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기의 한반도 테라포밍] 국제 정세 혼돈 속 정교한 국가 스탠스 유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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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이전 섣부른 결정은 오히려 국익 저해
다급해진 바이든 NATO에 휘둘리지 말아야
돈 때문에 팔려간 북한군에 현실 유포도 필요

박진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0-25 06:31:30

북한은 2023년 12월 통일정책 폐지에 이어 2024년 4월에는 대한민국을 제1 적대국으로 지정했고 종북좌파들을 동원하여 7월에는 국정원의 조사권 폐지 입법 발의, 9월에는 ‘두 국가론’을 주장했다. 이번에는 출처 미상 드론의 평양 시내 삐라 살포를 문제 삼으며 우리가 빌려준 돈으로 건설한 도로까지 폭파시키며 휴전선을 기준으로 속칭 ‘요새화’를 진행하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가 6월에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2024.6.20)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북한군 파병이 진행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이것이 전방 군사력 공백을 고려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가 휴전선을 넘어 진격할 가능성은 ‘제로(0)’이며 북한도 이를 알고 있는 만큼 오히려 후속 파병의 두려움으로 인한 북한 군인들의 산발적 귀순 차단 등 체제 붕괴에 대한 두려움으로 볼 수도 있다.

현재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훈련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군은 우리 수도권에 침투하여 게릴라전을 수행하기 위해 창설된 특수부대로 알려졌으나 실제 그들의 전투력은 얼마나 될까. 서방 전문가들은 미·영 특수부대 대비 50% 수준 정도로 낮게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정작 ‘남조선 인민 해방’이라는 세뇌된 명분조차 없이 오로지 ‘김정은 일족의 사치스러운 삶’을 유지시키기 위해 돈에 팔려 간 자신들의 참담한 현실을 알고 환멸을 느끼고 있을 수도 있다.

게다가 러시아조차 ‘전략 전술 미흡과 통신망 및 군수보급 시스템 낙후’ 등으로 이미 수십만 명의 전사자를 발생시키며 전쟁을 3년째 끌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군에게 우수한 장비를 지원할까. 위성항법장치(GPS)조차 없는 러시아 군용기를 타고 키이우로 공수작전을 감행할 수 있을까. 답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제 곧 겨울이 시작된다. 혹독한 동유럽 전장에서 부족한 장비와 물자만 가지고 후속 군수 지원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근대적 ‘참호전’에 투입될 북한군의 심정은 어떨까. 러시아군 일일 전사자가 무려 1300명이나 되는 전쟁 속에서 말이다.

북한군의 전쟁 개입을 앞두고 그간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에 회의적이던 서구 유럽인들은 혹시라도 불똥이 튈까 ‘좌불안석’이다. 현재 나토 회원국들은 지역 안보의 위기조차 수습할 수 없는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 오죽 급했으면 21일 나토의 뤼터 사무총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나토·한국 간 긴밀한 파트너십과 대서양과 인도·태평양 간 연계된 안보를 논의했다”고까지 했을까. 이는 대한민국의 적극적 개입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다음 날인 22일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 야합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북한군의 즉각 철수를 촉구하며 우크라이나에 단계별로 공격용 무기 지원을 고려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는 불과 10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11.5)를 고려치 않고 내린 ‘성급한 결정’이다. ‘한국의 무기 제공이 러·북 군사 협력을 막는 유일한 길’이라는 미국 랜드연구소의 주장처럼 ‘트럼프 재선 이전’에 우리에게 많은 부담을 전가시켜 놓으려는 바이든 행정부와 나토에 휘둘리고 있는 모양새로 비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냉정히 생각하면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미국이 참전한 상황도 아닌 상태에서 대한민국은 인도적 차원 이외에 ‘공식적 구속력’도 없다.

많은 사람이 제기하는 러시아의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및 위성 기술 이전 등은 우리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든 안 하든 진행되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현 시점에서 우리는 분위기에 휩쓸려 과도하게 개입할 필요가 없으며 러시아를 등에 업은 북한군 도발 가능성과 북한 군사기술 향상을 고려해 자체적 핵전력 구축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또한 현 상황을 역이용하는 치밀한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이번 전쟁을 핸들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파병 북한군의 집단 투항’을 유도할 수 있는 ‘정교한 공작’이다. 국정원은 파병 북한군 대상으로 삐라 등 김정은 일족을 위해 목숨을 버릴 필요가 없음을 설득하는 홍보물을 지속적으로 유포하고 ‘자진 투항 및 귀순 루트를 적극 제공’하는 한편, 외부 정보가 차단되어 있는 휴전선 이북 북한군과 북한 주민들에게도 현재 국제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파해야 한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마무리하고 북한의 체제 붕괴를 앞당길 수 있는 트리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익과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미래예측 시나리오’를 만들고 케이스별 시뮬레이션 이후 최종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만일 11월5일 트럼프가 당선되고 그간 그의 주장대로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을 선언하게 된다면 지금의 성급한 결정은 오히려 한·미 관계 악화는 물론 방위비 협상 재요구 빌미 제공 등 국익 저해 요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혼돈의 국제 정세 속에 폭넓은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수렴한 정교한 국가 스탠스 유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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