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미군이 주둔하게 된 역사적 효시가 된 것은 1945년 9월8일 인천을 통해 미군이 한반도에 상륙한 날이었다. 다음 날인 9일 서울에 도착한 미군은 남한에 주둔하던 약 17만 명의 일본군의 항복을 받았다. 그 후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는 날까지 미군은 해방된 한국을 군정 통치했다.
대한민국 건국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미군은 1949년 6월30일 철군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승만 박사는 주한 미군 철수를 반대했다. 그러나 미국은 당시 대한민국을 그다지 중요한 나라로 여기지 않았다. 미국이 도와줘야 할 16개의 나라 중 한국은 13등 정도였다.
미군이 철수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1950년 6월25일 전쟁이 터졌다. 한국 그 자체가 중요해서라기보다는, 소련의 침략을 방관할 수 없다는 도덕적인 이유에서 미군은 철수 후 꼭 1년 만인 1950년 7월1일 한반도에 다시 발을 디딘다.
3년 동안의 전쟁 후 한국과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 그 4조에 의해 주한 미군은 합법 주둔하게 된다. 6·25 전쟁 당시 30만이 넘었던 주한 미군은 계속 감축됐지만 2008년 이후 지금까지 2만8500명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주한 미군은 현실적 안전장치로서 안보는 물론 경제 발전에도 기여해 왔다. 북한은 젊은이들을 10년 이상 군대에 붙들어 두고 있는데, 대한민국 청년들은 주한 미군 덕에 불과 2∼3년의 군 복무를 마치고 직장과 학교에서 일하거나 공부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북한보다 경제적으로 열세였던 대한민국은 2024년 현재 북한보다 60배 큰 규모의 경제력을 가지게 됐다.
주한 미군의 역사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시대별로 그 역할이 달라지기도 했고 한·미 갈등의 핵심 요인이 되기도 했다. 한국인들은 한미동맹에 대해 오해도 많이 했다. 동맹이란 친한 나라끼리 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공통의 적’을 가진 경우 체결하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과 소련은 친한 나라들이 아니었지만, 나치 독일과 일본 군국주의를 공통의 적으로 보아 동맹을 체결할 수 있었다. 일본과 독일이 멸망하자 미국과 소련은 곧바로 적대 관계로 돌아섰다.
한미동맹은 한·미 양국이 중국·소련·북한을 공통의 적으로 하여 결성된 군사 조약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전문은 한미동맹의 적용 범위를 태평양 지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21세기를 맞아 미국은 중국의 도전을 제어하기 위해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더욱 중요하게 활용하려는 중이다.
한미동맹의 적용 범위가 한반도에 국한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한국의 식자들은 미국에 “우리를 중국 문제에 끌고 들어가지 말라”고 읍소하는 촌극도 벌였다. 북한을 적국으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한미동맹은 홍역을 치렀다. 미국은 북한과 중국을 적으로 간주하는데 한국이 중국과 북한을 적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면 동맹의 필수 요건인 ‘공통의 적’이 없으니 한미동맹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주한 미군은 우리가 생각하듯 단순한 것이 아니다. 2018년 김정은을 만났을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김정은에게 “중국은 주한 미군이 철수하면 위원장께서 매우 행복해 할 것이라 말합니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정은은 책상을 치고 크게 웃으면서 “중국은 거짓말쟁이다. 중국은 한반도를 티베트나 신장처럼 다루기 위해 주한 미군을 철수시킬 필요가 있다. 나는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주한미군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1970년대 중국의 주은래는 주한 미군의 철수에 반대했는데, 그 이유는 주한 미군이 존재하는 것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하는 것 혹은 주한 미군 철수를 빌미로 일본이 재무장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승만·박정희 대통령 시절 미국의 전문가들은 주한 미군에겐 북한군의 남침 방지는 물론 한국군의 북침 방지 기능도 있다고 보았다. 이처럼 주한 미군의 기능은 한국인의 관점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
2025년 현재 주한 미군의 기능은 중국을 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서방 선진국 대부분이 중국을 세계적 우환(憂患)의 본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아직 세계 정치를 주도해 나갈 능력을 갖추지 못한 대한민국 외교가 심각히 고려하고 대처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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