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승룡의 와인이야기] 와인은 얼마나 숙성시키면 가장 맛있을까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연재기획

어승룡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8-01 00:02:50

스파클링와인을 좋아하는 한 마니아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볼까 한다. 그는 스페인의 까바(CAVA), 이탈리아의 스푸만테(Spumante)를 비롯해 고가의 샴페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스파클링와인을 구입하고 마시는 것을 좋아했다. 200병짜리 와인셀러 하나를 스파클링와인 전용으로 사용하며 마셨다.

그의 독특한 점 중 하나는 빈티지 표시가 되어 있지 않은 저렴한 스파클링와인을 박스로 구매해 구입한 연도를 표시해서 몇 년간 보관했다가 마신다는 것이었다. 상온에서 몇 년 보관했다가 마시면 구입 후 곧바로 마실 때보다 거친 느낌은 사라지고 과실향과 탄산의 느낌은 줄어들지만 풍미가 좋아진다고 했다. 때로는 빨리 숙성시키기 위해 더운 여름날 자동차 트렁크에 일주일에서 보름 동안 넣어 두었다가 마시는데 그러면 스파클링와인이 무척 맛있어진다고 자랑했다.

이렇듯 와인은 온도가 올라가면 빨리 숙성된다. 반면에 와인셀러에 11℃ 이하의 저온으로 보관하면 숙성이 거의 멈추게 된다.

필자도 고가의 화이트와인을 제외하고 보통의 화이트와인과 스파클링와인은 여름 내내 베란다에 보관한다. 빨리 숙성시키기 위해서다. 좀 무식한 방법이긴 하지만 그렇게 하면 봄 장터 때 구입한 화이트와인은 초여름보다 무더위가 한창인 요즘 맛있게 숙성되어 있다.

와인을 구입하고 마시기 전 고민 중 하나는 이 와인을 얼마나 보관했다가 마셔야 하는가이다. 와인의 품종에 대한 지식이 없을수록 이런 고민은 더 깊어진다. 내가 구입한 와인을 얼마나 숙성시켰다가 마셔야 맛있는지 알려 주는 정보를 구하기도 어렵다.

숙성이 덜 된 와인은 매우 거친 느낌과 거친 탄닌의 떫은 맛을 느끼게 된다. 반면에 너무 오래 상온에서 장기간 세워서 보관하면 알콜이 많이 날아가 밍밍한 와인이 된다. 그래서 수입사는 오랫동안 창고에 보관했던 와인은 반값 이하로 할인해서 판매한다. 와인이 제대로 보관되지 않아 제값을 받고 팔았다가 항의받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 와인을 얼마나 보관했다 마셔야 할까. 이에 앞서 얼만큼 숙성된 와인을 마시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을 먼저해야 한다. 신선한 과실 향을 좋아하는 사람은 오랜 기간 숙성시킨 와인보다는 출시된 지 1~2년 된 젊은 와인을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와인은 저가 와인이건 고가 와인이건 병 안에서 숙성하게 된다. 숙성 가능 기간의 차이가 있을 뿐 시간이 지나면 와인은 도드라진 과실향이 줄어들면서 복합적인 풍미의 와인으로 변한다. 그러면서 탄닌과 산미·단맛·바디감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룬다.

장기 숙성된 고급 와인은 젊은 와인에 비해 무척 부드럽다. 세월이 와인의 각진 맛과 향을 다듬어 가기 때문이다. 와인을 마시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은 이런 조화와 균형이 있는 와인 맛보다는 포도 본연의 과실향과 단맛에 더 집중하게 된다.

▲ 와인은 적절히 숙성되어야 맛이 더 좋아진다. AI 이미지. 필자 제공

그냥 마셨을 때 직감적으로 ‘맛있다!’고 느껴지는 혀의 맛과 과실 향, 적당한 단맛들 그리고 화이트와인의 산미감을 좋아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와인을 마시다 보면 이런 직접적인 맛보다는 은은하고 깊이 있는 맛의 균형감을 더 좋아하게 된다.

저마다 자신의 취향, 혀에서 느껴지는 맛의 미묘한 차이 그리고 자신의 지식으로 느낄 수 있는 향의 차이에 따라 본인이 원하는 만큼 숙성시켜서 마시면 된다. 와인은 개인의 취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론가의 평가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만의 취향에 따라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어승룡 필진페이지 +

후원하기

정기 후원
일반 후원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는 온라인 판 스카이데일리닷컴과 32면 대판으로
매일 발행되는 일간종합신문 스카이데일리(조간)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후원자 분들께는 지면광고를 하고자 하실 경우
특별 할인가격이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