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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성동구 – 김병훈 APR 대표
[리더가 사는 곳] 외곽 아파트서 펜트하우스까지… 11년만에 K뷰티 판 바꾼 APR
자본금 5000만원으로 출발… 화장품 ‘빅2’ 추월
재산 3조 ‘88년생 CEO’ 290억 펜트하우스 매입
홈뷰티 플랫폼서 안티에이징 바이오 톱기업 도전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6-03-03 11:00:00
▲ 김병훈 APR 대표. APR
 
5000만원 창업, 11년 만에 화장품 업계 빅2 영업이익 추월. 만화 속 이야기 같지만 실화다. 화장품·뷰티 디바이스 기업 APR은 지난해 매출 1조5273억원, 영업이익 3654억원(영업이익률 24.0%)을 기록하며 업계 영업이익 1위에 올랐다. 오랜 기간 ‘빅2’로 군림해온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넘어선 성과다. 지난해 시가총액 1위에 이어 수익성 1위까지 거머쥔 이 사건은 K뷰티 산업의 경쟁 공식을 바꾼 구조적 전환으로 평가된다.
 
APR의 성장 서사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창업자 김병훈 대표(37세)의 ‘주소지’다. 그의 주거 이동은 곧 기업의 성장 연대기와 맞물린다.
 
주거 이동에 담긴 APR 11년
 
▲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스카이데일리
 
2014년 연세대 재학 중 자본금 5000만원으로 창업했을 당시 김 대표의 거처는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금하뜨라네아(약 30평대)였다. 자본도, 조직도, 브랜드 파워도 없던 시기였다. 다만 온라인을 이해하는 감각과 디지털 마케팅 역량이 있었다.
 
첫 히트작인 ‘매직스톤’ 비누는 출시 1년 만에 100만 개 판매를 돌파하며 SNS에서 ‘페이스북 비누’로 불리는 등 신드롬을 일으켰다. 천연 보습 성분과 생생한 사용 영상으로 피부 변화를 직관적으로 보여준 게 적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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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열기를 이어받은 ‘매직 스노우 쿠션’ 역시 출시 1년 만에 350만 개가 팔려 나갔다. 수분 세럼 44% 고함량의 가볍고 촉촉한 제형이 소비자들의 취향을 정확히 꿰뚫었다.
 
이 기반 위에서 2016년 더마 코스메틱(피부과학 기반 저자극 스킨케어) 브랜드 메디큐브를 론칭했다. 단일 브랜드 매출 1.4조원 돌파(2025년), 누적 판매 1억 개 이상이라는 성적표가 증명하듯 날개 돛힌 듯 팔렸다. 서울 외곽의 평범한 아파트에서 시작된 아이디어가 글로벌 히트작으로 성장한 셈이다.
 
메디큐브 급성장으로 2016년 매출 300억원을 돌파하자 그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 삼호아파트 41평형을 약 5억 원에 매입하며 첫 자가를 마련한다. 직원 20여명 규모로 커진 조직은 글램디바이오, 에이프릴스킨 등을 잇달아 론칭하며 확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 시기 APR은 ‘제품력+온라인’이라는 공식을 실험하며 빠르게 외형을 키웠다.
 
2년 뒤 그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90평대로 거처를 옮긴다. 자가는 유지한 채 대형 아파트에 임차로 입주한 선택은 상징적이다. 무리한 레버리지 대신 사업 확장에 자금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읽힌다. 실제로 2016년 38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22년 392억원으로 10배 가까이 뛰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메디큐브가 통하며 성장 곡선은 가팔라졌다.
 
2022년 2월 그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현대슈퍼빌(공급 297.52㎡, 전용 216.16㎡)을 32억5000만원에 매입한다. 대출이 없었다는 점이 화제가 됐다. 창업 8년 만에 자수성가형 CEO로서 자금력을 보여줬다. 같은 해 상도동 아파트를 10억9000만원에 매각해 6년 만에 5억원 이상의 시세차익도 거뒀다.
 
그리고 2025년 6월, 그는 서울숲·한강 파노라마 조망, 복층 구조가 특징인 서울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47층 최상층 펜트하우스(공급 344.57㎡, 전용 273.93㎡)를 290억원에 매입하며 서울 아파트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창업 당시 외곽 아파트에서 출발한 30대 창업자가 11년 만에 국내 최고가 주거지의 주인이 된 셈이다. 그의 주거 이동사는 화장품 시장 레드오션 한복판에서 일군 기업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현재 김 대표 재산은 약 3조 원으로 추산된다. APR 주식 1195만3660주(31~32%)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주식 가치는 1년 전 6500억 원대에서 올해 3조 원으로 4배 넘게 올랐다. 20일 기준 밸류라인 데이터에 따르면 에이피알의 시가총액은 약 10조7995억 원을 기록 중이다.
 
APR의 질주는 해외 전략에서 갈렸다. 빅2가 중국 의존도와 오프라인 채널 재편에 발목이 잡힌 사이 APR은 미국 이커머스 공룡인 아마존을 전초기지로 삼았다. 지난해 해외 매출은 1조2257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7% 급증했고, 전체 매출의 80%를 해외에서 거뒀다. 미국·일본에서 SNS 기반 바이럴 마케팅과 리뷰 콘텐츠로 효과를 영상으로 증명하는 전략이 통했다. 브랜드 이미지를 파는 대신 사용 전후 변화를 데이터와 영상으로 설득한 게 주효했다.
 
차별화의 핵심은 ‘홈 뷰티 플랫폼’이다. 2021년 가정용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에이지알을 선보이며 하드웨어 시장에 진입했다. 10만~60만 원대 디바이스는 화장품보다 마진이 높고, 전용 젤·패드·기초제품의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락인(lock-in)’ 구조를 만든다. 하드웨어와 화장품의 결합 전략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실제로 화장품 부문 매출 급증의 배경에는 디바이스 고객의 재구매 효과가 자리한다.
 
레드오션 시장서 거둔 성공
 
▲ 서울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에이피알 사무실. APR
 
국내 화장품 시장은 전형적인 레드오션이다.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글로벌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인프라 덕분에 자본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진입은 쉽지만 생존은 어렵다. 1990년대 ‘8대 장업사(태평양·럭키·쥬단학·피어리스·쥬리아·라미·코리아나·나드리)’가 IMF 이후 하나 둘 사라지고 미샤·네이처리퍼블릭 등 로드숍 신화가 코로나19를 거치며 흔들린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APR은 공격적 마케팅에 의존해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출 대비 광고선전비 비중이 20~30%에 달한다. 이는 단기 성과를 내는데 효과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R&D와 독자 기술 확보가 관건이다. 2024년 2월27일 코스피 상장 이후 생산 설비 확충과 연구개발 투자 확대에 나선 배경도 여기에 있다.
 
김 대표는 최근 바이오·헬스케어 진출을 선언하며 안티에이징 전문 기업으로의 도약을 예고했다. 평택 제3캠퍼스를 거점으로 PDRN·PN 안티에이징 원료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가정용을 넘어 전문가용 의료기기 시장까지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수백만 대 디바이스에서 축적된 글로벌 사용 후기 데이터는 맞춤형 솔루션과 의료·바이오 사업으로 확장 가능한 전략 자산이다. 화장품 회사를 넘어 데이터 기반 뷰티 테크 기업으로 진화하려는 시도다.
 
11년 전 서울 외곽 아파트에서 시작해 290억 원 펜트하우스에 이르기까지 그 궤적은 한 청년 창업자의 부의 축적을 넘어 K뷰티 산업의 권력 지형이 어떻게 재편됐는지를 상징한다. 다가올 시간은 확장보다 검증의 시간에 가깝다. 빅2의 반격, 글로벌 대기업과의 정면 경쟁, 기술 내재화라는 과제가 기다린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이 있다. APR은 이미 ‘화장품 회사’의 틀을 넘어섰다. 홈 뷰티 플랫폼에서 의료·바이오로 확장하는 로드맵이 현실화된다면 K뷰티는 또 한 번의 패러다임 전환을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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