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6º
습도 90%
을 열흘 남짓 앞...'))
이재명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 시한(8월1일)을 열흘 남짓 앞두고 ‘범정부 총력전’에 돌입했다. 경제, 외교, 안보 수장들이 줄줄이 방미길에 오르며, 관세 협상을 포함한 ‘패키지 딜’ 전략으로 마지막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이재명 정부의 외교·경제 기조는 ‘실용과 연계의 외교’다. 대미 관세 협상을 고립된 국면이 아닌 다자적, 패키지형, 전략적 딜로 풀겠다는 시도는 실용주의 외교의 전형적 접근이다. 다만 미국 측의 요구가 국내 산업계와 농촌 사회에 직접적인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내외적 정치 설득력과 전략적 수위 조절이 향후 협상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21일 외교안보가에 따르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미국 워싱턴DC로 급거 출국했다. 6~9일 방미 직후 귀국한 지 불과 11일 만이다. 이달 초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난 데 이어, 이번에도 관세 협상과 안보 현안 전반을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위 실장이 다양한 미국 측 인사들과 협상을 조율하고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할 예정”이라며 “필요시 반복적 방미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라인도 본격 가동됐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르면 22~24일경 미국으로 출국해 본격적인 협상에 나선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이번 주 방미 일정을 조율 중이다.
특히 구 부총리와 김 장관이 동행하는 ‘2+2 고위급 협의체’는 지난 4월 이후 중단됐다가 이번에 재가동되는 것으로, 사실상 관세 협상의 마지막 라운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관세율 인하 △비관세 장벽 완화 △안보 분야의 상호 이익 창출을 아우르는 ‘패키지 딜’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관세 협상을 단순 무역 이슈에 국한하지 않고, 대미 투자·구매·안보 협력을 묶어 상호 윈윈을 도모하려는 전략이다.
미국 측은 한국에 대해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 고율 관세 유예 조정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쌀·소고기) △온라인 플랫폼 규제 완화 △고정밀 지도 해외 반출 허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산 LNG 수입 확대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 참여 △조선·제조업 기술 협력 등 산업 협력안을 맞교환 카드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민감한 농산물 분야의 양보는 국내 여론을 자극할 수 있어 신중한 균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14일 정의선 현대차 회장, 15일 구광모 LG 회장을 관저로 초청해 대미 투자 전략과 통상 협상 대응책을 직접 논의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위성락 실장은 이들 기업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반영해 협상 카드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미 투자를 관세 완화와 교환하는 ‘정책+경제 연계 협상’ 구도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정상회담 추진은 단순한 외교 제스처가 아니라, 미국과의 관세·투자·안보를 아우르는 패키지 협상에서 결정적인 고리를 형성할 수 있는 고위급 소통의 장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2차 방미, 구윤철 부총리·김정관 산업부 장관의 연쇄 방미도 이 같은 ‘정상급 논의의 사전 정지 작업’ 성격이 짙다.
특히 미국 측과의 최종 담판이 임박한 가운데, 양국 정상이 직접 교착 상태를 풀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자는 기류가 외교라인에서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을 직접 만나 대미 투자 및 협상 대응 전략을 사전 조율한 바 있어, 민간·공공 라인의 공조 역시 회담 가능성에 힘을 싣는 요소다.
한편 국회 차원의 ‘의회 외교’도 협상 분위기를 지원한다. 조정식(더불어민주당)·나경원(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단장으로 이끄는 한미의원연맹은 20일 미국에 도착해 본격적인 면담 일정을 시작했다. 이들은 미국 상·하원 의원, 싱크탱크, 주정부 인사 등을 만나 한국의 입장을 설득하고, 관세 협상의 조속하고 호혜적인 타결을 촉구할 계획이다.
나경원 의원은 “미국 내 관련 부처 인사들과도 직접 접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야가 함께 국익을 위한 외교전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 열리나… 관세 협상 성과에 달려
정상 간 담판 가능성도 열려 있다. 정부는 고위급 협상이 일정 수준의 성과를 거둘 경우, 이르면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협상이 지연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스코틀랜드 방문(7월 25~29일) 일정 등으로 회담은 8월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이번 협상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위기감 아래 외교·경제 라인이 총출동한 상황”이라며 “정상 간 직접 대화를 통해 실질적 접점을 도출하는 방안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부터 29일까지 스코틀랜드 방문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어서, 실무 협상이 7월 말까지 명확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정상회담은 8월 이후로 자동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상회담이 늦춰질 경우 한미 간 협상도 정치적 동력과 국내 여론 관리 측면에서 일정한 부담을 안게 된다. 특히 고율 관세 부과가 예정된 8월 1일이라는 마지노선을 고려할 때, 정상회담 일정 조율이 협상 성과와 직결되는 구조가 되고 있는 셈이다.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이는 단순히 관세 문제를 넘어서 동맹 재조정의 전환점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 통상·투자·환율·안보·기술 규제 등 한미 간 주요 의제가 패키지로 묶여 있기 때문에, 정상 차원의 종합적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동맹으로서의 기여를 이미 증명해 왔다”는 인식을 미국 측에 전달해 온 만큼,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대면은 동맹국으로서의 전략적 기여와 경제적 성과를 동시에 주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정상회담 개최 여부는 앞으로 7~10일 안에 이뤄질 실무 협상 결과에 달려 있으며, 이르면 7월 말 워싱턴DC 또는 뉴욕, 서울 개최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2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