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 토지거래허가제, 규제로는 집값 못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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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용산구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지자체장 허가 필요
선의의 실수요자가 불이익 받거나 투기꾼 취급당하는 부작용
근본적 원인은 좌파 정부의 공급 늘리기보다 규제 치중 정책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3-31 00:02:59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소재 아파트 40만 가구가 24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되면서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이 지역 부동산 거래는 지역자치단체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토지거래허가제도는 문정부 때 도입되어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약하는 위헌적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달 13일 재건축아파트 등 일부 정비사업지를 제외한 서울 지역 토허제를 해제했다.

5년 만에 토허제가 해제되자 해당 지역의 거래량이 증가하고 호가가 급등하자 해제 후 35일 만에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체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토허제를 확대 재지정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3월24일부터 9월30일까지 적용된다고 하지만 연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출 규제가 함께 강화되어 이미 집을 매수한 계약자들의 잔금 마련에 비상이 걸려 매수 예정자들도 계약을 포기하고 있다. 정부가 다주택자·갭투자자 관련 대출을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히자 시중은행들은 유주택자의 주택 구입 목적 대출과 전세자금 대출 신규 취급도 중단했다. 토허제 발표 이전 전세를 끼고 집을 산 사람들의 전세대출이 막히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잔금을 제때 치르지 못할 수도 있다. 2·3년 후 갈아타기를 위해 전세를 끼고 집을 사 두려던 1주택자들도 주택 매수를 미룰 수밖에 없게 됐다.

집값 상승과 가계빚 급증은 중요한 문제지만 토허제 재도입·금융 규제 등 규제 남발은 부작용을 낳는다. 선의의 실수요자들이 불이익을 받거나 투기꾼 취급을 당하는 일도 발생한다. 무엇보다 집값을 올린 근본 원인인 공급 문제를 해결하려면 안정적인 주택 공급이 중요하다. 가격 변동 원인을 투기 수요로 단정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인위적으로 시장 거래를 억누른 요소가 해소되는 시점에서는 자연스레 인근 시세에 맞춰 가격이 올라 토허제 효과는 일시적인 것에 그친다. 토허제 충격이 적은 압구정동에서 가격이 급등하거나 용산구 옆 마포구 집값이 불안해지는 등 풍선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정권별 서울 아파트 가격 변동률을 보면 김대중정부 23.5%·노무현정부 35.3%·이명박정부 –3.1%·박근혜정부 10.4%·문재인정부 31.3%였다. 좌파 정부 시절 가격상승률이 높았다. 근본적인 원인은 좌파 정부에서는 공급을 늘리기보다는 규제에 치중했다는 데 있다. 문정부 시절을 보면 주택 인허가 물량이 2016년에 72.6만 채였던 것이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 65.3만 채·2018년 55.4만 채·2019년 48.8만 채·2020년 45.8만 채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공급은 늘리지 않고 투기과열지구 지정,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공시지가 인상, 재산세 중과, 분양가 상한제 등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동원 가능한 규제 정책을 총망라하다시피 했다. 2020년에는 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 청구권·전월세 신고제로 구성된 임대차3법도 도입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가격 급등이 공급 부족에 기인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2021년 공급 확대를 위한 25번째 대책을 발표했지만 공공공급·공공임대 중심이었을 뿐 민간 참여를 고려하지 않아 효과가 없었다.

윤석열정부에선 건설경기 침체와 주요 건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급이 급감하고 있다. 2022년 52.2만 채였던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이 2023년 42.9만 채·2024년 42.8만 채(수도권 22.7만·지방 20.1만 채)로 감소하고 있다. 문정부 때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아파트는 짓는 데 3~5년 정도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5년 하반기~26년 경부터 집값이 다시 오를 가능성도 있다. 다음 대선 전에 오를 가능성이 커서 선거에서 여당이 불리할 수도 있다.

이런 와중에도 지방은 미분양, 특히 준공 후 미분양이라는 악성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다. 지방 미분양 주택은 2022년 급등한 이후 5만 가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중 준공 후 미분양은 2023년 7월 이후 증가세가 지속돼 1월 말 기준 1만8400가구가 넘는다. 이에 따라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부도 건설사 29곳 중 25곳은 지방 업체였다. 부채 비율도 높아져 건설업종의 적정 부채비율 200%를 두 배 이상 넘은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건설 고용도 급감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도 증가해 금융권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지방의 ‘악성 미분양’ 주택 3000호를 감정평가액 83% 이하로 매입해 분양전환형 전세로 공급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규모도 작고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결국 서울 아파트 가격 잡으려다 전국적인 건설경기 침체·금융 부실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규제보다는 시장친화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좌파 정부 때와 다를 바 없는 정책을 추진하다가 대선 무렵 큰 코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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