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IP 영화, 창작의 길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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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7-30 00:02:30

최근 극장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에서 웹툰·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상 콘텐츠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흥행성이 검증된 지식재산권 저작물(IP)이 영화와 드라마로 확장되는 구조다.

조회수와 팬덤을 확보한 이야기는 제작 안정성을 높이고, 관객에게도 친숙하게 다가간다. 온라인을 통해 원작 웹툰이나 웹소설을 접한 사람이라면 이미 좋아하던 서사가 영상으로 재현되고, 익숙한 장면이 어떤 방식으로 구현될지에 대한 기대감도 갖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반복되면서 영화가 줄 수 있는 고유한 경험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신선함’의 상실이다. 여러 경로로 소비된 서사는 관객에게 낯설지 않다.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 영화는 서사적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반전의 효과도 약화된다.

영화는 본래 새로운 이야기와의 만남에서 오는 충격과 몰입이 중요한데, 웹툰·웹소설 기반 영화는 그 기대를 제거해 버린다. 아무리 훌륭한 연기와 화려한 시각 효과가 더해져도 이미 다 아는 이야기라는 한계는 쉽게 극복되지 않는다.

해석의 불균형도 발생한다. 원작을 접한 팬들은 인물과 세계관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지만, 원작을 모르는 관객은 축약된 정보 속에서 이질감을 느낀다. 팬 중심의 이야기 전개와 구성은 일반 관객에게 서사의 불친절로 작용한다. 또한 원작에 지나치게 충실한 경우라면 영화는 독립적인 완성도를 잃게 된다.

하지만 OTT 콘텐츠 제작의 경우 특히 이러한 흐름이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선(先)투자 후(後)공개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실패 위험을 줄이기 위해 검증된 IP가 선택지의 맨 앞에 놓이게 된다. 수십억 원이 투입되는 제작 환경에서 새로운 시도보다는 안정성이 강조되면서 이야기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것이다.

IP 영화, 즉 이미 지식재산권 등록이 된 저작물을 기반으로 한 영화가 양산되는 현재의 흐름에서 관객은 점점 수동적 소비자로 변해 간다. 어떤 내용이 어떤 방식으로 전달될지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영화 관람은 호기심이나 발견이 아니라 확인의 과정이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영화 관람의 재미와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극장의 매력을 퇴색시킬 수 있다.

물론 웹툰·웹소설 기반 영화가 모두 문제라는 것은 아니다. 원작의 강점을 살려 영상 언어로 새롭게 해석한다면 훌륭한 창작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형식이 지나치게 반복되고 영화계의 주요 흐름으로 굳어진다면 문제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이야기와 실험적인 서사는 여전히 존재한다.

관객은 역시 새로운 것을 갈망하면서도 익숙한 것에 안주한다. 영화계는 그 미묘한 심리의 줄다리기 속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아갈지 고민해야 한다. 원작의 인기에 의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영화를 통해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진정한 영화화다. 원작을 넘어서는 창의성과 관객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서사 구조가 병행될 때 비로소 또 하나의 진짜 작품을 만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관객이 다시 ‘처음’이라는 감각으로 스크린 앞에 앉을 수 있도록 영화는, 설령 IP 영화의 경우라 하더라도 단순한 각색을 넘어 독립적인 작품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유경 기자 leey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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