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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이용은 당연하고 철도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3대 오타쿠로 만화 오타쿠·밀리터리 오타쿠·철도 오타쿠를 꼽을 정도로 그 수가 막대하다. 한국에도 철도매니아가 10만 명가량 존재한다고 알려졌다.
레일은 자동차가 지닌 불확실성이 없고 공해가 없으며 교통체증이 없다. 육중한 쇳덩이가 일정한 노선을 빠른 속도로 달리는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을 뛰게 한다.
새해 들어 철도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1일부로 강원도 삼척에서 부산진역을 잇는 동해선이 완전 개통된 것이다. 동해에 처음 철로가 깔린 지 106년 만의 일이다. 이제 울진은 기차로 찾아가는 도시가 됐다.
삼척에서 부산진역까지 논스톱으로
일제강점기던 1918년 동해남부선이라는 이름으로 경북 포항~경주를 잇는 철도가 놓이고 1935년 경주역~부산진역이 개통된 것이 동해선의 시작이다.
그리고 2018년 포항에서 영덕에 이르는 44km 구간이 완공된 데 이어 올해 영덕에서 삼척까지 122㎞ 구간에도 기차가 다니게 됐다. 이번 동해선 개통은 인구소멸과 경기 불안으로 위기에 처한 동해안 지자체에게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경북 울진은 무장 공비 침투 사건 외에는 언론 노출도 별로 없을 만큼 조용한 소도시였다. 1968년 겨울을 떠들썩하게 장식한 이 사건은 북한 무장 공비 120명이 울진·삼척 지역에 침투해 약탈과 살인을 저지르면서 크게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 사건이 도시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됐다고 보긴 힘들다. 오히려 공비가 숨어들 만큼 첩첩산중으로 오해받기 일쑤였다.
그러나 알고 보면 울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환경 다양성이 풍부한 도시다. 산·강·계곡·동굴·온천·바다를 골고루 갖추고 있으며 다양한 관광상품과 먹거리를 갖추고 있다. 그동안 철도와 고속도로가 지나지 않아 교통 오지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번 동해선 개통으로 울진은 철이 전해주는 온기를 기대하는 중이다. 동해선에 투입된 열차는 ‘ITX 마음’이다.
동해안을 극적으로 만나는 죽변해안스카이레일
울진 죽변항은 울진군 최북단이자 동해안 어업 전진기지로 대나무가 많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곳에는 해변을 따라 울진군이 조성한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이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죽변항부터 후정해변까지 시속 5km의 속도로 2.4km 구간을 달리는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은 울진 바다를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탈것으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푸른 바다와 동해안 비경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가끔 일부 미디어에서 가끔 모노레일로 오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모노레일이란 단궤(Mono + rail)라는 의미이므로 한 쌍의 궤도를 가진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은 ‘궤도차량’이라고 불러야 옳다.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은 오징어와 대게로 유명한 죽변항에서 출발, 하트해변을 지나 봉수항에 이르러 유턴한 뒤 다시 죽변항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밟는다.
총 2.6km를 50분간 여행하는 동안 탑승자는 동해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울진 바위 해안의 절경을 공중에서 감상하는 호사를 누리게 된다. 성난 파도가 단단한 바위를 할퀴는 다이내믹한 광경은 스카이레일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경험이다.
자연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인위적인 탈것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경험의 확장성 면에서 해안스카이레일은 확실히 유용하다. 누구도 볼 수 없고 누구도 다가갈 수 없는 절경이란 다 무슨 소용인가.
울진 해안의 아름다움에 감탄사를 연발하는 한편 캐빈의 열린 창으로 밀려 들어오는 거센 바람과 파도 소리에 관람객은 겁을 집어 먹기도 한다.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은 과연 안전한 걸까.
죽변해안스카이레일 관계자는 “죽변해안스카이레일 60량의 캐빈은 전 차량 자동시스템으로 운행되며 중앙관제실에서 통제한다. 모노레일보다 호환성이 좋을 뿐 아니라 안전하다. 운행하는 동안 전담 요원이 실시간으로 풍속을 확인하고 캐빈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심하고 타도 된다는 이야기다.
현재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은 죽변항에서 봉수항까지만 왕복운행 중이다. 봉수항에서 후정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B구간은 아직 미운행이다.
스카이레일은 오전 9시30분에 운행을 시작해 마지막 고객 탑승 기준 오후 5시30분까지 이용할 수 있다. 겨울철(11월~3월)에는 30분 일찍 마감한다. 전 차량 4인승 캐빈으로 1·2인 탑승 시 2만1000원을 받는다. 3명 탑승은 2만8000원을, 4인 만석은 3만5000원을 받는다.
매화마을 이현세만화거리의 남벌열차
경북 울진 매화면은 울진읍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하여 원남면이라 불리던 곳이다. 얼마나 중앙주의적이고 재미없는 이름인가. 매화나무가 많은 이 고장은 2015년 매화면이라는 진짜 이름을 찾았다.
매화 이현세만화거리는 하루종일 만화책을 보면서 뒹굴뒹굴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매화면은 이현세 작가의 원적지로 작가의 작품사용권을 공식 승인받아 만화 속 캐릭터를 중심으로 벽화거리를 조성했다.
현재 1km에 걸쳐 벽화와 바닥화가 조성되어 있는데 마을의 온 벽이 그림으로 채워질 때까지 벽화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라고 한다.
이현세 만화거리에는 탄생설화가 깃들어 있다. 원래 이 동네는 매화초등학교·매화중학교 합쳐 1000명 넘는 학생들로 골목이 왁자지껄하던 곳이었다. 그러나 젊은 층이 빠져나가면서 학생 수가 37명으로 줄어드는 사태에 봉착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마을개발위원회는 거리에 꽃을 심는 등 마을 가꾸기에 나섰다. 주민들은 허물어져 가는 농협 담벼락을 새단장하면서 학생들에게 자기 꿈을 벽화로 남기도록 했는데 이것이 신호탄이 되어 마을 담장이 그림으로 채워지게 됐다.
주민들은 매화마을에 연고가 있는 이현세 작가의 작품을 테마로 삼기로 하고 황춘섭 이장님을 비롯해 여러 명이 삼고초려하여 작가로부터 어렵게 사용권을 받아냈다.
또한 2017년에는 한국수력원자력 공모에 당선되어 250m가량의 벽화를 조성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했다. 첫 성공에 고무된 주민들은 2018년 한수원 지원사업에 재차 응모하여 매화마을의 심벌인 ‘남벌열차’를 설치할 수 있는 기반을 획득했다.
’남벌열차‘는 이현세 작가의 대표작에서 따온 명칭이다. 열차 차량은 조치원 차고지에서 차대 4500만 원을 주고 구입했으며 1800만 원의 운송비를 들여 매화마을까지 운반했다. 현재 마을에서 열차 카페로 운영 중이다.
남벌열차를 배경으로 마당에 세워진 까치·엄지·마동탁 세 사람의 동상은 이곳을 대표하는 포토존이다. 최근에는 웹툰 작가와 마을 주민이 함께하는 ‘울진웹툰영화제’를 유치해 전국적인 유명세를 얻고 있다.
그밖에 매화마을에는 레트로빌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추억 돋는 장소가 여러 곳 있다. △1963년 첫 영업을 시작한 ‘삼일다방’ △1970년대 마을부녀회에 연탄을 팔아 건립한 마을공동목용탕(현 공예전시관) △일본식 목조주택 ‘영동이네 옛집’ ‘옛동서약방집’ △300년 풍상을 견디고 살아남은 기와 ‘의관댁 고택’ △복지회관 내 만화도서관도 벽화와 함께 둘러보면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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