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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오주한 팀장|장혜원·노태하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사용할 새 집무실 부지로 서울 용산의 ‘국방부 청사’를 지목하며 ‘청와대 시대의 마감’을 알렸다. 이로써 역사적으로 ‘군(軍) 요충지’로 점령군들의 땅이었으며 해방이후 우리 군의 품으로 돌아온 국방부 일대가 ‘정치1번지’로 격상하게 됐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인 1월27일 ‘광화문 집무실 시대’를 공약했다. 당선 후 집무실 이전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광화문시대를 여는 것은 아니지만 용산시대 개막을 공언하며 결국 실현을 앞두고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20일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발표하며 40여분간 직접 기자들에게 대통령 집무실 용산이전 계획을 조목조목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이달 들어 국방부는 인수위와 청와대에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보고했다. 양쪽 의견을 취합한 후 한미연합훈련 등 당장의 현안 운영에 지장이 없는 부서부터 차례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방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대통령 경호처 등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세부 계획과 예산 등을 인수위 측과 논의했다. 안보 공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국방부 연쇄 이전을 8일부터 본격 시작해 내달 14일까지 한 달여간 다섯 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국방부의 이전계획안에 따르면 비지휘부서인 1그룹은 1단계 이사 기간인 8일부터 13일 사이에 군사법원과 국방컨벤션 건물로 이사한다. 국방부 별관(구청사) 부서들은 용산구 후암동에 있는 옛 방위사업청 건물로 이동한다. 2단계인 14일부터 20일 사이에는 비지휘부서 중 전력자원관리실, 국방개혁실 등 2그룹이 구청사 등으로 이전된다. 3그룹은 국방부 장·차관과 기획조정실·국방정책실·인사복지실 등 지휘부와 주요 정책담당, 작전·대비태세담당 부서로, 합참에 자리를 잡을 예정이다.
4단계 이사부터는 12일부터 28일까지로 예정된 상반기 한미연합훈련 종료 이후 진행될 예정이다. 이 시기에 합참 청사 내 일부 부서들을 합참 옆에 있는 합동전쟁수행모의본부(JWSC)와 국방부 시설본부로 옮길 방침이다. 마지막 5단계 이사 기간인 내달 5일에서 14일 사이에는 국방부 신청사 2층에서 4층 사이에 있는 △장·차관실△기획조정실△국방정책실 등 주요 지휘부서들이 합참 청사로 이전한다.
경찰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에 발맞춰 용산경찰서를 경무관급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용산경찰서 인력은 현행대비 200여명을 증원해 900여명급으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세가 욕심낸 서울의 노른자위 ‘용산’
‘용산시대’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바로 ‘터’다. 인왕산에서 안산으로 뻗어내린 서울 백호 지맥의 한 줄기가 만리재와 청파동을 거쳐 한강까지 이어지는 형상이 용(龍)과 비슷해 이 일대를 용산(龍山)으로 불렀다고 한다. 서울의 노른자위 처럼 정 가운데 있기 때문에 군사요충지로 외세의 야욕에서 자유로운 적이 없을 정도로 많은 고난과 시련으로 점철된 지역이기도 하다.
용산 국방부 일대는 1882년 임오군란으로 한반도에 들어온 청나라 군대 주둔을 시작으로 을사조약 1년이던 1904년 러·일전쟁이 발발하며 일본군이 용산에 자리를 잡았다. 한·일의정서를 내세워 용산 일대 약 1000만㎡(300만평)을 군용지로 강제 수용했다. 이후 일제강점기 내내 일본인들이 점유했다. 광복 후에는 미군이 이어받아 용산 일대를 군사시설로 활용해왔다.
1945년 광복 이후에도 용산기지는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는데,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며 1952년에 용산기지를 미국에 공여했다. 이후 미8군사령부가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용산은 주한미군의 근거지로 자리매김했다. 휴전 이후 다시 일본군 사령부 건물로 돌아온 국방부 청사는 1962년 중구 필동 청사로 이전했다.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고 4년 뒤인 1966년 현재의 용산구 삼각지 부지(삼각지에서 이태원쪽으로 향하는 방면)에 국방부 청사를 신축해 1970년 9월 옮겼다. 외국군 주둔의 역사로 점철된 용산은 1990년 6월 한미 정부가 용산기지를 이전하는 내용의 기본합의서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됐다.
노무현정부 때인 2003년 5월 한·미 정상이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을 합의한 데 이어 2005년 10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용산기지의 국가공원 추진 방안을 발표하며 오늘날에 이르게 됐다. 거슬러 올라가면 임오군란이 일어났던 1882년부터 미군의 일부 기지 반환이 이뤄진 2020년까지 100년 이상 용산 땅을 외국군이 사실상 점유해 온 셈이다.
서울 시내에서 ‘경호’와 ‘넓은 부지’가 보장되는 곳은 용산 국방부가 거의 유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윤 당선자 측은 국방부 청사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와 비교해 경호·보안이 용이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애초에 공약했던 ‘광화문 집무실’을 지키지 못한 이유도 ‘경호’ 때문이었다. 지난달 30일 윤 당선자는 “최소한의 경호 조치에 수반되는 광화문 인근 시민의 불편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청와대 내 일부 시설의 사용 역시 불가피해 청와대를 시민에게 완전히 돌려드리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국방부 내에는 국방부 청사와 합동참모본부, 합동전쟁수행모의본부, 국방부 각종 직할부대 등이 밀집해 있다. 국방부 건너편에는 주한미군 각종 시설이 있다. 의전을 담당할 국방컨벤션도 있다. 인수위는 대통령이 유사시 사용할 수 있는 지하벙커에 헬기 두 대가 동시에 이·착륙할 수 있는 헬기장이 구비돼 대통령 전용 헬기가 뜨고 내리는 데 지장이 없다고 봤다. 현재 국방부 외곽은 경찰이 경비하고 있다. 담과 철조망이 둘러싼 내부는 총기로 무장한 군사경찰대대가 지키고 있다.
윤 당선인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 1층에는 프레스센터를 설치해 수시로 언론과 소통하겠다”라며 “청와대 직원 수는 줄이고 민관합동위원회 사무국·회의실을 가급적 많이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방부 구역 역시 개방해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만 펜스(담장)를 설치하고 여기까지 시민들이 들어올 수 있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부지가 협소한 광화문 청사에서는 모두 불가능한 것들이다.
‘안보 공백’부터 ‘천문학적 비용’에 국민 ‘우려-반대’
용산시대에 가장 큰 걸림돌은 국방부의 이전에 따른 안보 공백 우려다. 3월21일 청와대에서 용산 이전을 놓고 NSC 확대관계장관 회의가 열렸고, 문재인 대통령은 기재부와 행안부 장관, 합참의장 등 관계부처의 보고를 받았다. 당시 민주당은 “윤 당선인은 청와대 이전 졸속 추진이 낳을 혼선과 부작용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라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취임 초 90일’을 이른바 ‘골든타임’으로 본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5월9일까지인데, 임기 중에 공백이 생길 경우 책임져야 하는 당사자는 바로 문 대통령이라는 얘기다.
‘안보공백 우려’에 대해 윤 당선인은 “군부대가 이사한다고 국방 공백이 생긴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가장 빠른 시일 내 가장 효율적으로 이전을 완료, 안보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방부 청사를 개조하고 용산공원을 새로 개발하더라도 현재 국방부 청사 자체가 ‘제2의 청와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 역시 만만치 않다. 국방부 청사가 경호·보안에는 확실한 강점을 갖고 있는데, 그만큼 시민 접근성이나 주민과의 소통성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가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새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3월22일 ‘미디어토마토’의 여론조사(95% 신뢰수준, 오차범위 ±3.1%p)에서, ‘용산 이전’에 대한 반대가 58.1%로 찬성의 33.1%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갤럽 조사(95% 신뢰수준, 오차범위 ±3.1%p)에서도 반대가 53%, 찬성이 36%로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이에 ‘불통 대통령’ 이미지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군사독재의 잔상이 아직도 국민 뇌리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국방부로 이전하게 되면 ‘안보 대통령’의 이미지가 더욱 강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권위적 대통령’이라는 이미지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논란이 불거진 이전비용에 대해 윤 당선자 측은 지난달 20일 인수위 기자회견서 △현 국방부를 합참 청사 이전 소요 비용 118억원 △국방부 청사 리모델링 비용 252억원 △대통령 경호처 이사 비용 99억9700만원 △한남동 육군참모총장공관 대통령 관저 리모델링 비용 25억원 등 약 500억원의 예산을 신청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6일 정부는 집무실 용산이전을 위한 일반회계 일반예비비 360억원 지출안을 의결했다. 이 가운데 국방부에 배정된 예산은 118억원으로 이사비 30억원, 정보통신 구축비 55억원, 시설보수비 33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군은 임시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예비비 외에 자체 국방예산을 추가 투입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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