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물리학상 힌턴 "오픈AI 안전·비영리 약속 지켜야… 규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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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공익적 역할 해야… 위험 알리려 구글 퇴사"
"20년 내 초지능 괴물 출현… 인류는 세 살 아기 꼴 날 것"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1-01 15:43:39

▲ 지난달 7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과학한림원에서 열린 2024 노벨경제학상·화학상·물리학상 수상자 공동 기자회견에서 물리학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가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영리법인 전환에 강한 반대를 표명했다. 오픈AI 영리법인화를 두고 창립 멤버이자 투자자였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오픈AI를 상대로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으며,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도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에 서한을 보내는 등 반발이 거셌으나 오픈AI 측에선 ‘시장 경쟁자들의 딴지’라는 식의 반응을 보여 왔다.

이런 가운데 오픈AI 영리법인 전환 반대 흐름에 힌턴 교수가 확실히 힘을 실어준 모양새다. AI 머신러닝 기초를 확립한 공로를 인정받아 작년 12월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힌턴 교수는 ‘AI 분야의 개척자’ ‘AI 대부’로 불린다. 거액 연봉의 부사장으로 영입됐던 구글과 작년 4월 결별한 이후 AI 위험성을 공개 저격해 ‘내부고발자’로도 평가된다. 힌턴 교수는 AI가 인류에 미칠 나쁜 영향을 자유롭게 일깨우기 위해 구글을 떠났다며 AI가 곧 인간을 추월해 통제불능의 괴물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해 왔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이 힌턴 교수가 국제청소년연합 ‘인코드 저스티스’(이하 인코드)와 함께 머스크의 소송을 지지하고 나선 사실을 보도했다. AI기술의 윤리적 개발 옹호 단체인 인코드는 지난달 30일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 법원에 머스크의 소송을 지지하는 변론서를 제출하게 해달라 요청했으며, 힌턴 교수 또한 그런 인코드의 요청과 뜻을 같이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힌턴 교수는 성명에서 “안전에 초점을 맞춘 비영리 단체로 설립된 게 오픈AI다. 다양한 안전 관련 약속을 했으며 그동안 비영리 단체 지위를 유지하면서 많은 세금 혜택을 받았다. 이런 회사가 불편함을 이유로 모든 것을 바꾸려 한다면 AI산업 내 다른 주체들에게 매우 부정적인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힌턴 교수 외에 스튜어트 러셀 UC버클리대 컴퓨터과학과 교수 및 인간 호환 AI 센터 소장 역시 인코드 행보에 지지를 밝혔다.

이들 교수까지 가세함으로써 오픈AI의 영리법인 전환은 한층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머스크의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오픈AI는 지난달 28일 자금 모집을 더 높이기 위해 보통 주식을 갖춘 공익법인화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머스크가 작년 11월 이를 중단시켜 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자 오픈AI 측이 법원에 기각을 요청한 상태다. 힌턴 교수는 작년 10월 노벨상 발표가 났을 당시 “내 학생 중 한 명이 샘 알트먼(오픈AI 최고경영자)을 해고했다는 사실을 특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오픈AI의 영리법인화 선봉장인 알트먼을 직격한 셈이다.

앞서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힌턴 교수가 BBC라디오에 출연해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인류 존망을 가를 위협인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기술변화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며 AI로 인해 향후 30년 이내 인류가 멸종할 가능성이 10∼20%에 이른다고 진단했다. 기술 발전이 인류에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확률을 10%라고 주장하던 그가 이 수치를 더 높여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류는 자신보다 더 똑똑한 것을 상대해 본 적이 없다. 더 지능적인 존재가 덜 똑똑한 것에 통제되는 사례가 얼마나 있겠나” 힌턴 교수는 반문하더니 “아기가 엄마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 그게 내가 아는 유일한 예”라고 스스로 답했다. 또 매우 강력한 AI시스템에 비해 인간이란 유아에 불과하다며 “인류는 (고도 AI시스템 아래) 세살짜리 아이처럼 돼 버릴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힌턴 교수는 정부의 규제를 촉구했다. “이윤 추구가 존재 목적인 기업에만 맡겨두는 게 충분치 않다. 대기업이 안전을 위한 연구를 더 많이 하도록 강제하려면 정부 규제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어 자신이 처음 AI연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 정도의 급속한 발전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힌턴 교수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20년 이내 사람보다 똑똑한 AI의 출현을 내다본다. 대단히 무서운 전망”이라고 역설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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