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포퓰리즘으로 수십년 나락을 해매던 남미 아르헨티나의 악성 인플레이션이 잡히기 시작했다. 하비에르 밀레이정부의 개혁 1년 만에 물가상승률은 약 100%p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국립통계청(INDEC)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IPC)가 전월(12월11월) 대비 2.7% 상승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오르긴 했으나 그간 연말과 여름(남반구) 휴가철의 일반적 변동폭에 비해 높지 않다.
연간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세자리수(117.8%)지만 2023년 12월의 211.4%에서 93.6%p 하락해 뚜렷한 둔화세를 보였다고 아르헨티나 중앙은행(BCRA)이 짚었다. 경제부는 엑스(X·옛 트위터)에 “단 12개월 만에 인플레이션을 가루로 만들었다”며 “밀레이 대통령 집권 첫해의 데이터는 합리적인 경제정책과 성장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음을 방증한다”고 자평했다. 사회주의를 맹공격하던 자유주의 경제학자 출신인 밀레이 역시 엑스에 관련 기사 여러 건을 공유하며 비속어까지 섞어 “자유 만세” 문구를 남겼다.
2023년 12월 취임하자마자 밀레이는 페소를 ‘절반 가치’로 평가절하, 공무원 감원 및 각종 사회 보조금 대폭 축소 등 ‘전기톱 충격 요법’을 단행했다. 빈곤층 급증과 불황이 이어졌고 노조원·은퇴자·대학생 중심의 끊임 없는 시위 속에 밀레이가 “아르헨티나를 수십년간 괴롭힌 물가도 머잖아 불쾌한 기억에 불과할 것”이라며 버텼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또한 칭찬하고 나섰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가 10일(현지시간) “최근 가장 인상적인 사례 중 하나”라면서 “밀레이의 개혁이 아르헨티나 경제 안정화 및 성장을 위한 견고한 프로그램 시행을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극찬이 밀레이정부의 IMF 110억 달러(16조2000억 원) 신규 지원과 2018년 전임 마우리시오 마크리 정부 시절의 440억 달러(64조9000억 원) 차관 상환 재협상을 희망하는 가운데 이뤄져 눈길을 끈다고 현지 언론이 지적했다.
아르헨티나는 IMF의 최대 채무국으로 400억 달러(59조 원)를 상환해야 한다. IMF 전체 차관 규모의 27.7%다. IMF에선 밀레이정부 성과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몇 가지를 권고했다. 우선 여러 현존 달러 환율 일원화와 외환시장 자유화를 통해 외화보유고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것이 페소 평가절하를 의미하기에 물가상승 재발을 우려한 밀레이정부는 달러를 충분히 확보한 후 실시하겠다며 반대하고 있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