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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막판 설화(舌禍)로 요동치고 있다. 이번엔 ‘쓰레기(garbage)’ 발언이다. 투표일까지 꼭 엿새를 남긴 30일(현지시간) 양측에서 잇따라 터진 막말과 실언으로 여론이 출렁이면서 희비가 엇갈린다. 논란이 된 ‘쓰레기’ 비유는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서 먼저 나왔으나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응수가 역풍을 불렀다.
24일 남부 선벨트 경합주인 애리조나 유세에서 트럼프는 “우리 미국이 전 세계의 쓰레기통 같다”고 말했다. 범죄자들이 중남미를 경유해 미국에 밀입국함으로써 치안 불안을 야기한다는 평소 주장의 연장이었다. 다만 27일 뉴욕 유세 때 찬조자 연설에선 즉각 문제시 됐다.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가 중미의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떠다니는 쓰레기 섬”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에 미국 내 약 600만 명의 푸에르토리코 출신뿐 아니라 라틴계 유권자들이 발끈하면서 트럼프 진영은 난처해졌다. 힌치클리프의 발언이 트럼프 의사를 반영하진 않는다며 캠프가 곧바로 선을 그었지만, 해리스 측에선 해당 발언 영상을 광고로 만드는 한편 경합주의 푸에르토리코 출신 유권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대량 발송했다.
대선 막바지 트럼프 지지율 상승세에 바짝 긴장해 있던 해리스 측에 분명 호재였으나, 곧이어 터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실언은 양측 처지를 뒤집어 버렸다. 전날 라틴계 유권자 단체 행사에 앞서 취재진이 힌치클리프의 “푸에르토리코=떠다니는 쓰레기” 발언 의견을 묻자 바이든이 “밖에 떠다니는 유일한 쓰레기가 그(트럼프)의 지지자들”이라고 답한 것이다.
유권자들이 양극단으로 나뉜 상황에서 바이든의 답변은 미국인의 절반가량을 ‘쓰레기’로 지칭한 것이나 다름없어 파란이 컸다. 바이든은 서둘러 소셜미디어에 “트럼프 지지자가 쏟아낸 혐오 수사(修辭)를 쓰레기로 표현한 것”이라며 해명했다. 이튿날 백악관까지 나서 “바이든 대통령이 당시 언급한 것은 푸에르토리코 커뮤니티에 대한 증오를 쏟아낸 특정 코미디언의 발언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을 더했다.
하지만 바이든 발언만 두드러진 채 일파만파 번지며 분위기가 악화된 모양새다. 존재감 미약한 현직 대통령, 인지력 퇴화 논란으로 대선 후보직마저 사퇴한 임기말의 바이든이지만 실언 논란이 의외로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30%대 저조한 지지율의 바이든과 출마 이후 거리두기를 한 해리스로선 예기치 못한 내부 불똥을 맞게 됐다.
해리스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오전부터 진화에 힘썼다. 그녀는 워싱턴DC에서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 유세를 위해 출발하기 전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 대통령이 발언을 해명했다고 생각한다”며 “난 누구에게 투표했나에 따라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지금껏 트럼프를 특정 계층·인종만의 대변자로 규정하면서 자신은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호소해 온 것을 부각시켰다.
노스캐롤라이나에 도착한 해리스는 유세에서 또 “나에게 투표하지 않은 사람을 포함해 모든 미국인을 대표하고 그들의 필요와 바람을 해결할 것”, “트럼프와 달리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트럼프 지지자)에게 테이블에 앉을 자리를 주겠다” 등 화합과 포용을 강조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한편 비상이 걸렸던 트럼프캠프는 바이든의 실언을 빌미 삼아 대반격 태세로 전환했다. ‘바이든과 해리스의 인식 수준이 똑같다’는 논리를 동원했다. 캐롤라인 레빗 캠프 대변인이 “바이든과 해리스는 미국을 증오한다. 4년 더 할 자격이 없다”며 “해리스는 수천만 미국인에 대한 이 수치스러운 공격에 답해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도 “해리스와 그녀의 보스 바이든이 이 나라의 절반을 공격한다. 미국인이 이를 거부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캠프를 통해 밝혔다.
트럼프 또한 이날 노스캐롤라이나 록키마운트에서 진행한 유세 연설에서 직접 역공을 폈다. “바이든이 마침내 그와 해리스가 우리 지지자들을 진정 어떻게 생각하는지 입에 담았다. 쓰레기, 그게 (그들의) 진심”이라며 “미국인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미국을 이끌 수 없다. 미국인을 미워하면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내 지지자들은 비딱한 바이든이나 거짓말쟁이 해리스보다 훨씬 더 수준 높은 사람들” “여러분이야말로 미국의 심장이자 영혼이며 미국을 건설한 사람들”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지난 9년간 민주당에서 자신과 지지자들을 ‘인종차별주의자’ ‘편협한 사람’ ‘파시스트’ ‘구제 불능’ ‘나치’라 불렀음을 일깨우기도 했다.
아울러 트럼프는 최근 워싱턴포스트(WP)·로스앤젤레스타임스·USA투데이 등이 이번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에 흥미로운 해석을 내놨다. “그들이 진짜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나? 민주당만 지지해 온 그들이 이 민주당원(해리스)은 안 되겠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풀이한 것이다. 또 “그들도 내가 잘하는 줄 안다. 그것을 말하고 싶지 않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해리스를 “완전히 무능한 사람”으로 공격해 왔다. “아무도 그녀를 존중하거나 신뢰하지 않으며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해리스가 맹훈련 끝에 9월10일 TV토론에서 선전했으나 트럼프는 스스로 승리 선언 후 주최측 불공정성을 들며 더이상의 TV토론을 거부했다. 이에 해리스가 매체 인터뷰를 늘렸으나 지지율 상승엔 전혀 도움이 안 됐다. 그녀의 언변을 ‘말 비빔밥’(word salad)’ ‘횡설수설(gibberish)’로 지칭한 평가가 늘면서, 언론 접촉을 할수록 역효과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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