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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안팎에선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첨단 기술을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 시장 연 평균 7.7% 성장 예상…보건 산업 수출액 역대 최고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전 글로벌 바이오 산업 시장 전망은 2020년 4617억달러에서 2027년 7035억달러로 연평균 6.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진단 및 치료 솔루션 수요 증가에 따라 2020년 5041억달러에서 2027년 9114억달러로 연 평균 7.7%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 세계 제약바이오 산업이 성장하며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보건 산업 수출은 전년 대비 38.3% 증가한 217억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고액을 달성했다. 지난해 보건 산업 수출액은 247억달러로 역대 최고액을 다시 한 번 경신했으며 2022년 보건 산업 수출액은 바이오의약품 및 백신, 치료제 시장 확대와 진단용 제품 수요가 지속되며 276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동안 제약 산업의 실적을 이끈 분야는 위탁 생산(CMO)이었다. 갑자기 늘어난 코로나19 백신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제약사에 CMO 계약을 체결하며 한국은 코로나19 시대의 ‘백신 허브’ 역할을 했다.
기업들은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 것이 아니라 인류와 코로나19가 공존하는 엔데믹(풍토병화)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백신 개발을 이어간다. 진원생명과학은 2020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임상 1·2상을 허가 받은 DNA 백신 후보물질 ‘GLS-5310’을 부스터샷 (3차접종)용으로 개발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유바이오로직스는 1·2차 기본접종용 백신 개발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기술력은 향후 새로운 바이러스가 발생했을 시 빠르게 대응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백신 수요가 줄어들면서 국내 제약사가 진행하던 백신 개발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제넥신은 이달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X-19N’의 인도네시아 2·3상 임상시험 철회를 신청한다고 공시했다. 제넥신이 밝힌 코로나19 백신 개발 비용은 약 10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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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임수진] ⓒ스카이데일리 |
제약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사실 백신 개발에 필요한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고 해외 백신들에 비해 많이 늦은 상황이라 자체적인 백신 개발을 이어가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코로나바이러스의 치명률이 떨어지고 백신 수요도 줄어들며 CMO 수요도 동반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푸트니크, 코비박 등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 CMO를 맡은 제약사들은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가 경제 제재를 받으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휴온스글로벌은 스푸트니크V CMO 사업을 이달 10일자로 중단했다고 13일 밝혔다. 휴온스 글로벌은 이번 CMO를 위해 확대한 바이알 라인을 다른 품목으로 교체해 가동할 계획이다.
AI 신약·디지털 치료제 등 첨단 기술 이용 미래 먹거리 창출
호황을 누리는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한차원 더 도약하기 위해 인공지능(AI)신약 개발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약 개발에서 AI가 갖는 장점은 압도적인 정보처리 능력이다. AI는 신약 연구팀 수십 명이 몇 년 동안 수행하는 논문 탐색과 화합물 탐색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아울러 AI는 임상 실험 단계에서도 환자군 탐색, 약물 상호작용 예측 등의 역할을 탁월하게 수행할 수 있다.
미국 바이오 전문매체 피어스바이오텍에 따르면 AI 신약 개발 기업 인실리코 메디슨이 AI가 설계한 폐섬유화증 치료제 후보물질의 첫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인실리코메디슨은 AI 신약 개발 플랫폼이 18개월 이내로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신약 개발 바이오텍 스탠다임이 SK케미컬, HK이노엔, 삼진제약, 한미약품 등과 손을 잡고 42개의 AI를 통해 신약후보물질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스탠다임은 2015년부터 지금까지 총 803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스탠다임은 지난해 11월 SK케미컬 본사내에 합성 연구소를 신설하고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신약 개발 벤처 기업 온코크로스는 자체적인 AI 신약 개발 플랫폼 갖추고 AI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온코크로스는 지난달 호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근감소증 등 근육질환을 타깃으로 하는 파이프라인 OC514의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전문가들은 AI 신약 개발이 아직 시작 단계에 있기 때문에 파생되는 문제가 있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인정받는 만큼 꾸준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홍승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 신약 개발 지원센터 책임연구원은 “현재 인공지능 신약 개발 회사들이 다양한 제약사 파트너와 함께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서로 영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소통의 곤란을 겪는 사례가 있다”며 “인공지능 식약개발 회사에서 제약사 출신을 채용하거나 제약사가 인공지능 인력을 채용하는 등 소통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연구원은 이어 “하지만 여전히 더 많은 회사가 생겨나고 투자금이 늘어나는 등 인공지능 신약 개발의 가능성은 인정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홍보팀 황장연 ST는 “제약사들의 첨단 기술에 대한 관심은 ‘시도하기 좋은 것’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바뀌었다”며 “아직 상품으로서 성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시장 진입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뛰어드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제약 바이오 산업에 첨단 기술을 접목하기 위해서는 AI 등 전문 분야 인력과 제약바이오 인력을 골고루 보유해야 하며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생태계 마련이 중요하다”며 “제약바이오는 효과 검증, 임상실험,미 식품의약국(FDA) 승인 등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데이터 생산자와 분석가, 모델을 만드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해야 의미있는 결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역설했다.
AI 신약 개발로 전통적인 신약 개발 절차를 단축하는 것에 이어 첨단 기술을 통해 기존 의약품을 대체하는 디지털 치료제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디지털치료제는 질병이나 장애를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중재를 제공하는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법제상으로는 의료기기로 분류되지만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기존 의약품과 유사한 질병 치료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알약 등 1세대 치료제와 항체, 단백질 등 2세대 치료제에 이은 3세대 치료제로 분류된다.
디지털 치료제는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독성 및 부작용이 없고 비용이 적게 들며 실시간으로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미국 시장조사기관 알리드 마켓 리서치의 자료를 인용해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2018년 21억2000만 달러에서 2026년 96억4000만달러로 연 평균 19.9% 성장하고 같은 기간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연 평균 최고 21.7%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존에 신약 개발의 어려움을 겪던 치매, 알츠하이머 등 중추신경계 질환 분야나 생활 습관 관련 행동 교정을 통해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당뇨 등 만성질환 분야, 상담과 행동 교정을 결합한 인지행동치료 효과가 큰 신경정신과 분야 등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기존 의약품과 차별화된 분야기 때문에 스타트업들이 디지털 치료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 스타트업 뉴냅스는 뇌졸중으로 인한 시야장애를 치료하는 ‘뉴냅비전’을 통해 국내 최초로 디지털 임상시험 허가를 받았다. 뉴냅비전은가상현실(VR)기기를 쓴 환자에게 30분씩 특정한 자극을 보내 이를 게임하듯이 판별해 응답하도록 하는 치료기기다. 뉴냅비전은 현재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에서 확증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에서 분사한 스타트업 웰트는 불면증 치료용 앱 필로우 Rx를 개발해 임상실험에 들어갔다. 필로우 Rx는 수면 패턴과 강박 장애 요인 등을 분석해 생활 습관과 적정 수면 시간 등을 권고해준다. 웰트는 올해 안에 확증 임상 종료를 목표로 하며 판매 허가를 받으면 국내 1호 디지털 치료제가 될 전망이다.
한덕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난달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협력해 진행한 성인 주의력결핍.행동장애(ADHD) 디지털 치료에 개발 및 임상결과 발표회에서 “디지털 치료제는 초반에는 화학적 약품이 가진 단점을 보완하는 수준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약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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