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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오는 25일 2대2 방식의 통상 협의에 돌입한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축소를 명분으로 한국산 제품에 부과 예정인 25% 고율관세를 막기 위한 사전 협상 성격으로, 농축산물 시장 개방 여부가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대외경제장관회의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측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하는 형식으로 25일 2+2 통상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각각 카운터파트와 별도 접촉을 통해 미국 설득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의는 미국이 8월 1일부터 한국산 자동차 부품과 전자기기, 철강 등 주요 수출품에 최대 25% 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이다.
협상 핵심은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 여부가 될전망이다. 미국은 쇠고기와 쌀을 중심으로 한 민감 품목의 개방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특히 쇠고기의 경우 30개월령 이상 성체의 수입 제한 완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쌀에 대해서는 현행 513%의 초과관세 철폐 또는 미국산 쿼터(TRQ)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쌀과 같은 민감 품목의 개방 확대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며 농민단체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비관세 장벽 관련 이슈도 이번 협상의 중대 변수다. 미국은 디지털 무역 분야에서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 허용과 콘텐츠 제공 사업자(CP)에 대한 망사용료 부과 움직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 미국은 환율정책 조정을 통한 원화 절상 압박과 방위비 분담금 증액까지 논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 분야에서는 반도체와 배터리, 에너지 분야에서의 투자 협력 확대도 주요 안건으로 포함됐다. 이는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전략에 한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계산이 깔린 사안이다.
외신과 전문가들은 한국의 입장이 결코 유리하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 마이클 비먼은 최근 “한국이 협상에서 성공하더라도 최종 관세율은 15~18%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의도한 결과이며, 이를 실패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정부 관계자는 “완전한 관세 철폐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미국과의 최소한의 합의점을 찾아 관세 인상을 유예하거나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향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실무협상에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방위비 분담금 조정 등이 최우선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협상의 연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초 트럼프 정부는 7월 9일을 협상 시한으로 못 박았으나, 내부 일정을 이유로 8월 1일로 한차례 연장한 바 있다. 외교가는 8월 1일 원칙적 합의를 도출한 뒤, 세부조율을 추후 이어가는 방식의 '시간차 합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외신들은 일본이 수용적 자세를 취한 반면, 유럽연합은 정면대결을 선택했지만 한국은 정면충돌을 피하면서도 최대한 양보를 지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 '원칙적 합의 도출'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한 오는 11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미 정상이 자연스럽게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외교적 성과를 연출하기 위해 협상 시한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농민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쌀시장 추가 개방은 농업의 붕괴를 의미하며, 513% 초과관세는 농민의 마지막 방어선”이라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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