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TSMC 창업자 경고 ‘초격차 기술’로 돌파하라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사설&논설

“반도체 자유무역 시대 종말”은 성장 제동 신호
글로벌 분업 체계 무너지고 중국 기술 패권 부상
초격차 기술·정책 지원 등 기업·정부 협업 필요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30 00:02:01

대만 TSMC의 창업자 모리스 창이 던진 ‘반도체 자유무역 시대의 종말’이라는 경고에 우리 반도체산업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TSMC는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1위 기업으로 여전히 높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미·중 갈등 속에서 글로벌 분업 체계가 무너짐에 따라 성장에 제동이 걸린다는 신호인데, 이는 한국 반도체산업에도 직격탄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선 미·중 패권 다툼이 심화됨에 따라 소비시장으로서 중국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대만 TSMC와 네덜란드의 ASML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매출 비중을 축소하고 있으며, 한국도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이는 미·중 간 반도체 기술 및 시장 봉쇄 정책의 결과로, 중국을 포함한 기존 시장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국 반도체산업의 위기를 말해 주는 것이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중국의 기술 패권을 견제하기 전인 2020년 당시만 해도 세계 반도체 산업계엔 ‘미국의 설계-한국·대만의 생산-중국의 소비’로 이어지는 분업 체계가 작동했다. 하지만 미국이 동맹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나선 이후 중국은 자립화를 통해 기술력을 빠르게 향상시켜 왔다. 따라서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이 거대 시장인 중국을 잃으며 타격을 받은 것이다.

더욱이 중국의 CXMT는 D램 생산량을 늘리며 글로벌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고, 인공지능(AI) 관련 고성능 칩 제조 기술도 고도화하고 있다. 또한 미 정부는 동맹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는 한편, 첨단 반도체 시설을 자국으로 유치하여 자국 내 생산을 늘리고 있어 한국 반도체산업에 경쟁 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더 크게 다가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시장 다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 시장뿐 아니라 동남아 및 인도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다양한 지역에 적용할 맞춤 전략의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이와 함께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반도체산업의 생존과 성장은 고도의 기술력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AI 반도체·차세대 메모리·고성능 GPU(Graphics Processing Unit·그래칙 처리 장치) 등 첨단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을 강화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에서 차별화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초격차 기술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기업과 정부의 협력이 중요하다. 정부는 반도체산업의 근본적인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미국이 자국 내 첨단 반도체 시설을 유치하며 반도체법과 같은 지원책을 마련했듯이, 우리도 반도체 인재 양성 및 기술개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기업이 안정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반도체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우수 인재를 확보·양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학과 연구소에서 첨단 반도체 기술을 연구하고, 산업계로 배출되는 인재의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키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반도체 전공자에 대한 장학금 확대·연구소와 기업 간의 협력체계 강화·국가 주도 반도체 연구소 설립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새로운 반도체 무역 환경 속에서 더이상 과거의 글로벌 분업 체계에 의존할 수 없는 환경이 됐다. 급격한 기술 변화와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의 반도체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의 협력이 절실하다. 기업은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고, 정부는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정책 지원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