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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수익을 낸 미국 현역 의원들의 주식투자가 눈총을 받아 왔으나 이번엔 갑부들이 ‘내부자 거래’ 의혹의 중심에 섰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이하 메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JP모건체이스 CEO 제이미 다이먼 등은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로 뉴욕증시가 폭락하기 전인 1분기 중 자사 주식을 대량 매각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0일(현지시간) 전했다. 전문 분석업체 워싱턴서비스 자료를 인용한 보도였다.
민주당 소속 38년차 거물 정치인 낸시 펠로시 연방하원 의원이 ‘주식 여왕’으로 불리며 두 차례 총 8년 연방하원 의장을 역임할 때도 말이 많았으나 시장에 끼칠 영향은 재계 인물들 쪽이 크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저커버그 부부가 자신들이 설립한 자선재단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CZI) 등을 통해 1~2월 메타 주식 110만 주를 팔았다. 메타 주가 사상 최고점이었던 이 시기 총 7억3300만 달러(약 1조400억 원) 현금을 확보한 것이다. 메타 주가는 그때보다 32% 하락해 있다(18일 종가 기준).
JP모건체이스의 다이먼 CEO 또한 1분기 중 2억3400만 달러(약 3300억 원) 어치 자사 주식을 매각했다. 오라클의 사프라 카츠 CEO도 1분기 중 7억500만 달러(약 1조40억 원) 규모의 자사 주식 380만주를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오라클 주가 최고치 부근에서 거래됐으며 상호관세 발표 이후 12% 떨어졌다. 3억3700만 달러(약 4800억 원) 어치를 매각한 방산 기술기업 팔란티어 테크널러지스의 스티븐 코언 CEO도 있다.
1분기 중 미 상장사 내부자 총 3867명이 자사 주식을 처분해 총 155억 달러(약 22조원)를 손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진이 자사 주식을 내다팔 경우 투자자들에겐 나쁜 신호로 받아들여지며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 기업 핵심 고위층인 임원이 주가 하락을 유발할 만한 정보도 먼저 입수할 터이기에 고도산업사회 저마다 ‘내부자 거래’ 규제 방안을 고민해 왔지만 획기적인 방법을 못 찾고 있다.
내부자거래 규제가 처음 시작된 나라인 만큼 미국의 이론과 실무가 각국의 관련 규제에 참조대상 역할을 해 왔다. 다만 각국의 관련 문제 동향에 방향을 제시해 온 미국이면서도 내부자거래를 특정해 규제한, 예를 들어 우리나라 자본시장법에서 내부자의 의미·행위 등을 정의한 법조문 같은 게 아직 없다. 작년 12월 미공개 중요정보를 인식한 상태에서의 증권거래를 금지한 법이 하원을 통과했으나 상원 통과 소식은 없다. 그동안 미국에선 내부자거래 문제를 주로 증권사기에 관한 1934년법 제10(b)조와 규칙 10b-5에 비춰 다뤄 왔다.
2011년 11월 CBS가 의원들의 내부자거래를 비판하는 방송을 내보내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법제화 움직임이 일었다. 2012년 4월 관련법이 상·하원에서 모두 거의 만장일치 가결됐지만 1년 뒤 규제를 완화한 내용으로 법이 개정됐다. 위반 시 기본벌금도 200달러에 불과하다. 의원들이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한 주식 투자를 막으려면 개별종목 투자 자체를 금지하고 펀드 등 금융상품에만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의회 차원의 법 개정 움직임은 안 보인다.
이런 가운데 미 상·하원 의원들의 주식 포트폴리오가 일반 투자자들에겐 최고의 투자 모델로 애용된다. ‘하원 주식 파수꾼’ ‘상원 주식 파수꾼’ 웹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의원 이름을 입력하면 거래한 주식 종목·날짜·수량 등 거래 내역이 확인 가능하다. 미 의원들은 2012년 제정된 ‘의정활동 시 얻은 정보를 활용한 거래 중지법(STOCK Act)’에 따라 거래 내역을 45일 내에만 신고하면 된다.
이 방면의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는 ‘퀴버’ 자료에 따르면 펠로시 의원은 2014년 5월 이래 누적 수익률(보통주 거래 기준) 773.5%를 자랑한다. 사업자·주식투자가인 남편 것 제외한 본인 자산만 2월 기준 2억7188만7771달러(약 3900억 원)이다. 자산 증가액 순위로도 의원들 중 단연 1위다. 펠로시를 향해 ‘워런 버핏이 울고갈 투자의 귀재’ ‘그녀에게 연방의원은 부업’이란 비아냥조 논평이 온라인에 자주 보인다. 트럼프처럼 ‘부자 출신의 정치인’과 ‘정계에 뛰어든 후 부자’인 사람들을 바라보는 평가가 같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펠로시 의원이 어떤 주식을 사고팔았는지 공개될 때마다 ‘펠로시 따라하기’ 투자자들이 많아진다고 한다. 정치자금 추적·분석 단체 ‘오픈시크리츠’은 2018년 당시 자료로 추정한 펠로시의 순자산이 10년 동안 세 배 이상 불어난 것으로 집계한 바 있다. 1987년 8만9500달러였던 연방의원 연봉이 두 배 정도 올랐고 의장 시절 연봉 22만3500달러(3억1700만 원)을 감안해도 그녀의 재산 증식은 투자 덕분이었음을 알 수 있다. 거래 시점도 절묘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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