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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정부가 ‘50% 관세 폭탄’에 더해 ‘연방대법관 제재’라는 미국의 강공에 맞서 보복관세 부과를 포함한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브라질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부당하게 탄압받고 있다며 50% 관세를 부과 행정명령을 내렸다. 무역적자 등 경제적 문제가 아닌 해당국 내부 정치를 이유로 고율 관세를 부과한 거의 유일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브라질에 기존 기본관세 10%에 추가 40%를 더한 총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백악관이 전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9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앞으로 보낸 이른바 ‘관세 서한’에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쿠데타 모의 혐의 등으로 재판에 회부된 것을 “국제적 불명예” “마녀사냥” 등으로 표현하며 50% 관세를 8월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예고했었다.
백악관은 보도자료에서 트럼프의 이날 행정명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른 권한을 활용했다며 “미국 기업, 미국인의 표현 자유권, 미국 외교정책, 미국 경제에 해를 끼치는 브라질 정부의 이례적인 이상한 정책 및 조처에 대한 대응”으로 설명한 뒤, “이 행정명령은 브라질 정부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 수천 명에 대한 정치적 탄압·협박·괴롭힘·검열·기소 등이 브라질의 법치주의를 훼손한 심각한 인권침해임을 확인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앞서 미 재무부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쿠데타 모의 혐의 사건을 담당한 알레샨드리 지모라이스 브라질 연방대법원 대법관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미 입국을 비롯해 미 행정력 범위 내 모든 유형의 활동 및 자산을 금지 당했다. 룰라 대통령이 그날 저녁(현지 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 정부는 브라질산 제품 수출에 대한 무역 조처(관세)를 정당화하고자 정치적 논리를 사용한 미국 정부의 설명을 부당한 것으로 간주한다”며 “우리 국권과 유구한 양국 관계를 침해한 조치”라고 적었다.
룰라 대통령은 이어 “미국과 (무역)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지만 국내 법규에 명시된 국가방어 수단을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관세 영향을 평가해 브라질 근로자와 기업 지원을 위한 조처를 강구 중”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여기서 언급된 ‘국가방어 수단’이란 4월 브라질 국회를 통과한 경제호혜주의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대미 보복 방안 법제화다. ‘맞불 관세 부과’ 관련 법리 근거가 담긴 이 법이 지난달 14일 룰라 대통령의 서명과 15일 관보 게시로 효력을 얻었다는 브라질 당국 설명도 있었다. 국내외적으로 적극 홍보하는 모양새다.
“문명국에선 대화를 해야 한다”며 협상을 통한 긴장 완화 시도를 이어 온 룰라 대통령이지만 각종 인터뷰와 대중 연설 때마다 ‘분노’를 숨기지 않고 있다. 미국의 관세 부과 및 대법관 제재 방침 이전 공개된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 에선 “트럼프 미 대통령이 50% 관세를 무기 삼아 2억여 명의 브라질 국민을 위협하며 압력을 가한다. 우리 정부의 대화 제안도 무시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안이 심각하다 해서 끌려다니진 않을 것”이라면서 트럼프가 위협을 실행에 옮길 경우 미국산에 대한 보복 관세 검토를 경고했다. 최근 행사에선 ‘브라질은 브라질 국민의 것’ 문구를 인쇄한 모자를 쓴 채 미국인의 비칭 ‘그링고’로 트럼프를 지칭하기도 했다.
룰라 최측근 인사인 페르난두 아다지 재무장관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룰라 대통령이 관세문제 해결을 위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처럼 트럼프를 향해 “꼬리를 흔들거나 ‘아이 러브 유’를 입에 담진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브라질 현지에선 룰라의 강한 맞대응 관측이 우세하다. 브라질 입법·사법·행정부 내 분위기 또한 협상을 우선 순위로 둬야 한다면서도 “20여년 전과 달리 전체 교역 내 미국 비중이 줄었다”며 룰라의 ‘항전 의지’에 큰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1998년 이래 브라질 교민이자 현지 중앙은행 선정(2021년) 혁신 스타트업(핀테크) 클라비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이재명 씨가 연합뉴스에 “브라질은 언제나 자주성과 실용성을 금과옥조로 여겨 왔다”며 “특히 외교적 측면에서 이 철학이 일관성 있게 실현됐다”고 짚었다. 이 COO는 “브릭스(BRICS)나 아마존 환경 문제 등 그 어느 주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던 게 룰라 정부”라며 “내년 브라질 대선을 고려할 때 트럼프 관세는 (보우소나루 측에) 절대 우호적인 게 아니며 노련하면서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룰라가 이를 국내 정치와 국제 사회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현지 언론 G1에선 이미 미국과의 교역에서 적자를 면치 못한 부문의 브라질 무역 수지와 일자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협상단이 미국에서 카운터파트와 접촉 노력을 계속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브라질 당국에서 집계한 대미 교역 누적 적자 규모는 200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902억 달러(124조 원 상당)에 이른다.
다만 미국 내 관련 업계와 내수시장 등에서 높은 의존도를 보이는 브라질산 항공기 부품·석유·오렌지 주스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고 백악관은 팩트 시트를 통해 부연했다. 이에 브라질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니다’라는 반응과 함께 미국 측 결정에 대응한 방안을 발표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호제리우 세론 브라질 재무부 장관이 이날 현지 취재진에 “적절한 방식으로 비상계획을 수립해 다듬고 있다”며 “미국 관세 정책이 예상보다 온건한 것으로 보지만 관세 인상 배경엔 무역 문제가 아닌 정치적 성격이 있다”고 지적한 점을 현지 및 국내외 주요 외신들은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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