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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족쇄’에서 완전히 풀려났다. 대법원은 17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사건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시세 조종 등 19개 혐의 모두를 무죄 취지로 원심에 돌려보냈다. 약 10년간 지속된 경영권 승계 관련 사법 리스크에 사실상 종지부가 찍힌 셈이다.
이 사건은 2015년 9월1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참여연대의 고발로 2018년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당시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불기소 및 수사 중단을 권유했음에도 검찰은 기소를 강행했다. 그 결과 법원은 1심과 항소심에서 혐의 모두에 대한 증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검찰이 얼마나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했는지 뒷받침하고 있다. 검찰은 상고심의위원회를 열어 결정한다는 대검의 예규를 따랐음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예규 해석을 잘못했음이 대법원 판결로 드러났다. 상고심의위에서 내놓은 결과는 검찰이 자의적으로 상고 여부를 판단하지 말라는 취지일 뿐이다. 여기에 비춰 볼 때 검찰은 법리 해석과 우리 경제에 미칠 파급력을 무시한 ‘기계적 상고’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이 회장의 경영 시계는 한층 더 빨리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하만 이후 8년여 동안 멈췄던 초대형 인수합병(M&A) 성사 가능성이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로봇 스타트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킨 데 이어, 5월 자회사 하만이 ‘바워스앤윌킨스(B&W)’ 브랜드를 보유한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 유럽 최대 냉난방공조(HVAC)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 이달 미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 젤스(Xealth)를 인수하기로 하며 대형 M&A를 연이어 성사시켰다.
삼성전자의 사업은 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가전·전장 등 여러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반도체와 휴대폰이 주요 사업이고 특히 반도체는 핵심 사업이다. 그런데 현 시점 삼성전자의 여러 사업은 세계 시장에서 전반적인 점유율 하락으로 고전 중이다. 휴대폰은 국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정상의 자리를 놓고 애플과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샤오미·오포·비보 등 중국 업체 또한 협공을 펼치고 있다.
또한 반도체는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해 왔다. 하지만 범용 분야에선 중국 기업이 맹렬히 추격해 오고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HBM(High Bandwidth Memory·고대역폭메모리) 등 첨단 메모리 분야에서의 고전으로 SK하이닉스에 의해 국제 D램 시장의 정상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이런 실정이기에 이 회장은 3월 삼성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희소식도 있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보급형 인공지능(AI) 가속기(AI 학습·추론에 특화된 반도체 패키지) H20의 중국 수출을 허가했다. 4월 중국에서 군사용으로 활용된다는 이유로 수출을 금지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H20의 중국 수출이 재개되면 삼성전자도 반사이익을 얻는다. 삼성전자는 4월 수출 규제 전까지 H20에 들어가는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를 엔비디아에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회장은 ‘미래를 위한 도전’을 위해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 가는 기업, 세상에 없는 기술로 인류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 이것이 여러분과 저의 하나 된 비전, 미래의 삼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로 삼성그룹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으로 우뚝 서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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