濠 법원 “성별이란 변경 가능한 것… 외모로 남녀 판단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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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금지법 근거… 性정체성·지향에 따른 차별은 ‘불공정’
트랜스젠더 여성전용앱 자격박탈은 ‘부당’… 900만 원 지급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25 16:23:51

▲ 23일(현지시간) 록산느 티클이 호주 시드니의 연방법원을 나오고 있다. 남성 출신 트렌스젠더인 그는 여성 전용 앱에서 자격을 박탈당하자 성차별금지법에 근거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법원은 여성 전용앱 '기글 포 걸스' 측이 그에게 1만 호주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호주 법원이 남성 출신 트랜스젠더의 회원 자격을 박탈한 여성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에 성차별 금지법 위반을 들어 배상금 지급을 판결했다. 24일(현지시간)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 등에 따르면 전날 호주 연방법원은 여성 전용 앱 ‘기글 포 걸스’(기글)가 트랜스젠더 여성 록산느 티클의 회원 자격을 박탈한 것은 법률 위반이라며 티클에게 1만 호주달러(약 900만 원)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명령했다.

로버트 브롬위치 판사는 성별이 출생 시 정해진다는 피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의 통상적 의미에서 성별이란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성 정체성 때문에 회원 자격이 박탈됐다는 티클의 주장에 대해선 “입증 불충분”을 인정하면서도 “외모가 여성 같지 않다는 이유로 회원 자격이 박탈됐기 때문에 간접 차별로 보인다”고 판결문을 통해 밝혔다.

“트랜스젠더들에게 스스로를 위해 일어설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일로 트랜스젠더와 성별 다양성을 지닌 사람들이 치유되길 바란다”는 게 티클의 소감이다. 또한 멜버른에 위치한 명문 마나쉬대의 폴라 거버 법학 교수가 나서 “이번 판결이 외모로 성별을 판단하는 게 성차별금지법 위반임을 보여줬다”며 “호주 트랜스젠더 여성들의 큰 승리”로 환영하기도 했다.

티클이 2021년 2월 여성들의 자기경험을 공유하는 여성 전용 앱 기글을 다운받아 회원가입을 위해 사진을 올렸을 때 인공지능(AI)은 그를 여성으로 판단해 가입을 승인했다. 그러나 그해 9월 기글이 여장남자를 골라내고자 가입자들을 일일이 점검했고 이 과정에서 티클의 회원 자격을 정지시켰다.

이에 티클은 기글 측을 상대로 총 20만호주 달러(약 1억80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에 근거한 차별을 불법으로 규정한 성차별금지법 위반이라는 주장이었다. 이에 기글 측은 16세 이상 여성만 가입 가능함을 적시한 약관을 들어 여기서 여성이란 법적이 아닌 생물학적 개념이라며 티클을 여성으로 볼 수 없어 탈퇴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별 정체성=개인의 결정사항 추세가 근년 부쩍 거세진 가운데 이번 판결의 반응이 주목된다. 3월엔 호주의 첫 아시아계 외교장관인 페니 웡(55)의 동성혼이 눈길을 끈 바 있다. 현지 매체를 인용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웡 장관은 20년간 연인 관계였던 소피 알루아시와 결혼식을 올렸으며 두 사람이 체외수정으로 얻은 두 딸 알렉산드라(11)와 한나(8)가 들러리를 섰다. 동성혼은 현재 전 세계 35개국에서 합법이다. 우리나라 역시 차별금지법·건강가정기본법 등이 통과 내지 개정될 경우 동성 커플도 사실상 법적 부부 수준의 복지 혜택을 누리게 될 전망이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