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결국 구속되었다. 구속영장 청구와 법원의 결정은 법적 절차를 따른 것이지만, 정치적 함의까지 배제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도 주목할 만한 점은 구속 이후에도 윤 전 대통령을 향한 지지의 흐름이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여론조사에서 70%가 구속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 와중에도 약 22%는 구속 반대를 명확히 선택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소수 의견이 아니라 여전히 윤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쳐 있는 정치적 결집의 흔적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친노’ 세력이 15%의 강성 지지층에서 출발해 결국 민주당의 주류가 되었듯, 윤석열을 지지하는 고정층은 현재 보수 진영 내부에서 가장 강고한 축이다. 이제 윤 전 대통령은 감옥에 있는 신세가 되었지만 그의 정치적 체급과 존재감은 오히려 더 선명해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구속이 ‘한국판 트럼프’의 싹을 자르기 위한 시도라고 해석한다. 즉, 윤석열이라는 불확실한 미래 정치인을 미리 제거하고자 하는, 사법을 활용한 정치 보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시도는 오히려 윤 전 대통령의 서사를 강화시켜 주고 있다. ‘정권에 맞서다 정치 보복을 당한 인물’이라는 프레임은 과거 트럼프가 부정선거라는 프레임을 통해 보수층의 결속을 다졌던 과정과 닮아 있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중 ‘부정 선거’ 이슈를 직접 언급함으로써 지지층의 분노와 불만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제도권 정치인 누구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못했던 이 어젠다는 윤 전 대통령이 말하는 순간부터 정치적 의미를 띠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많은 사람이 ‘말하지 못하던 것을 말해 주는 리더’로서 윤석열을 재인식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다시 묻게 된다. 왜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극복하지 못하는가. 왜 윤 전 대통령이 사라진 자리에 대체재를 세우는 데 번번이 실패하고 있는가.
핵심은 정치 구조와 전략의 결핍에 있다. 윤석열은 단순한 인물 그 이상의 상징이다. 그는 보수 진영 내에서 카리스마·결집력·체급이라는 세 요소를 갖춘 거의 유일한 인물이었다. 심지어 지금도 그렇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약 19%였고, 윤 전 대통령 개인 지지율은 22% 수준을 기록했다. 이 단순한 수치 하나만으로도 알 수 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없이는 더 높은 지지율을 기대하기 어렵다.
당내에는 여러 대선주자급 인물이 있다. 하지만 그들 누구도 명확한 위계질서나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한 채, 수평적 협동조합처럼 움직이고 있다. 정당은 결국 한 명의 강한 리더가 중심을 잡고, 피라미드형 권력 구조 속에서 후계 경쟁이 이뤄질 때 비로소 생명력을 갖는다. 국민의힘은 지금 그 구조 자체가 무너진 상태다.
또한 정당의 정체성과 추진력은 어젠다에서 나온다. 조국은 ‘강남 좌파’라는 서사, 이준석은 ‘반(反)페미니즘’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지지 기반을 형성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 인사들은 아직 누구도 그 정도의 정치적 의미를 품은 어젠다를 만들지 못했다. 고만고만한 인물들이 각자 자신의 ‘체급’을 주장하고 있을 뿐, 정치적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이라는 인물이 여전히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완전무결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는 보수 진영이 직면한 리더십의 공백, 어젠다 실종, 전략의 부재라는 현실을 드러내는 거울 같은 존재다. ‘윤 어게인’이라는 흐름은 단순히 회귀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지금 보수 진영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전략이자, 유일한 상징적 자산이다.
윤석열을 넘어서려면 단순한 대립 구도가 아니라 그 이상의 서사와 체급, 담대함과 구심력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그 누구도 그 자리를 채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윤석열이 구속되었음에도 그의 존재가 더 선명해지고 있는 지금, 보수 진영은 여전히 그를 말해야 하는 이유와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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