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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PC라고 하면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뜻한다. 일상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차별하지 말자는 신념이다. 언뜻 듣기에 옳은 말인데 왜 이 단어는 걸핏하면 논란의 도마에 오르는 걸까.
PC가 처음 대두된 것은 1917년 러시아 혁명 때다. 공산당의 지침에 부합하지 않는 발언을 할 경우 이를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고 몰아세웠다. PC가 아닌 것은 전부 반동(과거로의 회귀)으로 치부됐다.
옥스퍼드 사전은 PC를 “특정 그룹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는 언어나 행동을 삼가는 원칙(the principle of avoiding language and behavior that may offend particular groups of people)”으로 정의한다.
재밌는 것은 PC의 부메랑 효과다. 미국에서는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을 다룬 소설 ‘앵무새 죽이기’에 흑인(nigger)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이 책을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제시켰다. 인권을 지키느라 인권을 강화할 기회를 포기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관련 일화가 풍성하다. 2021년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폐지될 위기에 처하자 추미애 의원이 “외눈으로 보도하는 언론들이 양눈으로 보도하는 뉴스공장을 타박하는 것은 잘못이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외눈은 장애 비하 표현”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무심코 사용하는 표현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으므로 언어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PC를 의식하느라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 표현이 써야 하니 일상생활이 불편하기 짝이 없다.
표준국어사전에 보면 ‘장님’은 시각장애인을 낮춰 부르는 말로 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 속담에는 ‘장님 코끼리 만지듯’ ‘눈 뜬 장님’ 같은 표현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이 말을 순화하여 ‘시각장애인 코끼리 만지듯’ ‘눈뜬 시각장애인’으로 바꿔 사용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아예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건가.
긴 세월 많은 사람 사이에 전해지면서 군더더기는 제거되고 골자만 남은 게 속담이다. 속담을 들으면 더 이상의 문장은 없다고 할 정도로 그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장님’ ‘코끼리’와 같은 구체적 대상을 통해 말이 이미지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누군가는 기분 나쁠 수 있는 말이다. PC를 따르느냐, 우리말을 지키느냐…. 쉽지 않은 일이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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