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주권’ 고수… “우라늄농축 권리 존중해야 美와 협상 지속”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국제정치

체제 수호자 벨라야티, 최고지도자 의중 반영 강경 메시지
“농축 중단 없는 대화 무의미”… 서방, 유엔 제재 압박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7-15 17:48:58

▲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국제문제 선임고문인 알리 아크바르 벨라야티가 14일(현지 시간) "우라늄농축 결코 포기할 수없다"며 이 레드라인만 안 건드리면 미국과 핵협상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메네이와 의중을 공유하는 인물의 발언으로 간주된다. 연합뉴스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국제문제 선임고문인 알리 아크바르 벨라야티가 14일(현지 시간) 우라늄농축 권리 존중을 협상 지속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국영 뉴스통신 IRNA 보도에 따르면 벨라야티 선임고문은 이날 테헤란에서 모신 나크비 파키스탄 내무장관과 회담하다가 “전제 조건 없이 진행된, 우리 레드라인을 존중한 (미국과의) 협상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직 외무장관(1981~97)이자 이슬람권 전략연구센터들의 수장인 벨라야트는 이란혁명을 성공시킨 루홀라 호메이니와 현 하메네이를 모두 경험한 소수의 실세 인물이다. 초강경 보수파이자 신정체제의 충직한 수호자로 외교 일선보다 이념과 국가전략 입안에 깊이 관여해 온 반미·비서방 자주노선의 주요 설계자이기도 하다. 혁명수비대(IRGC)와 긴밀하며 이란-러시아-시리아-헤즈볼라 동맹 역시 그의 기획이었던 것으로 통한다. 최고지도자에게 거의 매주 직접 조언하며 아들 모자타바와도 친하다.

벨라야티의 ‘레드라인’ 언급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의 차원을 넘어 최고지도자 의중을 반영하는 전략적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국민 전반의 생활고와 청년층 반정부 기류, 고령인 하메네이의 후계 구도 불확실성 등에 미뤄 볼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서방 언론의 공통된 시각이다. 국내 여론을 향해 ‘외세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정권의 정통성과 권위 부각 등 정치적 효과 노림수가 커 보이며 ‘벼랑 끝 전술’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과의 회담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고 밝힌 뒤 “농축 중단을 조건으로 한 협상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벨라야티 발언이 나왔다. 지난달 12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비준 직후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은 “모든 핵활동, 특히 우라늄농축을 포기할 수 없다”고 공식 천명했다. “비상사태나 국익 위협 상황에서조차 포기 불가능한 핵심 주권 행위”라는 뜻이다. 당시 아락치 장관이 IAEA 협력 의사를 밝히면서도 향후 사찰엔 자국 안보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자체 농축 권리가 비타협적 사안임을 거듭 강조했다.

프랑스·독일·영국 측에선 “농축 완전 중단”을 새로운 협상조건으로 제시하며 유엔제재 재개를 압박 중이라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농축 중단 없이 진행된 대화는 무의미하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비공식 발언을 했다는 소식도 뉴욕포스트로 전해졌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농축 프로그램 자체를 핵무기 전초로 간주한 입장을 굽히지 않는 가운데 IAEA 이사회가 이란 측 불성실, 60% 농축 우라늄(HEU)의 존재 불투명성 등을 문제 삼고 있다. “평화적 농축”이라며 의미를 축소 중인 이란을 향해 석유·천연가스 세계 3위 이내인 나라가 농축우라늄을 어디에 쓸 작정인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문이 여전하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후원하기

정기 후원
일반 후원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는 온라인 판 스카이데일리닷컴과 32면 대판으로
매일 발행되는 일간종합신문 스카이데일리(조간)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후원자 분들께는 지면광고를 하고자 하실 경우
특별 할인가격이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