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주식시장이 1월 회복 국면에 올라섰지만 개인투자자 성적표는 여전히 신통치 않다. 순매수 상위 종목 절반 이상이 마이너스(-) 상태다. 순매수 상위 종목 전부 다 플러스(+) 수익률을 거둔 외국인과 상반된 행보다. 이는 연초 외국인 투자자가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고 팔면서 국내 증시를 주도한 결과로 풀이된다. 환율 안정 등 수급 개선이 전망돼 외국인 주도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일 증권가 등에 따르면 1월31일 코스피 지수는 2517.37에 장을 마감했다. 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 충격’에 이날 0.78% 하락했지만 작년 말(2399.49)과 비교해서는 4.9% 높았다. 이는 주요국 주가지수를 웃도는 성적이다. 같은 기간 미국의 S&P500은 2.7% 올랐고 다우는 4.7% 상승했다. 나스닥은 1.6% 올랐다.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각각 0.8%·3.0% 하락했다.
증시 회복에도 불구하 개인의 투자 성적표는 낙제에 가까웠다. 올해 들어 1월31일까지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10개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0.64%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 등락률(4.9%)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4개 종목(유한양행·카카오·한화엔진·HD현대중공업)은 상승했고 나머지 6개 종목(삼성전자·현대차·셀트리온·삼성SDI·HD현대미포·LG이노텍)은 하락했다.
외국인의 투자 성적표는 이와 달랐다.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SK하이닉스·NAVER·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삼성바이오로직스·두산에너빌리티·현대모비스·레인보우로보틱스·기아·크래프톤) 모두 상승했다. 이들 주가도 한 달 만에 평균 26.2% 올랐다. 코스피 지수를 20%p 이상 웃도는 수치다.
같은 업종이라도 어떤 종목을 담았는지가 개인·외국인 투자자 간 희비를 갈랐다. 반도체 중 개인은 삼성전자(순매수 1조2629억 원)를 픽했고 외국인은 SK하이닉스(1조3835억 원)를 택했다.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하면서 1.5% 하락했지만 SK하이닉스는 HBM 호재를 등에 업고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해 14.5% 상승률을 보였다.

조선 종목 주가도 상황이 비슷했다. 개인은 HD현대미포를 1636억 원 어치 사들였고 외국인은 한화오션을 1704억 원 각각 순매수했다. 주가 상승률은 HD현대미포 –7.3%를 기록했고 한화오션은 53.1%로 차이가 컸다. 플랫폼 종목도 개인이 택한 카카오(1744억 원)는 0.4% 상승에 그친 반면 외국인이 택한 네이버(2628억 원)는 8.8% 뛰어올랐다.
자동차 역시 개인이 사들인 현대차(2508억 원)는 2.8% 하락했고 외국인이 매수한 기아는 1.3% 상승했다. 외국인은 개인이 담지 않은 로봇(레인보우로보틱스 84.4%)·방산(한화에어로스페이스 22.5%)·원자력(두산에너빌리티 36.2%)을 적극 사들이면서 상승률을 밀어 올렸다.
이는 외국인이 주식시장을 주도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의 1월 거래대금(매수+매도)은 일평균 7조7501억 원이었다. 작년 1월 7조2633억 원보다 약 5000억 원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거래대금이 26조7955억 원에서 20조9864억 원으로 6조 원 줄어든 개인과 대조적이다.
이에 외국인의 순매도 구모에 따라 주가 향방이 갈렸다. 외국인은 1월 한달 18거래일 동안 9거래일 기간을 순매도했다. 이 가운데 8거래일 간 코스피가 하락 마감했다. 순매수 규모도 1월31일을 제외하면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2403억 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순매도에 나선 개인(-6354억 원)·기관(-6919억 원)과 상반된다. 설 연휴 전까지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부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외국인 주도의 증시 강세는 2월에도 이어갈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 추가 약세 가능성이 크지 않고 3월 예정된 공매도 재개 조치가 외국인 수급 개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코스피 2월 예상 밴드로 상상인증권은 2450~2650을 전망했고 삼성증권은 2400~2700을 제시했다. 주요 기업 실적 발표 등에 따라 변동성 장세가 예상되는 만큼 개인·외국인 간 성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수급 환경의 변화는 개인의 거래 비중 하락과 외국인의 거래 비중 상승이고 외국인 수급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높아졌다”며 “펀더멘탈을 함께 고려해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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