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1400만 명 시대… 상법 개정 파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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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밥캣·고려아연 등 주주 가치 훼손에 개인투자자 분노 커져
상법 개정 반대하는 국힘·금융위도 주주 권리 보호·지배구조 개선은 동의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25 10:42:42

▲ 이남우 한국 기업 커버넌스 포럼 회장이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국내 개인투자자가 1400만~1500만 명까지 증가하며 소액주주 권리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방안인 상법 개정에 대해서 의견이 엇갈리지만 소액주주 보호 방안은 계속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 거버넌스 포럼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일반 주주와 외국인 투자자의 주주권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남우 한국 기업 거버넌스 포럼 회장은 “주주의 가장 중요한 권리인 주주총회에 1년 내내 알고 지내던 사람한테 펀드를 대표하는 사람이 맞는지 법적인 신분 증명을 요구하고 질문 시간도 주지 않은 사례가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주주를 대하는 태도가 이렇다”고 상법 개정을 비롯한 주주 권리 향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주와의 대화를 강화하는 등 주주 의견 반영을 위한 각종 방안이 제시됐다.

기업들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주주들의 의견을 더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꾸준히 나왔다. 이에 정치권도 호응해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19일 국회에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현행 상법에서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으나 자본시장법 개정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소액주주 권리 보호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드러내고 있다. 반면에 재계는 상법 개정에 대해 강력히 반대해 온 만큼 삼성·SK·LG 등 주요 기업 사장 16명은 21일 긴급 성명을 발표해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상법 개정안이 나온 이유로는 국내 기업들이 대주주의 의견을 반영한 의사결정을 하면서 소액주주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이 코리안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꼽힌다. 올해에도 두산 그룹의 두산밥캣 분할합병안과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논란 등이 터지며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을 키웠다.

특히 2023년 말 기준 개인투자자가 1400만 명을 넘어서며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에 소액주주 권리 보호에 대한 요구를 정치권에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는 투자자예탁금은 10월30일 기준 9개월 만에 50조 원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에 9월 말 기준 내국인 해외 증권 투자 잔액이 1조 원에 근접하는 등 국내 증시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금융 당국은 상법 규제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4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기업 지배구조가 더 투명하게 가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 방법이 상법 개정일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며 “상법 개정안은 자본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소액주주 권리 보호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정치권과 금융당국 등이 취지에 동의하고 있는 만큼 상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소액주주 권리 보호를 위한 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