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5·18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으며 나는 한강의 좌익 본능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곤 제주4.3을 형상화했다는 ‘작별하지 않는다’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전라도 시인 정재학은 한강의 문학은 독(毒)이라고 일갈했지만, 들여다볼수록 곤혹스럽기 때문이다.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한강은 1948년 당시 갓난아이를 포함해 열 살 미만의 어린이 1500명이 군경의 총에 의해 몰살당했다고 서술했다.
한강은 “광기가 허락되었고, 외려 포상되었다”며 이른바 국가 폭력을 다시 무한 저주했다. 그리고 당시 사망자가 총 3만 명이라고까지 말했다. 모두 터무니없다. 당시 사망자는 1만 명 내외다(김동일 지음 ‘제주4.3 사건의 거짓과 진실’). 왜 그는 좌익의 거짓 선전을 확대 재생산하는가. 급기야 반미를 외치고, 서청(서북청년회)을 극우로 모는 대목에서 난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이 섬(제주)에 사는 삼십만 명을 다 죽여서라도 공산화를 막으라는 미군정의 명령이 있었고 그걸 실현한 의지와 원한이 장전된 이북 출신 극우 청년단원이 이 주간의 훈련을 마친 뒤 경찰복과 군복을 입고 섬으로 들어왔고…”(문학동네판 ‘작별하지 않는다’ 317쪽).
얘기는 지금부터다. 분명 한강의 문학은 반국가·반대한민국을 전제로 하는데, 여기서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누구이겠는가. 몇 해 전 퇴출된 시인 고은(본명 고은태)이다. 고은의 경우 대표작이라는 연작시집 ‘만인보’에서 전방위로 현대사 뒤집기를 시도했다. ‘만인보’는 내 눈에 ‘시로 쓴 거대한 국가 반역’의 기록이 맞다. 일테면 그는 해방 공간의 전설이던 서북청년회, 즉 서청을 표적 삼아 저격했다. 우리 문학사에서 서청을 그렇게 공격한 거의 첫 사례다.
“백색테러가 시작되었다/ 유혈 낭자/ 군정청 경무부장 조병옥의 지원을 받았다// 선우기성/ 점점 살벌해졌다 인간보다 비인간이 더 치열했다// 38 이남이 떨어댔다”(‘만인보’ 18권 ‘선우기성’).
이 시에 실명으로 등장하는 선우기성은 서청 지도자의 한 명으로 유명하다. 그가 말하는 백색테러라는 게 대체 뭔가. 해방 직후 좌익의 무자비한 파괴 공작, 즉 적색테러에 맞선 행위다.
당연히 정당방위였고, 대한민국 건국의 초석이 아니었던가. 상식이지만 서청이 학정을 피해 38선을 넘은 이북 출신 청년들이 만든 단체의 연합체로 결성된 게 1946년 말의 일이다. 지금도 서청 하면 억센 주먹과 의협의 투쟁 정신을 떠올리는 건 누구도 흉내 못 낼 그들의 용맹성 때문이다. 회원 중 나홀로 월남자가 적지 않아 합숙하면서 기동성을 높였고, 그게 동지애를 키웠다.
“당하면 반드시 보복한다”는 독한 신념은 좌익과의 싸움에서 더욱 강화됐다. 그런 서청의 최대 활동이 남로당의 정치 투쟁에 맞선 대(對)테러 활동이었다. 그런 빛나는 업적의 하나가 부산의 좌익 검사 저격이었고, 제주4.3사건 진압 투입작전이었다. 그렇게 서청의 위업을 두고 소설가 한강은 ‘극우 청년단원’이라며 냅다 구정물을 퍼부은 것이다.
세상에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을 향해 이렇게 손가락질하는 건 또 뭔가. 한강, 너는 어느 나라 작가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앞으로 한강의 소설이란 ‘문학의 이름으로 된 정치 투쟁’이라고 규정하기로 했다. 어쨌거나 한강과 고은은 그 점에서 유유상종이다. 얘기를 한 걸음 진전시키자. 한강과 고은의 뒤에는 누가 있는가. 바로 백낙청이다.
병든 한국 문단의 숨은 황제인 그는 오래전부터 현실 정치를 주물러 온 호메이니이지만 다 아시듯 출발 지점은 문학이었다. 그런 백낙청의 눈에 안 보이는 연출로 20년 전부터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자로 고은이 지목되어 왔던 것도 우린 잊으면 안 된다. 그러던 고은이 성추문 사건으로 탈락하자 이번에 한강을 대타로 기용해 막후 로비를 했다는 게 문단의 상식이다.
안타깝다. 그런데도 아직도 사람들은 백낙청의 실체를 모르고, 그가 거느린 한강·고은의 문학이 왜 독극물인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다. 고은의 ‘만인보’는 말 그대로 ‘만인의 삶에 대한 기록’이란 뜻이며, 한국사에 명멸한 인간 군상의 부침과 영욕을 담아냈다고 얼치기 평론가들은 설명하지만, 말짱 엉터리 같은 소리다. ‘만인보’ 전체가 현대사에 대한 무한 저주로 가득하다.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라는 인식 탓이다.
현대사에선 기회주의가 득세하고 정의가 짓밟혔다는 노무현식 자학(自虐)이 아니면 뭘까. 그러던 고은이 불명예 퇴장하고 난 뒤 세상이 좀 나아지려나 하던 차에 등장한 게 한강이라는 또 다른 괴물이다. 이제 그는 노벨상의 후광까지 엎고 반국가·반대한민국의 심볼로 떴다. 그런데도 모든 이가 입을 열어 한강을 찬양한다. 이 나라에 제정신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이렇게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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