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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촘말로 귀하고 아름다운 보물이우다”
광활한 바다 위 불쑥 솟은 푸른 섬 제주도는 여러 차례의 화산 폭발과 용암 분출을 겪으면서 지금의 조각 같은 절경을 이루게 됐다.
제주도에는 13개의 지질공원이 있어 매년 지질 트레일 행사를 개최한다. 지질 트레일이란 화산 지형이나 해안 단구, 동굴 같은 곳을 탐방하며 땅의 역사를 배우는 것을 말한다. 올해는 7월26·27일 이틀간 제주 서귀포시 용머리해안과 산방산 일대에서 관련 행사가 열렸다.
100만 년 전 깨어난 용의 머리
제주 지질 트레일은 총 3개 코스로 구성돼 있다.
먼저 용머리해안과 산방산을 잇는 A코스(3.8㎞)가 있다. 100만 년 전 형성된 용머리해안과 80만 년 전 만들어진 산방산은 지질 명소를 넘어 제주도를 대표하는 관광지다.
그래서 제주를 찾는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다녀오기 때문에 잘 안다고 착각해 대충 둘러보기 쉽기도 하다. 하지만 파면 팔수록 새로운 모습이 나오고 안 보이던 곳이 보이는 곳이 이곳이다.
A코스는 용머리 기후변화 홍보관에서 출발해 용머리 응회환-하멜기념비-항망대-산방연대-용머리 전망대-산방굴사로 길이 이어진다.
출발지인 서귀포시 안덕면 용머리 기후변화 홍보관은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설립됐다.
30년 전만 해도 용머리해안 탐방로는 365일 입장이 가능한 곳이었다. 그러나 최근 기후 환경의 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해식애 앞쪽 탐방로가 바다에 잠기는 날이 늘고 있다.
용머리해안을 종일 탐방할 수 있는 날이 2011년에 214일이었다면 2020년에는 42일로 줄어들었다. 융프라우처럼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는 신비의 세계가 되고 만 것이다. 심지어 작년 여름에는 41일 연속으로 접근이 금지되기도 했다.
제주도가 당면한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세계 유일의 구상나무 숲이 면적이 줄고 있으며 바다 전체가 석회조류로 뒤덮이는 갯녹음현상이 심화됐다.
홍보관을 나서면 용머리 응회환으로 길이 이어진다. 응회환(tuff ring)이란 마그마와 물이 만나 분화를 일으키는 과정에서 형성된 웅덩이를 말한다. 보통 화구륜의 높이가 낮고 폭이 넓으며 경사가 25° 미만이다.
용머리해안은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체 중 하나로 한라산보다 먼저 생겼다. 여러 차례의 화산 폭발과 붕괴를 겪는 동안 다양한 지질학적 특징이 나타나게 됐는데 긴 세월 화산쇄설물들이 층층이 쌓여 이룬 평행 지층, 벌집 모양의 타포니, 파도의 침식에 의한 해식동굴은 용머리해안을 대표하는 지질이다.
하멜 일행, 제주목사에게 와인을 바치다
용머리해안은 역사적으로 하멜 표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곳이기도 하다.
1653년(효종 4) 네덜란드 상선 스페르버르(Sperwer·새매)호는 일본 에도 막부의 나가사키로 향하던 중 제주도 부근에서 폭풍을 만나 난파한다. 살아남은 36명의 선원이 해변으로 떠밀려오는데 하멜도 그중 하나였다.
갑자기 나타난 서양인에 놀라기는 제주 사람들도 마찬가지여서 포졸들이 달려와 이들을 연행하게 된다. 겁에 질린 선원들은 서둘러 와인과 은잔을 바치는데 제주목사는 처음 맛보는 와인에 반해 그들이 제주도에 몇 달간 머무를 것을 허락한다. 당시 그들이 머물렀던 숙소가 바로 광해군이 유배되었던 집이었다고 한다.
용머리해안 부근에는 하멜의 표류를 기념하기 위한 하멜 기념비와 전시관이 있다.
이어지는 항망대는 산방산 동쪽 해안가 일대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한자 항만(港灣)에서 유래했다. 6·25전쟁 때 모슬포 제2훈련소에서 사용할 군사물자를 이곳에서 실어 날랐다고 한다.
항망대에서는 너른 바위를 배경으로 수평층리, 노치, 풍화혈, 돌게 구멍, 수직 절리 등 다양한 지질학적 특징이 관찰된다.
제주도 기념물인 산방연대는 조선시대 정치·군사용 통신수단이었다. 봉수대가 산 정상에 설치된다면 산방연대는 똑같이 연기와 횃불을 사용하되 해변에 설치된 시설물이다.
제주 산방연대는 조선 1437년(세종 19) 왜구의 침입에 대비하여 쌓은 것으로 추정된다. 여러 전쟁을 거치면서 대부분 멸실되고 주춧돌만 남아 있던 것을 최근 복원했다.
이 연대에는 대정현 소속의 별장 6명, 봉군 12명이 배치되어 한 달에 5일씩 6교대로 24시간동안 해안선을 지켰다고 하며 동쪽으로 당포연대, 서쪽으로 무수연대와 서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 산방연대가 있는 자리는 ‘연디동산’으로 불리던 해변 언덕이다.
천연 해식동굴, 제주의 산방이 되다
A코스는 사계 해안 동쪽 산방산(395m) 중턱 산방굴사에서 마무리된다.
산방산은 지층의 충돌이나 화산 폭발로 생긴 산이 아니라 점성이 높은 조면암질 용암이 더 흐르지 못하고 용암돔 형태로 굳으면서 형성됐다. 산방산은 산방(山房)이 있는 산이라는 뜻으로 산에 아늑한 해식동굴이 있어 이런 이름을 얻었다.
산방산 주차장에서 계단을 따라 오르다 보면 광명사·보문사·산방사를 지나 산방굴사와 만나게 된다. 산방사에서 해발 200m의 산방굴사까지 가는 길은 등줄기에 땀이 솟을 정도의 체력이 필요하다.
조금은 숨 가쁜 길이지만 돌계단 오른쪽으로 80만 년의 기억을 간직한 화산암들이 성벽처럼 버티고 있어 원시의 기운에 젖어 볼 수 있다.
산방굴사는 깊이 10m의 해식동굴 전체를 가리킨다. 바다와 파도가 깎아놓은 산방 깊숙한 곳에는 부처가 모셔져 있다. 아래서 위를 올려다보면 촛불과 꽃에 둘러싸인 부처가 보이고 반대쪽을 내려다보면 마라도와 송악산 그리고 사계 해안의 절경이 눈길을 사로잡는 산방굴사다.
한편 B코스(2.5㎞)는 산방산 아래 사계리 마을을 따라 걷는 코스로 지역 주민 삶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으며 C코스(5.7㎞)는 해설사와 동행하는 지질코스로 황우치해변, 소금막 파식동굴, 화순금모래해변과 용천수, 주슴길 곶자왈 등을 경유한다. 지질 중심 코스로 주상절리와 응회암 등 화산 지형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C코스에서는 지질공원 해설사 동행 프로그램이 하루 5회 운영된다. 회당 20명 이내로 사전 예약을 받는다. 생태자원에 대한 전문가 해설 프로그램도 2회 진행되며 회당 선착순 25명까지 참여할 수 있다.
신비한 지질 경관과 다채로운 생태환경, 독특한 문화유산을 골고루 갖춘 제주도는 2010년 국내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타이틀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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