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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산체스(52) 스페인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소유자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트위터를 인수해 엑스(X)로 운영 중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겨냥한 발언이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산체스 총리는 이날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소셜미디어 소유자들이 알고리즘을 통해 사회를 오염시키며 민주주의를 훼손한다.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서민·중산층 살리기' 운동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선봉장인 머스크를 저격했다는 점에서 '트럼프주의' 확산에 대한 불편함의 표현이기도 하다. 55회째 연차총회를 맞게 된 WEF는 1990년 들어 탈냉전시대 글로벌리즘의 핵심 기구로 작동했다. 유럽연합(EU) 주류 엘리트의 의제들이 중심을 이루며 다분히 정치적올바름주의에 기울어져 있다.
WEF에 모이는 엘리트들이 이민수용과 기후변화 저지 노력 등에 힘을 실어 주면서 서유럽에선 서민·중산층의 삶을 무너뜨리는 결과로 나타났다. 그 반발로 근년 이른바 '극우' 정당들의 약진이 이어진 가운데 산체스 총리의 앞날 또한 주목된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9년 만에 불명예 퇴진했고 사회주의 성향의 독일·영국·프랑스 정권 역시 모두 위태로운 가운데 오스트리아에선 조만간 이른바 '극우' 자유당 출신 총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산체스 총리는 "소셜미디어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 우리가 통제권을 되찾자"고 목소리 높였다. 이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패러디한 것으로, 머스크 비판이자 트럼프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될 수 있다. EU 엘리트들에게 엑스란 '극우 이데올로기의 확성기' '가짜뉴스 온상'이다.
이날 산체스 총리는 소셜미디어의 익명성을 제거하고 알고리즘을 더 투명하게 만들기 위한 EU 정상회의를 제안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머스크가 "독일대안당(AfD)이 독일의 희망"이라는 취지의 글을 현지 주요 매체에 기고한 후 '상종 못할 극우' 취급받던 AfD 대표와 토론했다. 이 엑스 대담을 수천만 명이 생중계 내지 사후 시청해 2월로 예정된 독일 조기총선에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스페인왕국의 7대 총리이자 스페인사회주의노동자당(사회노동당) 대표인 산체스는 1993년 당시 대표였던 펠리페 곤살레스 총리의 선거 캠페인에 참여한 이후 정치 경력을 쌓았다. 2003년 마드리드 시의원에 당선돼 8년간 재직한 후 두 번의 낙선 끝에 하원에 입성했다. 2013년 보궐로 원내에 진출해 당대표가 됐는데 2016년 6월 총선의 참패로 스페인 민주화 이래 최악의 성적을 내며 당대표직에서 밀려난 바 있다. 2017년 카탈루냐 독립운동 정국에서의 존재감도 미미했다.
그러나 국민당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카탈루냐 독립운동 진압을 위해 카탈루냐 의회를 해산하고 재선거를 치렀으나 독립파가 과반의석을 확보하고 국민당이 대참패하는 자충수를 두면서 상황이 반전된다. 이에 더해 부패 스캔들까지 터져 2018년 6월 시민당 외 포데모스 및 지방 독립주의 정당 등 야당들과 연대해 라호이를 실각시켰다. 라호이 실각 후 조기총선을 조건으로 산체스는 85석에 불과한 정당의 대표임에도 총리직에 오를 수 있었다.
총리 취임 후엔 내각 과반 이상을 여성으로 채웠다. 산체스는 복잡한 국내 상황이 겹치며 반사이익으로 2019년 총선에서 의석을 기존 85석에서 123석으로 늘리며 재집권에 성공했으나 2020년 1월에서야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부총리를 4명이나 임명했고 그 중 절반이 여성이었다. 공약에 따라 과거사 청산에도 적극적이었다. ‘전몰자의 계곡’에 있던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유해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국립묘지에서 ‘파묘’해 버린 셈이다.
가자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산체스는 이스라엘을 비판하며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실제 연정 구성원인 수마르와 함께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기로 협의하고 이를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통보했다. 작년 5월 스페인의 한 보수집회에서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해롭고 부도덕한 사회주의”를 말하며 산체스 총리 부부를 직격해 대사관 철수까지 언급됐다.
당시 밀레이 대통령은 “산체스 총리에겐 부패한 아내가 있어 오염됐으며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데만 5일이 걸린다”고 꼬집었다. 산체스가 영부인 베고나 고메스에 대한 부패 의혹이 제기되자 총리직 사퇴를 고민한다며 5일간 공무를 중단했다가 복귀한 것을 비꼰 것이다. 이에 산체스는 아르헨티나 주재 스페인 대사를 영구 철수시키겠다고 격노했다.
한편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튿날 백악관 공식 홈페이지 스페인어 버전에 '에러 404'와 함께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는 문구가 떴다. 그 아래의 '홈페이지로 이동'(Go To Home Page) 버튼을 누르면 첫 임기 및 선거 운동 기간 트럼프 대통령 영상을 담은 페이지로 연결된다. 처음엔 이 버튼이 '고 홈'(Go Home)으로 표시돼 있었다. 스페인어 버전 엑스 계정 @LaCasasBlaca(생식의 자유=낙태권)의 미 정부 페이지도 사라졌다.
노동부·법무부·농무부 등 다른 정부 기관의 스페인어 페이지는 여전히 운영 중이다. AP에 따르면 이런 변화 관련 질문에 백악관 수석 부대변인 해리슨 필즈가 "(출범한 지) 이틀째"라며 "백악관 웹사이트를 개발·편집·조정 중"이라고 답했다. 현 상황은 트럼프 취임 첫날 불법이민 단속 의지를 드러낸 행정명령과 맞물려 주목을 받았다. 2023년 미 인구조사국 추산으로 스페인어가 모어인 미국인이 약 4340만 명이며 5세 이상 인구의 13.7%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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