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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좋은 가을에 들려오는 이야기들이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캄보디아에 터 잡은 중국 범죄조직에 의해 수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희생을 당했다. 20살 대학생이 잡혀가 마약을 흡입하고 폭행을 당하고 죽음에 이르는 동영상이 며칠째 방영이 되었다. 국경 지역에서 숨진 젊은 한국 여성도 있다. 헤아리기조차 힘든 새파란 청춘들이 캄보디아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국내도 뒤숭숭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엄마와 함께 시장에 간 꼬마가 잠시 엄마 손을 놓은 사이 60대 남성에 의해 납치될 뻔한 사건이 있었다. 사람이 많은 시간이어서 누군가가 우는 아이를 발견했고 아이는 무사히 엄마 품으로 돌아왔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몇 년 전 양화대교에서 사라진 몇 사람의 청년들, 그 중 하반신만이 발견된 시신의 이야기, 스마트폰 문자로 끊임없이 날아드는 실종자들의 이름과 인상착의들은 마음을 산란하게 한다.
우리의 삶의 터전이 상징적인 정글이 아닌 진짜 정글로 변해가는 모습이다. 사자·독수리·표범 등이 평온하게 살고 있는 초식동물을 호시탐탐 노리는 그런 정글 말이다. 우리 인간은 원래 남을 돕고 함께 어울려 사는 종이며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자연선택’ 되어 왔다. 범죄를 서슴지 않는 사이코패스는 불과 4%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이 바로 육식동물인 셈이다. 하지만 그 소수가 선량한 사람들을 해친다. 어떤 방식으로?
그들은 놀랍게도 인간의 본성을 저격한다. 대부분의 납치가 유인으로 시작된다. 남을 도우려는 마음, 즉 ‘측은지심’에 불을 붙인다. 무거운 걸 들어달라는 할머니, 길을 물어보는 연약한 여성을 연출하여 한적한 곳으로 유인하거나 또는 약물을 넣은 음료수를 주어 무력화시킨다. 일찍이 맹자는 인의예지(仁義禮智)의 4덕을 말하면서 그중 가장 중요한 덕은 인(仁), 사랑의 마음임을 말했다. 이 마음은 ‘도덕감정’이라고 불리며 인간이 지닌 본능이다.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도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우월한 이유를 ‘종을 뛰어넘는 보편적 사랑’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사랑이 도리어 우리 생명을 해칠 수 있다. 맹자가 현대사회를 산다면 무어라고 할까? “지금은 인(仁)보다는 지(智)의 덕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다른 사람을 향한 따뜻한 사랑이 나 자신에게 해로울 수 있으므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가장 지혜롭고 적합한 행동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가장 시급하기 때문이다. 늑대들이 양의 탈을 쓰고 접근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다가오는 존재가 늑대인지 양인지 판별하는 지혜로움이 필수이다.
한편, 순자는 인간 본성을 이기심과 생리적 욕구로 보았다. 인간은 자신의 욕구를 취하기 위해 남을 해칠 수 있는 존재이므로 관습과 법 등을 강화하여 세상을 순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 과학기술과 의학 및 생명과학의 발달은 욕심 많은 자들이 타인의 생명을 훔치게끔 한다. 기술은 양날의 칼로서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누군가의 희생이 누군가의 영생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목적으로 타인을 노리는 자들은 놀랍게도 개개인의 공통된 욕심과 욕망을 활용하여 접근한다. 캄보디아로 건너간 청년들은 높은 수입이라는 황홀한 유혹에 걸려들었다. 희망을 갖고 갔지만 그것은 곧장 절망이 되고 말았다.
절제된 측은지심을 유지할 것, 욕망에 끌려들지 말 것, 이 두 가지가 유학 사상이 우리에게 주는 생명을 지키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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