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라도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한다” 이장호의 ‘하보우만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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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역사 바로 알아야
청년들 감각에 맞게 삽화와 디지털 기술 활용

임유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3-26 10:19:02

관객 5만 명만 들어도 히트했다는 소리를 듣던 시절 이장호 감독은 ‘별들의 고향’(1974)으로 47만 명을, ‘어우동’(1985)으로 48만 명을 동원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감독이 되었다.

1970∼80년대를 대표하던 감독 이장호가 다큐멘터리 영화 ‘하보우만의 약속’으로 4월 관객을 만난다.

‘하보우만의 약속’은 이 감독이 그간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에 가졌던 오해를 풀고 두 분에 대한 존경을 담아 완성한 작품이다. 그는 이 영화를 위해 직접 ‘하보우만’이라는 이름의 제작사를 설립했다.

▲ 2024년 서울 중구 정동에서 열린 대중문화 콘텐츠 세미나에서 이장호 감독이 발언하고 있다. 임유이 기자

영화 제목은 애국가 가사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에서 따 왔다. 절대자 하느님의 도움으로 대한민국이 숱한 위기를 넘기고 오늘의 성취를 이뤘다는 믿음의 고백이 담긴 제목이다.

이 감독의 전회(change-over)는 여러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 먼저 그는 박정희 정권에 맺힌 게 많은 집안에서 성장했다. 학교에서도 이승만을 기회주의자로 가르쳤고, 주변 사람들은 박정희를 독재자라고 불렀다. 그런데 2014년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그의 생각이 바뀌었다.

“6·25 전쟁 직전 해방 시기 남로당 세력이 확대될 때 같은 위기감이 느껴졌어요. 이래선 안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죠.”

‘하보우만의 약속’에는 자신처럼 속아서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졌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지금은 문화전쟁 시대이고 이념전쟁 시대다. 영적 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시대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건국 대통령’ 이승만과 ‘부국 대통령’ 박정희가 이끈 20세기 대한민국의 기적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탄핵의 부당성을 세상에 알리는 목적이 있다."

내용상으로도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을 거쳐 박정희 대통령의 애국 보훈으로 이어진다. 영화 말미에 이르러 윤석열정부가 출범한다.

또 그는 대한민국의 주역이 될 중고교·대학생과 청년들이 많이 볼 수 있도록 삽화와 시사만화 등을 활용하고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감각적으로 접근했다. 실무와 홍보 역시 20~30대 젊은 층에 맡겼다.

그는 원래 기독교 신자가 아니었다. 이 감독이 크리스천이 된 것은 1980년 영화 ‘바람불어 좋은 날’ 개봉에 즈음해서다. 그 영화를 상영했던 곳이 명보극장이었는데 극장 대표 신영균이 장로였다. 신 대표가 그를 성경 모임 신우회(信友會)에 가입시켰다. 이 감독은 영화 흥행 목적으로 몸에 부적을 지니고 다녔는데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이던 날 그것을 지갑에서 꺼내 불태웠다.

그는 하느님과 대한민국 사이의 ‘약속’을 믿는다. 대한민국은 하느님이 일으켜 세워주신 나라요 이승만과 박정희는 하느님이 선택한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이 감독은 이승만 대통령을 대한민국의 모세라고 생각한다. 성경 속 인물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탈출시켜 이스라엘을 세운 사람이다. 그리고 이스라엘을 지켜 낸 하느님이 대한민국이 공산화되지 않도록 지켜주신다고 믿는다.

또 그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는 이순신 장군을 내면화한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박 대통령은 소년 시절 품었던 ‘이순신 장군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의지대로 목숨을 바쳐 국가를 경영했다.

▲ 영화 제목 ‘하보우만의 약속’은 애국가 가사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에서 따 왔다. 유튜브 티저 영상 캡처

한편 이장호 감독은 ‘별들의 고향’(1974) 이후 ‘바람불어 좋은 날’(1980)·‘어둠의 자식들’(1981)·‘과부춤’(1983)·‘바보선언’(1983)·‘무릎과 무릎사이’(1984)·‘어우동’(1985)·‘이장호의 외인구단’(1986)·‘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1987) 등의 걸작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