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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와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9일 기준, 이번 집중호우로 전국 2만4247㏊(헥타르) 규모의 농작물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피해 면적 대부분은 벼(2만986㏊)와 논콩(1860㏊)이었지만, 멜론·수박·고추·쪽파 등 고온기 민감 작물도 예외 없이 큰 피해를 입었다. 기후 재난이 식탁을 직접 겨냥하면서 ‘장바구니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여름철 수요가 집중되는 과일류의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대표적인 제철 과일인 수박은 7월18일 기준 1통 소매가격이 3만866원에 달해 한 달 전보다 41%, 1년 전보다 무려 44.6%나 올랐다. 무더위로 수요는 늘었지만 고온 스트레스로 생산량이 줄며 가격이 치솟은 것이다. 참외 10개 가격도 1만6856원으로 전년 대비 20% 가까이 상승했다. 수박 한 통, 참외 한 봉지조차 마음 놓고 장바구니에 담기 어려운 여름이다.
채소류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배추 한 포기는 4950원으로 한 달 새 43.1% 올랐고, 상추는 100g당 1283원으로 같은 기간 40.5%나 뛰었다. 오이 10개는 1만2188원에 거래돼 전월 대비 15% 상승했다. 상추조차 ‘금상추’가 된 지 오래다. 이는 단순히 물가 지표의 숫자 문제가 아니다. 일상적으로 삼겹살과 함께 먹던 상추, 김치의 필수 재료 배추, 무더위를 식혀 줄 수박이 이제는 소비자에게 ‘사치품’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장바구니 물가 상승이 저소득층에게 훨씬 더 큰 타격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고소득층은 식비가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지만, 서민과 취약계층은 식료품에 지출하는 비중이 커서 체감 고통이 크다. 일부 가구에선 과일과 채소를 아예 줄이고, 대체 가공식품이나 탄수화물 위주 식단으로 전환하는 등 ‘건강을 포기하는 식탁’이 현실이 되고 있다.
기후 재난은 이제 특정 계절이나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집중호우와 폭염은 반복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로 변해 가고 있다. 농가 피해가 누적되고 생산 여건이 악화되면서 공급이 흔들리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특히 신선식품은 대체가 어렵고 가격 탄력성이 낮아, 소매물가 전반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기 쉽다.
정부는 병·해충 방지와 침수 피해 복구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보다 직접적인 소비자 지원책도 병행돼야 한다. 예를 들어 주요 채소류에 대한 가격 정보 제공 강화, 긴급 할인 쿠폰 지급, 전통시장 중심의 장바구니 물가 안정 캠페인 등을 검토할 수 있다. 농산물 가격 안정기금 활용이나 재해 보험 확대 등을 통한 농가 회복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결국 물가 안정은 정부의 거시 정책뿐 아니라 생활 속 세밀한 정책 조율로 완성된다. 과일 하나, 채소 몇 단조차 쉽게 고르지 못하는 현실은 단순한 식료품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을 갉아먹는 사회문제다. 기후가 만든 고물가의 그늘 아래, 가장 먼저 움츠리는 건 언제나 서민이다. 일상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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