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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맥주 시장을 주도했던 주요 브랜드들이 잇따라 경영난에 빠지며 회생 절차와 파산이 이어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곰표 밀맥주’로 이름을 알린 세븐브로이의 자회사 세븐브로이양평은 최근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2020년 출시 직후 곰표 브랜드 효과를 등에 업고 판매량 6000만 캔을 돌파하며 시장 성장 견인차 역할을 했으나 불과 3년 만에 경영 위기에 내몰렸다. 당시 세븐브로이는 매출의 97%를 곰표 제품에 의존할 정도로 단일 브랜드 비중이 높았으며, 흥행에 힘입어 2022년 약 300억 원을 투자해 익산에 대규모 양조 시설을 확충했다.
그러나 2023년 대한제분과의 상표권 계약 종료로 매출 기반이 붕괴됐고 이후 전개된 법적 공방, 세금 체납, 생산시설 압류 등의 악재가 겹치며 자금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 현재 자산은 61억 원, 부채는 75억8000만 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태다.
세븐브로이 사태는 수제맥주 업계 전반의 침체와도 맞물린다. 2019년 일본 맥주 불매운동과 코로나19 영향으로 ‘홈술’ 문화가 확산되면서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2021년 1520억 원 규모까지 급격히 커졌다. 소규모 양조장과 유통업계 협업이 활발해지며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졌고, 편의점에서는 ‘4캔 1만 원’ 프로모션이 일상화되며 수제맥주의 대중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지난해 시장 규모는 700억 원대로 급락했다. 불매운동이 약화되며 일본 맥주가 돌아왔고, 캔 하이볼과 프리믹스주 등 대체 주류 카테고리가 부상하면서 수제맥주 수요가 빠르게 줄어든 결과다.
수제맥주 대표 기업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도 지난해부터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2016년 성수동 브루펍으로 시작해 ‘진라거’ ‘어메이징라거’ 등 캔맥주 제품으로 시장을 확장하며 주목받았고, 2021~2022년 총 11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렌드 의존적 매출 구조가 발목을 잡으면서 지난해 영업손실 20억 원, 누적 결손금 140억 원을 기록하자 M&A(인수합병)를 통한 회생을 모색하고 있다.
수제맥주 최초 상장사인 한울앤제주(전 제주맥주)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국내 첫 ‘테슬라 요건’ 상장사로 주목받았지만 상장 이후 4년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 지난해 영업손실 48억 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20억 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냉동식품 업체 지분을 인수했지만, 수제맥주 본업의 경쟁력 약화를 만회하진 못했다.
업계에서는 수제맥주 업계 침체의 배경으로 △품질보다 마케팅에 집중한 사업 전략 △컬래버 제품 난립에 따른 소비자 피로감 △‘4캔 1만 원’ 구조에 따른 원가 절감과 품질 희생 △트렌드 변화 대응 실패 등을 꼽는다.
일본 맥주의 부활도 수제맥주 브랜드에 악재로 작용했다. 일본 맥주는 2023년 8월 이후 2년 이상 수입 맥주 시장 1위를 유지하며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불매운동으로 인한 단절이 오히려 잠재 수요를 만들어냈고, 코로나19 종식 이후 일본 현지를 찾은 MZ세대 소비자들의 ‘현지 맛 재현’ 수요가 확대되면서 ‘제2 전성기’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수제맥주 브랜드의 M&A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경기 침체와 투자심리 위축, 시장 성장성 둔화 등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했고 단기간의 수익 창출이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통주 업체 국순당도 세븐브로이와 어메이징브루잉 동시 인수를 검토했으나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수제맥주 브랜드가 이종 산업에 매각되며 본연의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울앤제주는 2023년 자동차 수리업체에 매각된 뒤 반도체 회사로 재인수됐지만 뚜렷한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제맥주 시장이 다시 성장하려면 지역성과 체험형 소비를 결합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며 “지역 축제, 브루어리 투어, 팝업바 등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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