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은행은 ‘이자 장사’보다 비이자이익 늘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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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30 00:02:30

미리 가입해야 했을까. 적금 만기를 맞아 새로운 상품에 가입하려 각 시중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갔으나 금리 4% 이상(세전 기준) 적금 상품을 찾을 수 없었다. 2~3%대 수준이었다. 그마저도 대부분 월 적립 50만 원 이하 상품이라 실망스러웠다. 예금은 더 심각했다. 금리가 3.5% 이상인 은행 예금 상품은 없었고 한국은행 기준금리 3.25%를 초과하는 상품도 7곳에 그쳤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말이 맞는 건가. 최근 주요 은행은 예·적금 금리인하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23일 주력 상품인 ‘일반정기예금’ 등 예·적금 상품 4개의 금리를 0.25~0.55%p 내렸다. 같은 날 우리은행도 ‘우리 퍼스트 정기적금’의 약정 이자율을 연 2.2%에서 연 2%로 0.2%p 낮췄다. 지방은행의 금리인하는 더 빨랐다. 부산은행은 18일 9개 수신 상품 금리를 0.1~0.35%p, 경남은행은 14개 상품 금리를 최고 0.75%p 낮췄다.

은행이 예·적금 금리인하에 나선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p 내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속도와 방식이다. 은행은 금리 인하기를 맞아 예금금리를 내리면서도 대출금리는 올리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23일 기준 3.71~6.11%로 지난달 말(3.64~6.15%) 대비 금리 하단이 0.07%p 상승했다. 이달 초 우리·KB국민·신한은행은 주담대 등 가계대출 금리를 0.1~0.25%p 내렸다.

25일에는 우리은행이 대출이동시스템 신용대출 갈아타기 우대금리를 최고 2%p에서 1%p로 인하했다. 과거 기준금리가 하락할 때 대출금리를 ‘천천히 조금’ 내리고 예금금리를 ‘빨리 많이’ 내렸는데 그보다 한층 더 진화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은행으로서는 억울할 수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대출금리를 마음대로 내리기 쉽지 않다. 다만 묻고 싶다. 대출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굳이 예금금리를 내려야 했냐고. 수신 금리는 주담대의 기준금리인 코픽스에 반영된다. 수신 금리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주담대 금리를 높일 수 있다. 그럼에도 가산금리·우대금리에 손을 대며 대출금리를 올렸다는 것은 ‘이자 장사’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은행은 3분기에도 호실적을 거뒀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 3곳의 합계 순이익은 약 8조2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또 찍었다. 누적 이자이익만 약 20조 원이다. 대출이자가 호황을 주도한 셈이다. 누가 주도한 성과일까. 은행의 혁신 기술은 아니다. 고금리에 허덕이며 대출금을 낸 차주이지 않을까. 그런데도 여·수신 금리 간 차이로 이자이익을 또 내려는 것은 옳지 않다.

기준금리 인하 및 대출 규제라는 위기를 맞았다. 대출로 수익을 쉽게 내던 시기는 지났다. 이제 기업 체급에 걸맞게 혁신적인 기술·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전체 영업이익 10% 내외인 비이자이익 비중을 확대하는 게 절실하다. 정부도 은행이 세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금산분리(은행 등 금융자본과 제조업 등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 등의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우리나라 은행이 ‘국내용’이 아닌 ‘세계용’으로 커지길 기대한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