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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路 동서고금 <49> 오, 우크라이나
임명신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3-21 06:30:00
우크라이나란 땅 끝을 뜻한다. 러시아 측에서 바라볼 때 ‘(남쪽)경계였던 것이다. 별명이 유럽의 빵 바구니’인 이 나라는 세계적 곡창지대답게 황금빛 들판과 파란 하늘을 대비시킨 이미지를 국기로 만들어 쓴다. 이런 곳에서 1932~33250~350만 명이 굶어죽는 이른바 홀로도모르가 발생했다. 천재지변이나 전쟁 아닌 소련의 정치적·행정적 결정이 빚은 대참사였다. 
 
자영농 전통이 강한 우크라이나는 집단농장화에 격렬히 반발했고 농산물 수출로 급속한 산업화 자본을 조달하려던 이오시프 스탈린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충돌했다. 우크라이나에선 농사를 지어 봤자 대부분 차출당할 수밖에 없게 되자 노동 의지가 위축됐으며 생산력 급감은 대량 아사로 이어졌다. 스탈린 정권이 관련 보고를 배제하고 외신 기자들의 우크라이나 출입도 막았으나 이 사실은 한 용감한 영국 기자의 취재로 세상에 알려진다. 영화 미스터 존스에 그 사정이 처절하게 그려져 있다.
 
도청·미행·납치 위협 속에서 천신만고 끝에 우크라이나로 잠입한 가레스 존스가 마주한 것은 참혹한 현실이었다. 존스는 목숨 걸고 진실을 추구한 단 한 명의 기자였지만 소련에 타협했거나 사회주의 환상을 지닌 서방 지식인들에게 외면당한 끝에 비참하게 죽는다. ·소 전쟁 때 우크라이나인들이 나치를 해방자로 맞이하게 된 주된 이유 가운데 이 홀로도모르의 트라우마가 있다. 우크라이나는 ()의 적’인 나치에 협력하다가 네오나치’라는 낙인까지 찍히고 말았다.
 
그보다 더 비극은 21세기 끔찍한 전쟁을 불사하면서까지 함께 가고자 한 서유럽이 끝장났다는 점이다. 경제력 추락뿐 아니라 미래 가치로 삼기 힘든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주의에 지배돼 서유럽엔 망조가 든 게 확연하다. 6·25전쟁과 러·우전이 동일시될 수 없으며  벼랑 끝 전술’이 다같은 벼랑 끝 전술이 아닌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의 탄생과 존속을 가능하게 한 것은 냉전을 내다보고 그 한 축인 최강국 미국과 하나돼 자유 세계의 보루를 구축하려 한 대한민국 건국 대통령 이승만의 비전이었다.
 
체제 차이로 대립한 남·북한에 비해 러·우전은 체제 전쟁도 민족 전쟁도 아닌 진영 간 대리전이다그래서 한층 곤혹스럽고 우크라이나 운명을 예측하기 어렵다슬라브족의 종가인 키예프공국이 13세기 몽골에 끝까지 저항하다 지도에서 사라진 반면 모스크바공국은 타협하며 살아남아 이후 역사의 주역이 됐다. 유사 이래 우크라이나에 현대적 독립국가가 존재한 기간은 1991년 12월 소련 해체 이후 30여 년이 전부다. 구(舊)소련 시절 크림반도가 우크라이나에 선사됐을 만큼 러시아와 정서적·혈연적으로 얽혀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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