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자 자료 반출, “통상 입수 가능한 정보면 배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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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영업상 주요 자산’ 해당해야 배임죄 성립

이세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5-19 14:55:29

퇴사하면서 사내 자료를 반출하더라도 통상적으로 입수할 수 있는 정보라면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하지 않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리를 대법원이 재확인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24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조직수복용 재료(필러) 등을 제조하는 의료기기 연구개발업체 B사 총괄팀장으로 근무하다 2019년 퇴직하고 화장품·의료기기 제조업체를 차렸다.

그는 퇴사하면서 전 직장에서 필러를 제작할 때 사용하던 원재료의 시험성적서, 동물이식 실험 결과 보고서, 견적서를 빼내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사용하고 동일 원료로 필러를 생산해 특허청에 제조 방법을 특허 출원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기소됐다.

1·2심은 해당 자료가 전 직장에서 제조한 필러의 주된 원재료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하고 A씨가 고의로 자료를 반출한 사실도 인정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지 않아 보유자를 통하지 않고서는 통상 입수할 수 없어야 한다”는 판례를 제시하며 해당 자료를 영업상 주요한 자산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시험성적서를 단순한 보증문서의 성격으로 판단했으며 동물이식 실험 결과 보고서와 견적서는 A씨를 통하지 않고서는 입수할 수 없는 정보로 보지 않았다.

대법원은 전 직장이 다른 제조업체로부터 원재료를 구매한 점을 들어 “시험 성적서는 그 제조업체가 제공한 보증문서에 불과하다”고 했다. 아울러 그와 차이가 없는 분석증명서를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받을 수 있으므로 시험 성적서를 불특정 다수가 통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로 봤다.

또 동물이식 실험 결과 보고서는 구체적 제품명이 특정되지 않았고 실험 결과의 주된 내용이 이듬해 발표된 학위 논문에 담겨 있어 이 역시 통상적으로 접근 가능한 자료로 봤으며 견적서 또한 제품을 구매하려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었던 정보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A씨의 행위로 반출된 자료가 보유자가 그 사용을 통해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해야 이를 업무상 배임죄로 볼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해당 자료들은 원재료에 관한 것으로 전 직장에서 제작하는 필러와 관련이 없거나 전 직장의 재료로 어느 특정 제품이 사용되는지 나타나 있지 않다”며 “자료를 종합하더라도 원재료를 구매했다는 사실을 넘어 필러의 주된 원재료로 사용한다는 정보까지 도출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원재료를 필러 제조에 사용하기 위해 여러 실험과 검사 등을 거쳐야 해 전 직장이 시간과 비용을 들였다 하더라도 해당 자료는 이같은 실험·검사에 대한 자료도, 구체적 제조 방법에 대한 자료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세희 기자 say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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