌물을 살포해 논란이 된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특히 친노세력으로 불리는 노 전 대통령 측근 인사들이 대거 적발돼 구속됐다.
구속된 노 전 대통령 측근은 이광재 의원 등이었다. 2009년 4월30일에는 노 전 대통령도 결국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게 됐다. 그러던 중 동년 5월23일 노 전 대통령이 고향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자 검찰은 공소권 없음을 이유로 수사를 종결했다. 2009년 6월12일 검찰은 ‘박연차 게이트’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관련자를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도 이명박정부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됐다. 2018년 3월19일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뇌물수수 및 300억원대 다스 자금 횡령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같은달 22일 이 전 대통령은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뇌물수수‧조세포탈‧국고 등 손실과 같은 혐의를 적용했다. 2020년 10월29일 이 전 대통령은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원 및 추징금 57억8000여만원이 확정됐다.
문재인정부도 적폐청산 일환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4월10일 자신의 SNS에 “오늘 검찰의 기소와 수사결과 발표는 본인들이 그려낸 가공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놓고 그에 따라 초법적인 신상털기와 짜맞추기 수사를 한 결과다. ‘이명박이 목표’라는 말이 문재인정권 초부터 들렸다”며 수사에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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