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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를 멀리하는 순결한 동성애자 남성이라면 가톨릭 신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됐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교황청의 이런 새 지침이 이탈리아 주교회 웹사이트에 게시됐다고 전했다. 동성애자도 사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라 세계적 논란과 평신도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7세기 경 제도화된 독신 의무는 성경 가르침과 무관해 일찍부터 신학적 도전을 받아 오면서도 유지돼 왔으나, 사제 지망자가 너무 줄어 더이상 지탱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음을 말해 준다.
사제의 독신 생활에 부작용이 따르기 쉽고 사실상 교회재산 유지를 위해 정착한 것이라는 비판은 일찍부터 있었다. 15세기 종교개혁을 거쳐 개신교(프로테스탄트)가 출현하면서 동성애는 창조원리에 위배된다는 신학적 해석이 우세해진 가운데 가톨릭 성직자의 독신 문제는 자주 논쟁의 화두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신학교에 동성애자를 공식 용인하긴 처음이라 향후 개신교계의 반응이 주목된다. 여기서 개신교계란 미국과 한국 정도를 의미한다. 수백년 역사의 유서 깊은 교회들이 이슬람 사원이나 클럽으로 변신하는 등 서유럽에선 개신교 교세가 위축된 지 오래다.
이런 현상은 문화적 마르크스시즘인 정치적올바름(PC)주의 흐름과 비례한다. 1980년대 이래 서유럽 지식인 사회에서 반기독교적 사상 체계의 핵심 요소인 동성애가 유행하면서 성소수자 존중이 세상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다산을 중시하는 이슬람계 이민자들에 비해 인구학적으로 열세가 되는 것 역시 피할 수 없다. 이런 흐름에 저항해 온 것은 유럽연합(EU) 내 헝가리 정도다. 헝가리에선 아예 결혼을 반드시 ‘양성 간의 자유로운 결합’일 것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이번 교황청 새 지침에 따르면 신학교 책임자는 사제 후보자의 성적 취향을 고려하되 그것을 인간 성격의 한 측면으로만 고려해야 한다. 다만 동성애적 성향을 과시하는 남성일 경우 사제 교육에서 배제해야 한다. 즉 “(성소수자들을 깊이 존중하지만) 동성애적 성향을 드러내는 등 이른바 확고한 ‘게이 문화’ 지지자들을 신학교와 성직에 받아들일 순 없다”고 아울러 명시돼 있다.
교황청은 그간 동성애자 남성의 사제직 입문을 명시적으로 금지하진 않았으나 2016년 발표된 지침에 신학교가 ‘동성애 성향이 깊은’ 남성의 입학을 허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었다. 바티칸에 승인된 이번 새 지침은 시범운영 기간인 3년간 유효하다. 단 동성애를 터부시하는 나라들의 주교회에선 이번 지침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전망했다.
역대 교황 중 가장 ‘진보적’으로 평가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취임 이후 성소수자(LGBTQ)에 포용적인 태도를 취했으며 ‘동성커플 (결합) 축복’을 공식 승인하기도 했다. 그런데 작년 이탈리아 주교단과의 비공개회의에서 남성 동성애자를 지칭하는 경멸적 용어 ‘프로차지네’(frociaggine)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교황이 당시 “신학교가 이미 프로차지네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자 교황청에선 이례적으로 사과문까지 내 “나쁜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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