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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국회 대정부질문 경제분야 질의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민주당 안도걸 의원의 질의응답은 경제 상황을 수치로만 제시하는 것이 얼마나 현실을 왜곡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안 의원은 “문재인정부 때보다 윤석열정부 들어 국민경제가 더 어려워졌다”는 주장이다. 반면 최 부총리는 “현 경제 위기는 지난 정부의 구조적 실정이 누적된 결과”라며 “거꾸로 된 진단”이라고 반박했다.
이 장면은 단순히 전 정부와 현 정부 간 공방이 아니다. 경제 지표를 해석하는 방식의 문제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국가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하루아침에 발생하지 않는다는 건 상식이다. 그러나 안 의원의 주장은 이러한 기본적 사실을 무시한 채, 문 정부의 정책 실패로 발생한 현상에 대한 책임을 다음 정부에 전가하려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사실 관계를 따져 보면 문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2차관이었던 안 의원의 주장은 ‘적반하장’에 가깝다.
실제로 명백히 드러난 건 문 정부의 경제 실정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의 무리한 도입, 부동산시장에 대한 과잉 규제 등은 노동시장과 자산시장 양쪽 모두를 왜곡시켰다. 게다가 실패한 현실을 감추고 국민을 기만하기 위해 통계 조작도 서슴지 않았다. 문 정부 시절 청와대 인사들이 125차례에 걸쳐 주택가격 통계를 조작하고, 고용·소득 분야 국가 통계도 당시 정부 정책 성과에 맞도록 바꿨다는 건 잘 알려진 일이다.
실제로는 부동산의 경우 투기 수요를 잡겠다며 문 정부가 내놓은 27차례 대책이 전세 대란과 서울 강남 집값 폭등이라는 이중 참사를 낳는 결과를 가져왔다. 부동산 세금만 올려 놓고 정작 집은 못 사게 만든 결과, 무주택 서민은 내 집 마련의 희망을 잃었다.
문제는 이러한 결과가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니라 ‘이념에 기반한 경제 실험’의 실패라는 점이다. 소득주도성장이란 이름 아래 분배 중심 정책만 강조하며 생산성과 경쟁력을 도외시했던 문 정부의 실험은 현장의 기업과 가계 모두에 큰 상처를 남겼다. 그런데도 안 의원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점을 외면한 채 단기 지표만을 들어 윤 정부의 경제 운영이 더 형편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이치에도, 양심에도 맞지 않는다.
최상목 부총리의 지적처럼 윤 정부는 문 정부의 경제 후과를 수습하느라 고군분투했다. 금리 인상, 글로벌 공급망 재편, 미·중 갈등 등 외부 환경이 어려운 가운데 정부는 규제 혁파와 기업 투자 유도, 노동시장 유연화 등 실질적 해법을 추진했던 것이다. 물론 그 속도가 더딘 부분도 있지만 방향만큼은 분명히 이전 정부와는 달랐다. 시장을 신뢰하고 민간의 활력을 복원하려는 노력은 정당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민주당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숫자에만 연연하지 말고 그 행간을 읽어야 한다. 진정성 있는 현실 파악 노력 대신에 ‘책임 전가’와 ‘망각된 과거’에 기댄다면 실속 없는 정쟁만 일으킬 뿐이다. ‘소득 주도 성장’의 실패를 감추는 데 급급하기보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했다면 국민이 겪은 피해도 덜했을 것이다. 임기응변식 부동산 정책·지속 불가능한 재정 집행 등을 성찰하기는커녕 모든 책임을 다음 정부에 떠넘기는 그 태도야말로 지금 국민을 더 피로하게 만들고 있다.
경제는 정치의 수단이 아니다. 경제 문제를 단순히 정권 비판의 소재로 삼는 정치권의 행태는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특히 전 정부의 정책에 깊이 관여했던 인사라면 마땅히 더 큰 책임감과 자성의 태도를 보여야 한다. 국민은 정치인의 말보다 지난 5년의 삶과 지표에서 누구의 책임이 더 큰지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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