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6º
습도 15%
)
노년의 시각으로 그려낸 인생 풍경 시집 ‘꽃은 오래 머물지 않아서 아름답다’(문학세계사)가 출간됐다. 제2회 짧은 시 공모전을 통해 선발된 77편의 시에는 노인들의 정갈하고 여유 있는 삶의 풍경이 담겨 있다.
(사)한국시인협회와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문학세계사가 주관한 ‘제2회 짧은 시 공모전’에는 65세부터 100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니어들이 참여했다. 국내·외에서 접수된 작품은 총 8500여 편으로 그중 107편이 예심을 통과했다.
문학세계사에 따르면 응모자와 응모 방식이 매우 다양했다. 손으로 직접 그린 아기자기한 그림과 함께 엽서에 시를 적어 보낸 사람부터 커다란 화선지에 달필의 붓글씨로 정성껏 적어 보낸 응모자까지 있었다.
한 권의 시집 분량을 한꺼번에 투고한 응모자도 있었는데 특히 전국의 복지관에서는 담당자들이 어르신들의 작품을 취합하여 3편에서 많게는 92편까지 단체로 응모하기도 했다.
두 번째 공모를 맞아 대한민국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부터 최남단인 제주도까지,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 거주하는 교민들이 참여하여 글로벌한 행사로 발전했다.
문학세계사 관계자는 “예심을 통과한 107편의 작품들은 시니어들의 풍부한 삶의 경험과 깊이 있는 통찰, 그리고 인생의 온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문학적 가치가 뛰어난 작품들이었다”고 밝혔다.
김종해·나태주·김수복 세 심사위원이 본심을 맡은 이번 응모전은 공정성을 위해 모든 작품을 제목·나이·시 본문만 프린트해 철저한 블라인드 심사로 진행됐다.
응모자의 이름과 주소를 가린 채 오직 작품의 문학성만으로 평가한 결과, 예상치 못한 이변도 있었습니다. 몇몇 유명 기성 시인들의 작품이 예심은 통과했으나 본심에서 탈락하는 결과가 나온 것.
이는 명성이나 경력과 관계없이 오직 작품 자체의 가치만을 중시한 심사 방식이 빚어낸 결과로, 공모전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본심에 오른 작품들을 살펴보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정서의 깊이가 두드러진다.
“저렇게 지는 거였구나/한세상 뜨겁게 불태우다/ 금빛으로 저무는 거였구나”
이생문(73세)의 ‘저녁노을’은 단 세 줄로 인생의 황혼기를 노을에 비유하며 담담하지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생문 씨는 대상을 수상했다.
김명자(85세)의 ‘찔레꽃 어머니’는 “오월이면/하얗게 핀 찔레꽃/어머니가 거기 서 있는 것 같다”로 시작해 “엄마는 왜 맨날 수건을 쓰고 있었을까/묻고 싶었지만/ 찔레꽃 향기만 쏟아진다”로 마무리되는 구절에서 어머니의 부재와 그리움을 찔레꽃이라는 자연물을 통해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질문은 남아 있으나 대답은 없는 상황, 그러나 그 빈자리를 꽃향기가 채우는 모습은 상실의 아픔을 승화시키는 시적 상상력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번 공모전의 수상작들은 짧게는 두 줄에서 길게는 열 줄 남짓한 시들이지만, 그 안에 담긴 삶의 깊이와 정서적 울림은 결코 짧지 않다. 다양한 연령층과 지역에서 참여한 시인들의 작품들은 한국 시니어 문학의 깊이와 다채로움을 보여준다.
한편 ‘어르신의 재치와 유머 짧은 시 공모전’은 65세 이상이면 누구나 응모 가능하다. 순수 창작물로 자유로운 형식과 짧은 길이의 시(10행 이내·5편 이내 권장)를 제출하면 된다. 1편도 접수받는다. 2회 공모전은 2월25일부터 3월 말까지 접수받아 4월10일 당선작을 발표했다. 대상 1명에는 상금 200만 원과 상장이, 최우수상 1명에는 상금 100만 원과 상패가 수여됐으며 우수작은 시집에 실린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