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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국방부 명칭을 ‘전쟁부’로 바꿀 것을 예고했다. 미 주요 매체들에 따르면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일행과 2시간20분간 공개 회담을 가진 뒤 성조기 훼손 금지 등 3개 행정명령의 서명식을 진행하기 직전 취재진 문답 때 나온 이야기다. 트럼프는 “전쟁에서 항상 승리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면 난 (명칭 변경) 괜찮다. 1·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승리했을 때 (국방부를) 전쟁부로 불렀다”며 “그 시절의 대단한 승리 역사를 우리 모두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국방(국가방어)부 명칭 변경’이 다음주께 이뤄질 것 같다며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해당 업무를 맡기겠다고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 역시 “방어란 너무 수동적이며 모호한 단어”라면서 지지를 표했다. 정부 부서명 변경 시 행정수반 서명만으로 가능한 나라도 있으나 미 국방부는 1947년 의회를 통과한 법률로 설립된 부서이므로 의회 승인이 필요할 수 있다. 이 부분을 확인한 질문에 트럼프는 “그냥 (변경)할 것이다. 우리(행정부)가 필요로 하면 의회에서 따라오리라 믿는다”고 자신했다.
백악관 행정명령 서명식엔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당시 희생된 미군 가족들도 함께했다. 애나 켈리 국방부 대변인이 이날 트럼프의 관련 발언을 들어 “국방부에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및 이념 대신 참전용사들을 우선시하는 이유”라며 “계속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결국 ‘전쟁 수행 및 대비’라는 국가안보 본질이 명칭 변경을 통해 부활된다는 점을 지적한 대목이다.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때 트럼프는 아예 헤그세스를 ‘전쟁부 장관’으로 칭하며 “정치적올바름을 추구하면서 국방부 장관이라고 불리게 됐다”는 언급을 했다. 정치적올바름 개념이 나오기 전에 생긴 ‘국방부’지만 ‘방어만 한다’는 듯한 표현 자체가 ‘정치적올바름 식 위선’임을 꼬집은 것이다.
전쟁부 명칭 부활을 당일 주요 외신들이 ‘힘을 통한 평화’의 구체적 메시지로 풀이했다. 산안토니오뉴스·아틀랜틱 등에선 “정서적인 효과가 지대한 정치적 메시지” “국가안보의 전략적 정체성 변경 의도”로 봤다. 트럼프는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 관점에 기반한 현실주의자로 통한다. 미국이 압도적인 군사력과 전쟁 의지를 과시해야 아무도 도발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평화가 유지된다는 논리다. 국내정치적으론 트럼프 지지층인 군인·재향군인 집단, ‘미국우선주의’ 진영에 호소력이 크며, 대외적으론 동맹국과 적대국에게 ‘미국은 공격적·결단적일 수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앞서 3월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공화당, 레이건 식 ‘힘을 통한 평화’의 변주”라는 기사를 실었다. 4월 이미 익스프렉스뉴스에선 헤그세스 장관이 국방부보다 전쟁부 이름을 원해 온 명분을 소개하며 “전쟁부라는 용어의 직설적이고 결연한 어감” “살상력에 주목한 점” 등이 지적됐다. 6월 로이터 기사 또한 “(80년대) 레이건의 구호였던 ‘힘을 통한 평화’가 트럼프 시대에 다른 방식으로 재해석된다”며 “레이건이 동맹과의 협력 속에서 힘을 강조했다면 트럼프는 미국 단독의 군사력 과시를 통해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는 평가를 했다.
아울러 JD밴스 부통령이 ‘국익을 명확히 설정’하고, ‘외교적 수단을 먼저 시도’한 뒤 ‘(실패할 경우) 압도적인 군사력을 사용’하며 ‘빠른 퇴각 병행’(장기 개입 회피)이야말로 미국의 대외정책 원칙이라면서 이를 ‘트럼프 독트린’이라고 명명한 것을 들어, 로이터는 기사 제목을 ‘미국의 군사행동엔 이름이 있다: 트럼프 독트린’으로 뽑았다. 한편 엘리엇 코엔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존스홉킨스 매거진에서 “미국이 더 공격적 태세로 전환했음을 상징하며 전통적 ‘힘을 통한 평화’의 극단적 해석이자 동맹보다 일방적 군사력에 의존하려는 것으로 읽힌다”고 논평했다.
미 국방부는 1789년 ‘전쟁부’로 출범해 1947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 시절 현재 명칭이 됐다. 1775년부터 시작된 대영제국과 신대륙 북미 13개 식민지들 간 전쟁 끝에 1776년 7월4일 독립선언서가 채택됐으며 파리 조약(1783년)으로 공식 인정돼 ‘아메리카 합중국(USA)’이 탄생했다. 한자명 ‘미국’이란 ‘아메리카’ 발음 전반부를 ‘아름다울 美’자로 음역하고 ‘나라 國’을 이어붙여 의미를 보충해 만들어진 이름이다. 독립 직후인 1789년 미 군사력은 육군 위주였으며 9년 후 해군이 별도 설치돼 이것들의 총괄 부서라는 뜻에서 ‘전쟁부’가 탄생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2년 후 국가안보법에 따라 국방부로 부활했으며 1949년 정식 명칭이 된다.
세계대전 당시 미 육·해군 간의 불협화음을 경험하면서 조율과 합동작전의 요구를 절감했다는 게 새 통합기구의 출현 배경이지만, 마침 소련과의 냉전 구도가 형성됐고 이번엔 ‘전쟁’ 대신 ‘안보’ ‘충돌 억제’ 개념이 더 절실해졌다. 1947년 기존 육군에 해군과 공군까지 거느리게 된 국방부는 ‘전쟁 수행 기관’ 아닌 ‘국가 방위 총괄 기관’으로서의 방어적 성격을 내세워야 했다. 이런 역사가 약 80년 만에 거대한 변화를 맞은 것이다. 유럽 주요 국가들도 20세기 중후반 점차 국방부로 개명되기 전엔 ‘전쟁부’나 ‘육군부’였다. 일본은 육군성·해군성이 패망 후 방위청(1954)으로 통합 재출발했으며 2007년에야 방위성으로 승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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