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실시간 검색어 공방 가열 ‘조작 vs 의사표현’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IT·인터넷

“실검 서비스 폐지해야”vs“의사표현 규제·조치 어렵다”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0-03 13:53:57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장에서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 를 둘러싼 공방이 거세게 이뤄졌다. 사진은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여민수(왼쪽) 카카오 공동대표와 한성숙 네이버 대표.[사진=뉴시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과기부) 국정감사장에서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 존폐 논란이 최대 쟁점으로 다뤄졌다. 여야 의원들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으며 맞붙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2일 개최한 과기부 국정감사장에서는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네이버, 다음 등의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에 대한 여론 조작 효과 우려와 함께 폐지를 촉구하는 주장이 잇따랐다. 이에 여당 의원들과 최기영 과기부 장관, 포털업계 등은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앞서 지난 8월 네이버 실검 1, 2위 순위에 ‘조국 힘내세요’와 ‘조국 사퇴하세요’ 등이 오르내리며 네티즌들이 진보와 보수로 갈려 실시간 검색어 전쟁을 벌였다. 이후에도 양진영에서 실검 순위를 두고 기싸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포털 실검장에서 여론몰이가 이뤄지는 만큼 규제 및 나아가 실검 서비스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반면 의사표현의 자유며 새로운 시위 문화인 만큼 규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국감장에서 “네이버의 실검 서비스가 여론 호도장으로 몰락했다”며 “과기부가 강 건너 불구경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실검 조작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면 구글처럼 실검 서비스 운영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도 “조국 힘내세요라는 문장을 실검에 올리는 것은 특정 세력이 조작하지 않고서는 해낼 수 없다”며 “여론 왜곡 아니냐”고 발언했다.

최기영 과기부 장관은 반대의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여론 왜곡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의사 표출 방법이다”며 “실검 관련해 드루킹 등 매크로(조회수 조작 프로그램)를 통한 조작은 현행법상 불법이니 확인되면 처벌하겠지만 그외 여러 명이 댓글을 달든가 해서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올리는 것은 하나의 의사 표현으로 규제 및 조치를 취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포털이 실검 운영을 하지 않도록 과기부가 나서야 한다는 제안에 대해서도 최 장관은 기업이 하고 있는 것을 정부에서 제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다만 최 장관은 “현재로서는 (댓글 작성, 실검 서비스 등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며 “만약 국민 의견 수렴해서 문제가 있는 걸로 되면 이를 따르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국감장에 증인으로 채택된 네이버와 다음 포털 업체 대표도 실검에 매크로를 통한 여론 조작 징후는 없다며 기본적으로 유지 방침을 나타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실검이 조작되고 있냐는 윤상직 의원의 질의에 “실시간 검색어에 대해서는 기계적 개입에 의한 비정상적 이용 행태는 시스템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실시간 검색어 순위 조작을 방관하거나 조력한 적 있느냐는 의원 질문에 “기계적으로 나타나는 매크로 현상에 대한 부분은 열심히 체크하고 있다”며 “사람이 직접 입력하는 것은 개인의 의사에 따른 것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야당 의원들이 실검 순위 변동이 조작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 전혀 아니었다는 것이 분명하죠”고 한 데 대해서도 여민수 대표는 “기계적 개입에 의한 비정상적 이용 패턴은 저희 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한성숙 대표도 입장이 비슷하다고 말하며 “해외 포털업체인 구글도 한국에서만 실검 서비스를 안하고 있지 글로벌하게 하고 있고 야후재팬, 중국 포털업체 등도 실검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고 말했다.

다만 실검 개선 차원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선거 기간에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일시 중지해야 한다는 의원 제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윤상직 의원은 “내년 4월 총선이 되면 특정 세력이 실검을 장악할 우려가 있다”며 “선거기간만이라도 실검을 폐지해야하지 않겠느냐”고 제시했다.

이에 한성숙 대표는 “선거 관련 부분은 선관위와 논의하고 사회적인 부분들에 대해선 이달 25일 KISO 공청회에서 공개적으로 실시간 검색어 관련 논의를 갖고 해야 할 부분들은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민수 대표도 “저희가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라기보다는 선관위 등 유관단체와 협의를 거쳐서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진다면 (일시적 실검 폐지를) 검토해보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